노아 행복을 꿈꾸다. 2편 (실화)
어린 나이에 처음 접해보는 사회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한겨울에 물과 쇠를 만지면서 손도 트고 찢어지고
손가락도 기계에 눌려 부러져 본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편했다
일하러 다녀서인지 돈을 벌어와서 인지는 몰라도 때리지는 않았기에
첫 월급 타던 날 집에 가져다주니 용돈이라며 만 원을 주시던 어머니
받자마자 먹고 싶던 걸 사 먹었던
어릴 적 군것질해 본 적이 없던 난 그만 가게 앞 좌판에 올려있던
반짝이던 과자의 유혹을 못 참고 훔쳐먹다 걸려 혼나고
집에서도 알아버려 죽도록 맞았던 기억이
그때는 그 오십 원짜리 설탕 묻은 과자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그러고 보면 나도 맞을 짓 많이 했던 것 같다
몇 가지 잘못했던 기억들과 철없이 어릴 적이었지만
두세 번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기억이
그런 사회생활을 몇 년 하다 보니 내 성격이 참 안 좋은 걸 느끼었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항상 주눅이 들어있던 나 자신을
흔히 잘 삐치는 사람을 소심하다 하지만 난 그것과는 좀 달랐던 듯하다
회사 사람들이 즐겁게 이야기하며 떠드는 자리에 같이 어울리지도
내 억울함이나 따질 일 있어도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말도 못 하는
그런 내 성격이 정말 싫었지만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 없이 보내던 중
출 퇴근길 지나가는 그곳엔 체육관이 보인다. 그곳을 바라보며
운동이라도 하면 좀 달라질까? 하지만 다가설 용기조차 없이
바라만 보곤 하던 어느 날 핑곗거리가 생겨 다녀야겠다 마음먹었던
그동안 용돈이 올랐지만 학원비 내고 나면 쓸 돈은 없겠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니기 시작했고 참 즐겁게 체육관 다니던 내 모습
운동할 때만큼은 모든 걸 잊고 즐거워하던 기억
내 몇 안 되는 돌아가고픈 추억 중 하나이다.
그 선택이 날 변하게 할 거라고 변했다고 믿었다 그런 줄 알았다
가까운 곳에 이모가 사신다 이남 이녀를 두신 이모님 댁에 놀러 가곤 했던
그 집 친척 누나를 좋아했다. 왜 그런지 가끔 말을 나눌 적
따듯한 느낌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나도 모르는 늦은 사춘기 호기심?
그래서였을까 이모님 댁 형제들이 아는 사람들과 피서 가는 곳에 따라갔던
그곳에서 이모님 댁 나랑 동갑내기 여자애와
그 친구들과 모여 어울리게 됐다
이모 딸인 나랑 동갑인 그 애와는 조금 서먹서먹한 사이여서일까
내 옆에 서 있게 된 이모 딸에게 장난삼아
"오늘 너희 텐트에서 놀다 자면 안 되냐."던 내 말에
"우린 친척이잖아." 화를 내는 그 애 모습. 아차 싶었다
오해할 수 있게 말을 잘못했구나. 그런데 이런 바보 같은 놈
그런 뜻이 아니라고 말도 못 하고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왜 말을 못 하는 걸까?
내가 너희 누나 좋아하는 저능아라고 네 오빠 동생도 같이 있는
이곳에서 그런 뜻으로 말했겠냐. 말도 못 하는 나였던
'너랑 같이 자는 친구들 있어 농담 삼아 했던 소리였다'
머릿속 떠오르는 말조차 왜 못 하는 걸까?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지금 생각해도 참 한없이 멍청한 나였다
그 누나도 순수한 마음만이었다 해도 좋아하지 말아야 했나 보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정을 그리워한 것일지도
어릴 적 누나들과 떨어져 지내며
매일 같은 쓰라린 상처 속에서도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정을 그리워한 것 같다.
심지어 그때 같이 살던 누나에게 작은 고민조차 터놓지 못했던 난
내 자신도 모르게 정을 느끼고 싶었던 것일지도
그렇게 밝은 미소로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이 내겐 없었기에
그때쯤 체육관 여자애들이 있어 그런지 이성에 조금씩 관심을 보였지만
하지만 가끔 여자애들과 어울리게 되면
항상 내 외모만 보고 관심을 보이던 여자애들도
내 목소리를 들으면 바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던 그 차가운 시선들
그런 차가운 시선에 아무 말 못 하고 조용히 술만 마시다 오곤 했던
어느 날 체육관 여자애들 기숙사 동료들과 술자리에 동석하게 되었지만
그 차가운 시선이 싫어 술만 마시던 난 한 여자애가 내게 말을 걸던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술기운을 빌려 몇 마디 대답해 주었던
한참 후 여자애가 간다는 말에 기숙사로 데려다주겠다 하고
기숙사로 걸었다. 기숙사 앞 왜 그랬을까 둘 다 술에 취해서일까?
그 여자에게 입을 맞추었던. 그 후 숙이와 난 자주 어울렸고
숙이는 내가 언어장애 있는 것도 이해해 주는 것 같다
얼마 후 숙이는 기숙사를 나와 자취했고
집에는 월급만 제대로 가져다주면 그리 신경 쓰지 않으셨기에
숙이와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운동을 그만두었지만 행복했던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게 참 행복하다는 걸 스물네 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숙이는 내 품에 안겨 있을 땐 사랑한다. 말해달라 하지만 난 그 한마디가
입에서 나오는 게 정말 힘들었다 분명히 숙이를 사랑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사랑한단 소리가 나오지 않는 걸까?
숙이는 훗날 날 닮은 아이를 갖고 싶다. 내게 말하지만
난 아이만은 갖고 싶지 않았다. 정말 잘 키울 자신이 없다면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해서도 옳은 일이라 생각했기에
그런 생활을 일 년 정도 흐른 후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 느낀 난
숙이와 정식으로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던
그런데 부모님에게 말을 못 하겠다. 내 월급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단 한 번도 내 통장을 본 적도 보여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돌아보면 말할 용기가 내겐 없었던 건 아닐까? 생각도
그래서 생각한 게 일 끝난 후 아르바이트 다니기로 마음먹었던
돈보다 뭔가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상태로 계속 공장에 다니는 것도
나중에라도 작은 통닭집 같은 걸 해보면 얼마나 좋을까 경험 뭐 그런 생각에
조금 알고 지내던 형이 호프집을 했고 일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놀라게 해 주고 싶어 숙이에게는 왜 하는지는 말 안 했다
언어장애가 있던 내가 처음 보는 사람들을 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낮엔 일하고 밤엔 아르바이트하는 것이 힘에 겨워 가끔 코피도 나고
잠도 못 자지만 그래도 힘을 내 보았지만 몇 달이 지난 후
처음엔 돈도 좀 모아볼 생각으로 한 거지만 내 모자람은 그것마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모든 생활이 꼬여만 가는 듯해
그때 하던 일을 끝내고 통닭을 들고 자취방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는 방에 앉자 숙이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
강한 빛 오뚝이 인형이 된 듯 벌떡 일어나 앉는
환한 방안엔 내가 차려놓은 상과 그 옆에 쓰러져 자던 나뿐
왜 숙이 없는 아침이? 숙이는 그날 밤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며칠이 지난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집에 들어선 숙이는 내게
다른 남자가 생겼고 나와는 헤어지고 싶다며
그 남자 집으로 이사해야 하니 오늘 중으로 짐 챙겨 나가 달라고.
숙이가 들어선 후 한마디 말없이 숙이 말만 들으면서
아무런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말을 한 숙이는 그냥 나가 버린
잠시 멍하니 있던 난 뛰어나가니 숙이는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뭐가 뭔지 하얘진 머릿속 아무 말도 나오지도 들리지도
그날 밤까지 멍하니 있던 난 그래 숙이가 좀 화나 그런 걸 거라고
며칠 후엔 화가 풀리겠지 생각했다 그 후엔 내가 왜 아르바이트했는지
말하면 풀릴 거라 생각한 잠시 회사 기숙사에 가 있자 생각하며
짐이랄 것도 없어 그냥 집을 나섰다. 그리고 며칠 후 숙이를 찾아간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숙이를 만났다.
"조용한 곳에서 말 좀 하자." 했으나 할 말이 없다며
거리를 걸어 다니기만 할 뿐 말하려 하지 않는 모습에 화나기 시작한
"정말 남자가 생긴 거냐 그럼 얼굴 한번 보자." 는 내 말에
그녀는 옆에 보이던 공중전화로 어디론가 전화했고 나올 테니 기다리라 한다
설마설마했는데 온통 머리가 복잡했다. 나오면 어떻게 하지? 뭐라 해야 하지?
나온다면 숙이 너도 그 남자와 행복하게 살게는 못 해준다. 결심도 해봤다
잠시 후 그 남자가 나왔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음을 느끼며
설마설마했거늘 숙이가 내 품에서 그리도 날 사랑한다고
우리 행복하게 살자. 말하던 숙이가 그래서 마지막까지도 믿지 못했거늘
내 앞에 있던 그 남자는 내게 앞으론 숙이에게 오지 말라. 한다
숙이를 쳐다보니 내 시선을 피하는
"숙이 착한 사람이니 잘해줘요." 말하고 돌아서며 숙이에게
"너무 하는구나" 말하며 조금 빨리 돌아서 걸었다.
왜냐하면 눈물이 흐르려 하고 있었기에
숙이에게 그 모습을 보인다면 더 비참할 것 같았다.
지금 그때를 생각해 보면. 그 남자와 싸워 못 이길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런데 왜 숙이를 잘 부탁하고 돌아섰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설마...
숙이와 헤어지고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온 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어떻게 해야 할지 미쳐 버릴 것 같은
불 꺼진 샤워실 옷을 입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샤워기 밑에 앉아있던
그날 이후 술에 의존하는 날이 많아졌다. 이런, 또 이곳에 오고 말았다
난 왜 숙이가 없다는 걸 알면서 술에 취하면 이곳에 와
숙이가 자취하던 창문을 바라보는지 한심할 뿐.
술을 자주 먹다 보니 결근하는 날이 많아져
사장실에 불려가기도 했던. 그간 착실하게 일하다 보니
반장이라는 직책 일을 하고 있었고 이젠 정신 차려야 한다 생각했지만
하지만 그때쯤 술이 아니면 수면 보조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어
그 수면 보조제를 약국에 사러 가면 한 알 정도만 팔았기에
매일 약국에 약을 사러 다니곤 하던 날 본 회사 친구 녀석이
다른 여자를 만나보라 했던 일이. 그러고 보니
사랑을 빼앗긴다는 게 얼마나 마음 아픈지 잘 알면서
나 또한 그 아픔을 다른 이에게 주고 말았다. 내가 친하게 지내던
이모네 막내아들 영길과 그 친구 경훈이란 아이
이 둘은 나보다 두 살 어리지만
이모네 아들 영길이란 아이 때문에 우리 셋은 자주 어울렸다.
경훈이와 잠깐 사귀다 헤어진 여자와 다시 만나는 자리에
나와 영길은 같이 어울렸고 경훈과 그 여자아이가 서먹해 보이길래
농담 삼아 한 그 말장난부터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 나가며 꼬이기 시작한 난
그 여자와 사귀게 되어 버렸다. 사귄다 말했지만
솔직히 사귄다 안 사귄다. 고도 말할 수 없는 그런 사이로
처음 만나던 그날 내 호출 번호를 알아간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면
만나러 나가보긴 하지만 경훈이와 사귀던 여자친구여서일까
왜 그런지 다가가기 힘들었다
겉으론 여자친구라도 되는 듯 말하고 행동하지만, 상당히 부담스럽던
그 여자아이와 밤을 보낼 기회가 많았지만 왜인지 부담스럽던 난
아예 그 기회조차 만들지 않았다.
그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안다.
아니, 아무 일 없었다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어차피 난 나쁜 놈이니까. 그 여자아이는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겉으로만 맴도는 내가 싫어졌던지
어느 날부터는 연락해도 받지도 연락도 없던 그러면서 그렇게...
그러고 보면 여자 친구들과 모여 어울릴 때
내가 자신들 여자친구에게 장난이나 관심이라도 보이면
또 다른 목적이라도 있는 것처럼 날 쳐다보던 시선이
분명한 건 내 잘못이다. 난 확실히 머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상황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 내 의도와는 다른 말이 나가는
그런 말과 장난치면 안 되는 거였어 때늦은 자책도 해보지만
다 거짓 핑계라 할 아무도 믿지 않을 이 말을 남겨볼 뿐
내 지난 삶을 완벽히 깨달은 지금도 가족들에게 마저...
친구 말에 나 같은 놈을 누가 좋아할까. 그냥 웃고 말았지만
그 말 때문일까? 회사 경리가 점점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수정은 우리 회사 사원인
정환이란 아이와 만나고 있어 멀리했지만
나도 모르게 신경 쓰이기 시작하던.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혼자 좋아하는 것도 임자 없는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는 걸
오래전 운전면허를 따놓은 것이 있었다.
숙이와 헤어지기 전에도 난 매형 차를 자주 몰아보곤 했었고
집에서도 내가 차를 갖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차를 사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숙이와 헤어지고 얼마 안 돼 차를 사주는 것이 아니던가
남들이 다 웃는 중고에 제일 작은 차였지만
내가 처음 가져보는 내 거라는 물건이 생긴 거라 난 너무 좋았다.
가끔 퇴근길 수정이를 태우고 전철역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즐거움이 되던
그러던 어느 날 회사 후배 민정과 단둘이 술을 마시다 나온
수정이 괜찮은 것 같다. 말했던 일이 아니 하지 말아야 했던 말을
회사 기숙사 사람들 모두 모여 술을 마실 일이 있었다.
다들 술을 마시며 나오는 여자들 이야기에
정환인 수정이 이야기하며 그 많은 사람 있는 곳에서
수정이와 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심지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남자애와 같이 시내 가출한 아이들에게
밥을 사주고는 밤을 보낸 이야기를 즐겁게 말하고 있는
정환이를 바라보며 수정이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사랑은 몰라도 좋아는 하는 걸까?
매일 사무실 가면 보는 회사 아이들 있는 데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말들을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일로 크게 싸워 둘이 헤어졌다는 말을
민정이에게 들었다.
비 오던 날 수정과 단둘이 퇴근길 갑자기
"오빠 좋아하는 사람 있다면서요"
난 아무 말 못 한 채 민정이 생각이...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한강 구경 가자는 말에 그러자 하고 처음 한강이란 곳에 가봤던
그날 수정이 사는 곳에 데려다준 그날 이후
수정이와 어울리는 시간을 보낼 때면 마음 한구석엔
수정은 정환이와 가까운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내 마음은 더 복잡했다.
헤어졌다 하지만 둘이 어떤 마음인지 몰라
수정을 멀리해 보려 여러 가지 노력도 해 보았다.
일부러 수정이 퇴근하는 시간 한참 지난 뒤에 차를 몰고 나가면
회사 골목에 수정은 서 있었다. 그럼 별수 없이 사는 집으로 갔고
그런 날은 자신이 사는 근처 공원에 날 데려가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날 만나면서 다른 곳을 보고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며 말하는 것도 싫었지만
솔직히 정환이 때문일까? 막상 다가오는 수정이 좀 부담스럽기도
그러던 어느 날 수정이 내게 정식으로 사귀자고 한다.
그 말을 하고는 뭔가 다른 할 말이 있는지 머뭇거리는
수정에게 괜찮으니 말해라 했던 내게
결혼식까지는 같이 밤을 보내는 것은 못 하겠다는 것과
목소리 수술할 수 없냐고 그 대신 나 싫다고 하기 전엔
자신이 먼저 헤어지자는 말 안 할 거라. 말하던 수정이를 보며 생각하던
얼마 전 나에게 정환이와 잤다고 말한 수정이
내게는 그런 조건을 다는 그리고 정환이와의 지난 일들이 생각났지만
미안해하는 수정이에게 별거 아닌 듯 대답해 주던 순간
왜 이 약속이 그리 오래 못 갈 거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던 걸까?
그 일이 있고 가끔 사무실에 다른 경리와 회사 형이 사귀고 있어
일이 끝나면 아는 사람들끼리 모두 모여 술을 마시곤 했는데
난 항상 계산할 적엔 돈이 없어 못 내었다.
전철과 버스 두 번을 갈아타며 먼 거리를 퇴근하는 수정이 힘들까
매일 데려다주던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던. 퇴근 시켜 주던
내 몸은 항상 지쳐있었지만 다른 곳에 쓸 여유가 없었기에
계산할 적에 항상 피해야만 하는
하도 피하는 날 뒤에서 수군거리는 걸 느끼면서도
같이 어울리기 싫은데 수정이 있어 피할 도리가 없던
그런 날 보던 그녀는 몰랐겠지 내가 그 치욕을 당해야만 했던 이유를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너무 치욕스러운...
어느 날 사무실 뒤쪽에 볼일이 있어 건물 모퉁이를 도는 순간
뒷문 앞 수정과 정환이 웃으며 이야기 나누고 있던
동시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잠깐의 고요가 흐르고
난 아무렇지 않은 듯 그 둘을 웃는 얼굴로 지나쳐 내 갈 길을 걸었다.
하지만 복잡한 내 속마음은...
얼마 후 사무실 직원들이 모여 술을 마시는 자리
그런데 수정이 술을 좀 많이 마시는 듯해 술 좀 천천히 마셔라. 말에
"나 사랑하는 사람 생겼으니 신경 쓰지 마요."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들은 후 그곳에 앉아 있을 수 없던 난
그때 스쳤던 그 생각이 참 빨리도 왔구나 생각하며 그곳을 나왔다
매일 편하게 퇴근할 수 있어. 내 말 같지 않은 한심한 말이나 행동에도
내게 싫은 말 안 하려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부담스럽거나 하면 말해 달라고 그럼 널 편하게 놔준다. 할 때
솔직히 말해줬다면 시작도 안 했을 텐데 아무 부질없는 지난 기억들이...
다음날 알면서 확인해 본다
"어제 말한 사람이 정환이니."
"맞아요" 대답에 난 아무 말 없이 수정을 뒤로했다.
알면서 물어본 건 확실하게 내 마음을 끊고 싶었기에 그런 치욕을 받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조차 아무 소용 없다는 걸
그날부터 수정이를 피해야만 했지만
사무실에서 월급 받는 나에게 수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으며
"봉급도 탔는데 맛있는 것 좀 안 사줘요" 말에 아무 말 없이 사무실을 나왔다
아쉬운 게 있더라도 관심 없으면 제발 흔들지나 말아달라 생각하며
그때쯤 회사 후배 정호란 아이가 대천에 사는
자기 고향 친구를 소개해 준다며 만나 보라는 것이었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아 싫다. 했지만
자꾸 만나보란 말에 수정과의 마음도 정리할 수 있고
멀리서 사니 가끔 만나 부담도 없을 거란 생각에 소개받았다
그런데 가끔 현진을 만날 때면 정호가 항상 같이 나오는 모습에
아직은 서먹하니 그런가? 생각했던
현진은 내게 편지를 자주 했다.
편지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자기가 필요한 책을 말하거나
물건들이 쓰여있어 난 그것들을 사서 부쳐 주곤 했던
어떤 동기였던지 생각은 안 나지만.
아니 그녀를 못 잊어 내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갔을지도
알고 있다. 사람과의 인연을 자르지 못하는 내가 가장 큰 문제란 걸
어느 일요일 저녁 무슨 일인지 먼저 연락이 와
수정을 만나러 나가보니 배고프다는 말에 같이 분식집으로 갔다
일요일 밤에 인천까지와 날 불렀는지 의아해하는 내게
"오빠 보고 싶어 왔지" 말하던 수정의 눈가엔 왜 그런지 알 것 같은
눈물의 흔적을 보면서도 기분 좋은 것처럼 웃어 주어야만 했던 나
그 무엇도 정리되는 것 없이 더욱더 복잡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우연히 카드를 만들었다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댄
카드를 쓰다 보니 숫자 개념이 없어진 것 같았다.
난 제대로 돈 관리해 본 적이... 아니 멍청해서 생각 없이 쓴 것 같다.
나중에는 결국 이런저런 문제를 더 만들고만. 그해 구십칠 년도
회사 직원들을 감원했는데 그때같이 일하던 공장장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모진 강압 속에서 살아온 내가 힘으로 날 다스리려 하는 공장장을
그리 좋아할 수만은 없었기에 감원 대상인 직원들과 같이 그만두어야 했던
집에는 써버린 카드값 때문에 말도 못 하고는
아는 사람들 집을 전전하면서라도 회사를 알아보려 했지만 그 또한
작은 자신감조차 없는 내가 스스로 찾아가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람을 구한다는 말에 찾아가면 언어장애가 있다는 걸 안 순간
무시하는 투의 말과 행동들... 그런 나를 보던 사람들은
스물일곱 먹은 놈이 몇천만 원도 아닌 몇백만 원 가지고 전전긍긍하냐
들어가서 혼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내게 말을 하지만
난 이상했다. 병적일 만큼 정말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별것도 아닌데 바보 같은 난 왜
그러고 보면 내 지난날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려 노력하는 게 아닌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듯 피하기만 했던 지난날들이. 항상... 그랬다
그런 와중에도 수정이 가끔 연락이 와 수정을 데려다주곤 했다.
이용당하는 줄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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