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29

마담 엑스 (2)


BY 재신다 와일더 2018-06-01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당신 관심을 끌 수 있죠?” 조너선은 자기 농담이 우습다는 듯 말했는데, 이렇게 말하면 매력적이고 재치 있어 보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비슷한 효과를 노렸거나.

 


나는 코웃음을 치면서 돌아섰다.

 

“오, 존어선. 내가 당신한테 관심을 가질 일은 절대 없어요. 당신이 내 관심을 끌 수 도 없을 것 같고요. 티끌만큼도 말이에요. 당신한테 부족한 …… 아, 일일이 열거하자니 너무 많군요. 하긴, 그래서 여기 와 있는 거니까.”

 


조너선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가움직이길 기다렸다. 그는 쭈뼛거리며 다가와 내 뒤에 섰다.

 


확실히 그는 키가 컸다. 조각 같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운동에 시간을 제법 투자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위엄을 갖추지 않는다면…… 그런 외모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조너선이 두 손으로 내 허리를 잡고는 나를 돌려세웠다. 나는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내가 여기 왜 있는 건가요, 마담 엑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안 되죠, 존어선.”


“왜 자꾸 내 이름을 그렇게 발음하는 거죠?”


“당신 발음을 따라 한 건데요.”


“바보 같아요.”


"당신 발음도 마찬가지예요.”

 

조너선이 인상을 폈다. 아까 얼핏 드러냈던 온화한 분위기가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좋아.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저 장막을 걷어낼 것이다. 조너선이 진짜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 것이다.

 

“내 발음은 그렇지 않아요.”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잔인한 미소였다.


“계속 말장난하고 싶으면 여동생하고나 하세요. 아니면 고등학교 토론 모임에 가입하던지. 말장난하고 있어 봤자 품위만 망가지니까요.”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죠, 마담 엑스?” 이렇게 다시 질문을 하면서 두 손으로는 여전히 내 허리를 잡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내 허리를 잡고 있게 해주었건만, 그는 그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말았다.

 

“정말 몰라서 물어요?”

조너선이 어깨를 으쓱했다.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내가 누군가요?”

“마담 엑스죠.”

“내가 마담 엑스라는 사실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조너선은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슬쩍 돌렸다.


“당신은…… 당신은 서비스를 제공하죠.”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눈을 크게 떴다. 조너선은 목을 가다듬더니 이제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 그러니까, 저기…….”

 

“한 번만 더 ‘저기’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당신한테 정말 실망할 것 같군요.”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가 어떻게 할지 궁금해서 내 몸에서 손을 떼라고 하지는 않았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군요.”

“겁쟁이네요.”

 

나는 돌멩이를 던지듯 툭 내뱉었다. 조너선은 못 들은 척하고 몇 걸음 움직이더니, 곧 얼굴을 붉히며 돌아섰다.

 

“그러는 당신은…… 매춘부 아닌가요? 아니면 에스코트걸이겠죠. 그런데…… 아니, 됐어요.”

 

조너선이 내 반응을 살피려고 돌아서자, 나는 눈으로 그를 난도질이라도 할 것처럼 노려보았다. 나는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로 그를 향해 엉덩이를 살짝 흔들며 다가갔다.

 

그를 좀 더 자극해 보려는 심산이었다. 입술을 삐죽거리며 그에 대한 경멸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아,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하는 일에 섹스가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나는 조너선 앞에 멈춰 섰다. 내 가슴이 그의 티셔츠에 닿을듯 말 듯 하면서도 닿지는 않았다.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카트라이트 씨?”


그의 얼굴이 잠시 붉어지더니 결국 창백해졌다.

 

“음, 그러니까 내 말은, 당신 이름이 마담 엑스잖아요. 그런 마담……. 그리고 한 시간에 천 달러라뇨? 내 말은, 아 진짜.”


“내가 어딜 봐서 매춘부처럼 보이나요, 카트라이트 씨?”


나는 턱을 치켜들고 눈을 깜박이지 않은 채 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런 게 아니고…… 제 말은…….”


그는 말을 멈추었고,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침묵의 바다에 빠져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내버려 두었다. 순간이어도 침묵은 견디기 힘든 것이다. 특히 조너선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을 것이었다.


“카트라이트 씨, 계약서는 읽어 보셨나요?”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이렇게 물었다.


“아니요.” 그는 태평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계약서 읽어 볼 생각도 안 하면서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으려는 거예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심하군요.”

 

조너선은 다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벌름거리는 콧구멍과 잔뜩 찌푸린 두 눈,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다.

 

“진짜 더는 못 들어 주겠네요. 무시당하고 싶어서 한 시간에 천 달러씩 지불하는 게 아니라고요.”

 

“당신 아버지가 지불하는 거죠. 당신은 한 푼도 내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무시당하는 데 좀 질리길 바라는 사람은 바로 나예요. 무시당하기 싫다는 마음이 정말 강하면 불굴의 용기를 발휘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짧고 단순한 용어로 서술하고 있지만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들이 적혀 있는 계약서였다. 조너선이 이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나, 그리고 조너선의 아버지까지 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나는 계약 조항들을 모두 외우고 있었고, 조너선의 아버지가 계약서를 읽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너선은 너무 게으른데다가 직접 계약서를 읽기에는 자기가 너무 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 손에 계약서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조너선을 뒤로 밀쳤다. 손바닥으로 가슴 한복판을 때리자 조너선은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벌러덩 넘어져 소파 위에 주저앉았다.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두 다리 사이에 한발을 밀어 넣었다. 바닥에 깔려 있는 짙은 색의 아프리카 산티크 원목이 반들거렸다. 그리고 검은 루부탱 스틸레토를 신은 다른 발로 그의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조너선이 아파할 때까지.

 


“집중해요, 조너선.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사항이에요. 읽지 않은 문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명하지 말아요. 모든 문단을 읽으세요. 소제목도 빠뜨리지 말고요. 작게 인쇄된 글자들도 한 줄도 빠짐없이 모조리 읽어요. 지금껏 아버지한테 이런 것도 안 배우고 뭘 했는지 모르겠네요.”


조너선은 변명을 하려 했지만, 내가 발로 가슴을 더 세게 누르자 입을 꽉 다물었다.


“조너선, 계약서 내용을 읽어 줄 테니 잘 들어요. 아주 간단해요. 진짜예요.”


체중을 앞으로 옮기자, 조너선은 아파하면서 눈을 더 크게 떴다. 그 와중에도 짙은 비취색의 발렌티노 드레스가 무릎 바로 밑까지 올라오자 내 다리를 곁눈질로 흘끔거렸다.


“집중하라니까요. 한심하긴. 내 다리 말고 눈을 쳐다봐요.”


조너선이 집중해서 들을 수 있도록 나는 다리에 힘을 풀었다.


“이 문서에 서명한 서명인들은 아래의 조항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아래의 조항은 서비스 제공인(이하 ‘마담 엑스’라 칭한다)과 고객, 즉 조너선 에드워드 카트라이트 3세 모두에게 적용된다. 계약 조항 하나, 마담 엑스와 고객은 이 계약 및 계약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계약 조항 및 조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제삼자에게 언급하지 않는다.

 

계약 조항 둘, 마담 엑스의 보수에 대한 지불은 조너선 에드워드 카트라이트 2세의 계좌에서 유한회사 인디고 서비스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마담 엑스 또는 고객이 이 계약서의 조항을 추가, 개선, 변경, 개정할 수 없다.

 

계약 조항 셋, 인디고 서비스의 업무 대리인 역할을 하는 마담 엑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성적인 행위는 포함되지 않으며, 입이나 손을 사용하는 성행위도 금지된다. 인디고 서비스를 대표하는 마담 엑스, 조너선 에드워드 카트라이트 3세, 그리고 고객의 대리인은 이러한 행위를 암시, 요청, 요구할 수 없다.

 

계약 조항 넷, 본 계약서의 교육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마담 엑스가 직접 결정하며, 고객 또는 고객의 대리인이 이를 거부하거나, 반항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고객이 어떤 식으로든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육 방식을 변경하려 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본 계약은 종료되며, 이 경우 고객은 전체 계약금에 상응하는 종료 수수료와 총 액수의 35퍼센트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지불하여야 한다.

 

계약 조항 다섯, 상담 시 제공되는 교육 프로그램 안내 책자는 무단 복제할 수 없으며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다. 안내 책자 및 안내 책자의 내용물을 본 계약서에 이름이 명시
되지 않은 사람에게 복사, 배포, 전달할 수 없다. 본 계약 조항을 위반하는 경우 계약은 즉각 종결되며, 종결에 따른 일련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고, 저작권 침해에 따른 모든 조치가 행해질 수 있다.”

 

나는 여기까지 읽고 조너선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는 내가 읽고 있는 내용을 신경 써서 듣고 있었으며 계약서를, 아니 안내 책자를 읽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조너선, 질문 있어요?”


조너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아니에요. 계약서를 읽지 않은 건 내 잘못이에요. 미안해요, 마담 엑스. 나 때문에 당신이 기분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의 가슴에 올렸던 발을 치웠다. 그러자 조너선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문지르기 시작했고, 가슴을 문지르는 떨리는 그의 손을 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
다.


“안내 책자는 읽어 봤나요, 조너선?” 그가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아니에요. 안 읽었어요.”


“쓸데없이 말은 많이 하지 말아요. 해야 하는 말만 하세요.”


“좋아요.”


“‘좋아요’는 대답이 아니죠, 조너선. ‘알았어요, 마담 엑스.’ 이렇게 해야죠.”

 

나는 지금 일종의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조너선이 만약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서 계속 이렇게 징징거린다면 그는 테스트에서 떨어지게 될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비참하게.

 

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나하고 게임을 하려는 거군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칼날 같은 차가운 미소,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의 미소였다. 내가 몸을 앞으로 숙이자 조너선은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시선은 내 가슴으로 향하고 말았다.

 

“내 눈을 봐요, 조너선.”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쳐다보지 말아요. 당신은 그럴 자격 없어요.”


“자격이요?” 헛된 희망을 품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한심한 인간.

 

두 손을 그의 어깨 뒤로 뻗어 소파 등받이를 잡았다. 내얼굴은 그의 얼굴과 멀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로 보아 귀찮았는지 아침 양치질도 거른 모양이었다.
도대체 이런 인간을 데리고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제멋대로 굴고 버릇없으며 게으른 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한 이런 인간을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내가 계속해서 쏘아보자 조너선은 시선을 돌렸다. 소파 쿠션 속으로 파고들기라도 할 태세였다.

 

조너선이 내 말에 집중할 준비가 되자, 나는 등을 꼿꼿이 펴고 서서 고개를 높이 들고 그를 깔보듯 내려다보았다. 아니, 나는 정말 그를 얕보고 있었다.


“당신한테 친절하게 대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친절하게 대할 생각 없어요. 대신 난 당신에게 진정한 남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줄 거예요.

앉는 자세, 서 있는 태도, 말하고, 먹고, 마시고, 생각하는 방법 따위를 말하죠. 돈만 많고 게으른 멍청이가 아니라,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지닌 회사의 상속자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내가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당신하고는 말 섞을 일도 없었을 거고, 두 번 다시 만나는 일도 없었겠죠. 만약 내가 술집이나 길거리에서 당신을 봤다면, 당신한테 미소를 짓지도 않았을 거예요. 당신은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몸가짐이나 자세를 보면 평판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요.”

 

“남의 눈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조너선이 말했다.

 

“잘못된 생각이에요. 항상 외부의 이목을 신경 써야 해요.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무심한 태도를 보여야 해요. 확신을 가지고 사람들의 시선 따위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에요. 항상 모든 게 확실하고 편안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로만 거만함을 유지하는 거죠. 그걸 당신의 목표로 삼아야 해요.”


나는 그를 위아래로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지금 당신 꼴이 어떤 줄 알아요? 악취가 진동해요. 입냄새만으로도 고약한데, 싸구려 향수까지 온몸에 들이부었군요. 이것만으로도 여자들이 도망가기에는 충분하네요. 양치질도 안 하는 남자와 같이 있고 싶을 여자는 없어요.

후각으로 느낀 인상만 해도 이 정도예요. 덧붙이자면, 당신은 공손하고 다른 사람 말을 잘 따르기도 하지만 아주 거만하기도 해요. 읽어 보지도 않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그래서 자기가 어떤 내용에 동의했는지도 모르고요. 이런 몇 가지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하자면, 당신은 대책 없을 정도로 게으르고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에요.


태도나 자세도 엉망이에요. 당신과는 1분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에요. 축구 얘기는 지겹기 짝이 없고, 주제를 바꿨어도 마찬가지였겠죠. 한마디로 말해서 조너선 카트라이트 씨, 당신은 정말 한심한 사람이에요. 이걸로 수업은 끝이에요.”

 

내가 한 손으로 문을 가리키자 조너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가 난 표정이었다.

 

“나한테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얼마든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싫으면 가도 좋아요. 예약 고객만 해도 앞으로 2년간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내가 당신을 찾아간 게 아니잖아요. 당신 아버지가 나를 찾
아온 거죠. 가망 없는 아들 때문에 말이에요.


당신 아버지는…… 위엄 있는 분이시죠. 그분이 방에 들어서면 모두가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어요. 말을 하면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고요. 그래요,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당신 아버지가 이 나라에서 정말 부유한 사람이라 그런 거죠. 그런데 당신 아버지는 그런 부를 어떻게 축적했을까요? 빈둥거리고축구나 보면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당신 할아버지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을까요? 아니에요! 당신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요구했고, 사람들이 그 요구를 따랐죠. 그분은 자기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과 존경을 요구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한테는…… 불가능한 일이죠.”

 


나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복도와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제 그만 가세요, 조너선. 그리고 최소한의 기본 위생을 익히기 전까지 굳이 다시 올 필요 없어요. 아니면 흥미롭게 대화하는 방법이라도 익히고 오든지요.”

 


조너선은 나를 노려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분노와 당혹감과 상처가 가득했다. 물론 그는 아버지와 비교당하는 게 지긋지긋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부족한 면면이
부각될 테니까.

 

조너선이 나가자마자 문을 닫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문에 몸을 털썩 기대고 긴장에 지친 몸을 떨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조금 전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어떤 사람의 아들에게 모욕감을 준 것이다.

 


하지만 그게 내 직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