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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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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6개월


BY 문해빈 2014-03-20

 

 

“삐삐! 넌 모르지?”

“신기해. 그런데 불편했겠다. 일일이 다시 전화를 해야 하잖아.”

“불편했지만 그 시대엔 그런 거 느끼지 못했어. 그때는 당연히 그렇게 살았으니까.”

 

 

 

 

 

엄마는 삐삐를 시작해서 특별한 것들이 나오면 관심을 보이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저건 저래서 좋았고, 또 저건 저래서 불편했다는 말까지. 말이 없던 엄마는, 우울해 하던 엄마는 그런 식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옛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엄마, 20대는 어땠어?”

“지금 너하고 별로 다르지 않아. 친구들 만나고,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또 소개팅도 하고.”

 

 

 

 

소개팅이란 말에 웃었다.

 

 

 

아빠가 아닐 테니까. 아빠를 만난 것은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일 것이다. 바로 만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엄마의 지나간 일기일 것이다. 그 시간들은. 엄마는 가끔 지나온 시간들을 얘기하면 즐거운 모양이다. 더욱 지금은. ‘응답하라 1994’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추억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아빠가 첫사랑은 아니겠네?”

 

 

 

 

참지 못하고 중간에 말을 자르고 말았다. 같은 여자로선 이해를 하면서도 엄마이기에 다른 욕심이 생겨버린 것이다. 왠지 모르지만 아빠가 다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엄마의 첫사랑이면서 마지막 사랑이길 바라는 욕심 같은 것은. 아니란 것을 부정하고 싶었으니까.

 

 

 

 

 

“아빠가 첫사랑이었으면 좋겠지?”

 

 

 

 

순간 웃고 말았다. 첫사랑은 원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나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침착하게 잘 해야 할 것이다. 찬찬하게, 조심스럽게.

 

 

 

 

“석재하고 헤어진 것이 아쉬운 모양이구나.”

 

 

 

 

 

석재란 말에 잠시 웃음을 멈추었다. 6개월 정도 사귀었는데 지금은 헤어졌다. 이유를 든다면 엄마 때문이다. 엄마의 병명을 알고선 휴학을 했고, 또 남자친구도 정리가 되었다. 누군가 큰 병을 앓고 있으면 많은 것들이 변해갔다. 사랑도. 그는 함께 헤쳐 나가자고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엄마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날에 만나지 못하고, 간병을 한다고 만나지 못하고. 일일이 문자를 주고받을 수도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별을 한 것이다.

 

 

 

 

“넌 걔가 첫사랑이니?”

 

 

 

첫사랑이란 말에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첫사랑인지, 그냥 잠시 느꼈던 쉬운 감정인지.

 

 

 

 

“사람들이 말하는 첫사랑은 어떤 것인데?”

 

 

 

 

궁금했다. 과연 첫사랑은 어떤 것인지.

 

 

 

 

“아련한 거. 뭔지 모르지만 가슴이 따뜻하면서 시려오는 감정 같은 거. 생각하면 편안해 지는 거. 행복해 지는 거.”

“엄마 시대는 복잡하게 사랑을 하는 구나. 그냥 좋으면 좋은 거지. 뭐가 아련한 건데? 뭐가 시려오는데.”

“칠봉이와 쓰레기 중 한 사람은 첫사랑이 되겠지? 아름답잖아. 생각할 수 있다는 거.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거. 여자에겐 추억이 사랑인 거야. 첫사랑! 살면서 만들어 놓은 추억이 첫사랑이 될 테니까. 여자에게 있어 첫사랑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집인 거야. 아름다운 집. 너무나 아름답고 눈이 부셔 보는 것만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 행복할 테니까.”

“난 쓰레기가 좋아.”

 

 

 

 

 

 

그냥 사랑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난 칠봉이.”

 

 

 

 

엄마는 칠봉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기를 하고 있었다.

 

 

 

 

두 남자 중 한 남자를 정해놓고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하기로 한 것이다. 엄마는 립스틱과 따뜻한 수면 양말을 원했고, 난 코트를 원했다. 엄마가 사 준 코트가 입고 싶었다.

 

 

 

 

엄마가 아픈 이후로 함께 쇼핑을 가 본 적이 없었다. 얼굴빛이 변해가고, 살이 빠지면서 앙상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영락없이 환자임을 느끼게 했다. 엄마는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하고 있었다. 스스로 갇혀 가고 있었으니까.

당당하게 걷고, 당당하게 누리자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일상이 달라지고 있었다. 작은 것 하나도 용기가 필요했고, 많은 노력들이 필요했다.

 

 

 

 

 

“저 상황에서 칠봉이와 결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돼. 연애는 쓰레기와 하고 있잖아. 그것도 아주 열렬히. 온갖 애정행각은 다 벌이면서. 그렇게 해 놓고 막판에 뒤집기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20대의 젊은 나이니까 반칙도 있을 수 있고, 감정도 달라질 수 있고. 또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질 것이고.”

“그래도 저들은 진짜 아닌 거 같은데. 너무 애정신이 많아.”

 

 

 

 

 

 

애정신이 많다는 말에 엄마는 웃었다.

 

 

 

“젊은 나이잖아.”

 

 

 

엄마는 유독 젊은 나이란 말을 많이 했다. 젊은데 못할 것이 뭐가 있느냐고?

 

 

 

 

 

“그래도 안 돼. 이미 쓰레기와는 너무 많이 왔기 때문에 바꾸기 힘들 거야. 막장이 싫어 이 드라마가 좋은데 구질하게 이어지면 안 되는 거니까.”

 

 

 

 

이 드라마의 장점은 막장이 아니었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내용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그 시절을 그리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막장으로 간다면? 고개를 흔들자 엄마는 또 웃었다. 엄마는 이 드라마만 보면 무조건 웃었다.

 

 

 

 

“작가가 잘 이끌어 가겠지. 잘 마무리 하리라 믿어.”

 

 

 

 

엄마는 이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입을 닫지 않았다.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단 사실이었다. 쉬임없이 재잘거렸다. 꿈 많은 여고생처럼.

 

 

 

 

“그렇게 재미있어?”

“넌 재미없어?”

“재미있기는 하지만 엄마처럼 입을 벌리고 있을 정도는 아니라서.”

“내가 입을 벌리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자 엄마가 웃었다. 진짜 재미있는 모양이다. 정말로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이 드라마, 언제 끝나?”

 

 

 

 

함박꽃처럼 웃던 엄마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물었다.

 

 

 

 

“12월 말까지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왜?”

“그냥. 날짜를 알고 싶어서.”

 

 

 

 

날짜라는 말을 하던 엄마의 입술이 살짝 떨리는 것을 봤다.

 

 

 

날짜! 시간! 엄마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다. 오늘은 무슨 요일이지? 오늘은 며칠이지? 지금은 몇 시나 되었지? 이유를 알고 있었다. 병원에서 정해준 시간은 6개월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일 것이다.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들은 무시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을 테니까.

 

 

 

 

 

마음 편하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진작 한 편의 마음에선 불안하고 무서울 것이다. 죽음! 죽음의 그림자가 늘 따라 다니고 있으니까. 엄마는 두려움, 불안감을 안고 살았다. 웃어도 마음껏 웃는 것이 아니고, 좋은 음악을 들어도 생각만큼 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엄마는 잠시나마 시간에 대한 불안감을 잊고 사는 듯했다. 주인공들한테 몰입되어 미소를 짓다가, 크게 웃다가. 엄마의 웃음을 오래도록 만들어 주고 있는 이 드라마가 그저 고마웠다. 12월이 아닌 더 오래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건 무리일 것이다. 이 드라마가 끝나면 엄마는 어디를 보면서 살아갈까? 엄마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살이 빠지긴 많이 빠졌다. 다음 주에 또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가야 한다. 항암치료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엄마는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얼굴이 미워지도록.

 

 

 

 

“내 얼굴 그만 쳐다봐. 잘 살아갈 테니까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마.”

“쓸데없는 걱정하지 않을 테니까 엄마도 시간에 대한 두려움은 놓았으면 좋겠어. 이미 6개월로 접어들었잖아. 계속 이 상태로 가면 이길 수 있을 거 같은데.”

 

 

 

 

 

병원에선 길면 6개월이라고 했다. 지금까진 나름대로 잘 헤치고 왔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또 6개월을 잡을 수 있고, 또 6개월을 잡을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엄마는 이 땅에 발을 디디면서 더 많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처럼 또 다른 웃음이 있는 것을 찾으면서.

 

 

 

“알았으니까 내 얼굴은 그만 쳐다봐.”

 

 

 

 

엄마는 가까이서 얼굴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 엄마잖아.”

 

 

 

 

내 엄마이기 때문에 어떤 얼굴이 되어 있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건강한 얼굴이든, 지금처럼 많이 미워진 얼굴이든.

 

 

 

 

 

“내기로 인한 쇼핑 말이야. 내일 가자.”

“내일? 누가 남편이 될 지도 모르잖아.”

“그건 작가한테 맡기고 우린 우리한테 필요한 선물을 사야지. 넌 코트를. 난 양말과 립스틱을. 또 예쁜 모자도.”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길게 약속을 잡지 않는다.

 

 

 

 

 

가급적이면 지금 하는 것을 원했다. 지금. 엄마는 내기를 위한 약속을 했지만 앞당기고 있었다.

 

 

 

 

“알았어.”

 

 

 

 

이미 눈으로 많은 것을 나누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과일 주스를 만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엄마는 석재 이야기를 했다.

 

 

 

 

 

“아까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아 한 번 더 물어보는데 걔는 괜찮은 거지?”

“걔하고는 잠깐 만난 게 전부야.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사랑도 아니고, 먼 훗날 가슴 한 가운데 남아 있을 사람도 아니야.”

 

 

 

 

 

엄마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났다. 그냥 떠났다. 더 이상 그에 대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오래도록 기억될 남자는 아니니까.

 

 

 

 

“과일 주스 맛있게 만들어 줘.”

“알았어.”

 

 

 

 

엄마는 짧은 대화를 끝으로 하고선 다시 드라마에 집중했다. 미안하다, 나 때문에 학교도 휴학하고, 연애도 못하고. 그런 마음을 많이 보였다. 그러지 말라고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엄마와 나, 아빠와 오빠뿐이라고 했다. 시험 친다고 바쁜 오빠는 다음 주에 내려 올 것이다. 그때 엄마를 위한 간병은 맡겠다고 했다. 아빠는 조금 있으면 퇴근 할 것이다.

아빠는 늘 바쁘다. 퇴근한 후에도 아빠는 좋은 약을 구하기 위해 뛰어 다닐 테니까.

 

 

 

 

 

 

그래서 지금 엄마를 가까이서 간병할 수 있는 사람은 엄마의 딸 밖에 없었다.

 

 

 

 

22살의 내가 해야 한다.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야 한다.

 

 

 

 

 

***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겨울의 밤은 길고 길기만 하다. 같은 얘기를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른다. 그래도 시간은 천천히 가고 있었다. 엄마는 잠이 올 때만 잠을 자기 때문에 자는 시간이 불규칙했다. 낮잠을 많이 자는 날엔 밤에 자는 시간이 더 힘들어지고 있었고, 또 자고 싶어도 아픔 때문에 잘 수 없는 시간에는 새벽까지 자지 못했다.

근래에 와서 엄마는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몸이 좋아지는 것인지, 많이 참고 있는 것인지.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다.”

 

 

 

 

주스를 마시던 엄마가 거실 창문을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 눈 소식도 많이 있다고 하니까 기대해도 될 거 같은데.”

“겨울이 길다? 봄은 언제 오려나?”

 

 

 

점점 감상적으로 변해가기도 하는 엄마는 밤의 세상을 간접적으로 보면서 작은 소망들을 하나씩, 하나씩 얘기하고 있었다.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내가 빨리 오라고 한다고 해서 금방 봄이 올 것도 아니잖아. 이제 겨울이 시작인데 벌써 봄을 기다린 다는 것은 욕심이겠지.”

 

 

 

 

욕심이라고 한다. 봄을 기다리는 것이 욕심이 된 엄마는 갑자기 일이 생겨 늦어질 거 같다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가장 빠른 소망은 아빠가 일을 마치고 이 집으로 오는 것일 테니까. 엄마는 하루 종일 나하고 생활을 하면서도 막상 아빠가 오면 아빠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엄마에게 있어 딸은 딸일 것이고, 남편은 남편일 것이다.

 

 

 

 

딸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마음은 다를 테니까. 아들에 대한 감정도 다를 것이다. 큰 감정은 같아 보였는데 엄마만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 같았다. 같은 사랑은 사랑인데, 같은 눈빛인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남편에겐 어떤 감정일까. 또 아들에겐 어떤 감정일까.

 

 

 

 

“사랑한다, 우리 딸.”

 

 

 

 

갑자기 이건? 사랑한다고 한다. 느닷없이.

 

 

 

 

“사랑해. 아주 많이.”

 

 

 

 

그냥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그런데 막상 입에서 나와 직접 사랑한다는 말 앞에선 어색했고 행동의 제한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익숙하지가 않았다. 사랑은 언제나 말없이 진행될 뿐이었다. 더욱 이 집의 분위기는 이런 말에는 인색했다. 그런데 사랑한다고 한다. 두 번씩이나.

 

 

 

 

“엄마!”

 

 

 

 

두 눈을 말똥거리며 쳐다보자 엄마가 웃음을 지었다.

 

 

 

 

“세 사람 중 널 가장 사랑해.”

 

 

 

 

이 말, 묘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아빠 앞에선 당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할 것만 같았다. 엄마를 향해 너무 오래도록 쳐다보았나?

 

 

 

 

 

“넌?”

 

 

 

 

엄마의 입과 눈에 장난기가 보였다. 그런데 그 장난기 속엔 진심도 보였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나도 엄마를 사……랑하지. 사랑해. 아주 많이. 하늘만큼. 땅만큼.”

하늘만큼 땅만큼이란 말에 엄마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늘만큼, 땅만큼이라. 어릴 적에 네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의 하나였는데. 오랜만에 들어보니까 기분이 더 좋네.”

“내가 이 말을 많이 사용했어?”

“많이 했지.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한다고.”

“한 번 더 해 줘?”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되었다. 물론 그 속엔 진심이 있었다. 이왕 이런 분위기로 접어들었을 때 하고 싶었으니까.

 

 

 

 

“한 번 더 얘기하고. 응답하라 1994 보자.”

“……!”

 

 

 

 

할 말이 없었다.

 

 

 

“아빠를 기다리면서 겨울의 밤을 보내기엔 그것만큼 시간이 잘 가는 것도 없어.”

“알았어.”

 

 

 

 

 

어차피 겨울의 밤은 길어서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창문너머를 바라보며 눈이 오기를 바라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또 봄은 언제 올 것인가도 막연했다. 지금 가장 시간이 잘 가는 방법은 리모컨을 켜는 것이었다.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시간이 복합적으로 움직일 테니까. 또 엄마는 웃을 것이다. 그 웃음을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