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같은 여자의 집에 내가 결국인지 드디어인지 모르지만 입성을 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원에 의해서 왔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녀가 나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한 배려였는지도 모른다
“앉으세요.....춥죠?“
난 머리를 가로 저였다. 춥기는 가슴에서 열기가 뻗치는데.....
“좀만 기다리세요 춥지않게 해 드릴께요...”
그녀가 겉옷을 벗어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고 난 벽걸이 티비 앞 쇼파에 앉았다.
“담배 태우셔도 되요...재떨이 드릴까요?”
“아아 아닙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되고 더구다나 혼자사는 여자의 거실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에티켓에 당연히 어긋나지만 그녀는 내게 담배를 피워도 좋다는 싸인을 냈다
왜?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특별한 배려?
그녀가 옷을 금새 갈아 입고 나온다.
노오란 색조의 드레스로 갈아 입은 그녀의 자태가 내 마음을 흔든다
오랜 세월 혼자 사는데 익숙해 있었는데
나 답지 않게 얼굴이 달아 오르고 그녀를 안아 누이고 싶은 충동이 막 끓어 오르다니
“저고리 벗으세요....”
“괜찮습니다...”
“^^^ 술 드셨어요 얼굴이 무척 상기되셨네^^”
“글쎄요....나도 모르겠네...둘이 있어서 그런가....”
그렇게 어물쩡 대답하고 있었지만 내 가슴 화산이 붉게 타는걸 부인할 수는 없다
“좀만 기다리세요....옆에 리모콘 있고요. 아님 컴퓨터도 그 옆에.....”
“어디 가시게요?”
“네, 선생님께 드릴게 아무것도 없네요”
“밤에 뭐...?”
“술도 없고.....안주도 없고....”
그녀가 편한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고 슈퍼에 가는가 보다
하기야 맹숭맹숭 앉아 있기보다 술잔이라도 앞에 놓고 주거니 받거니 히히덕(?)거리는게 자연스럽겠지.
혼자사는 여자. 더구다나 란같이 고고한 여자의 집 냉장고에 소주가 있으랴 맥주가 있으랴
“같이 갈까요?”
“아니예요...바로 앞인데.....그냥 앉아 계세요.....사람들 보면 챙피해요^^ㅎㅎㅎ”
“챙피해요? 저하고 같이 가는게....?”
“그럼요.....저 얼마나 큰소리 쳤다구요 동네사람 다 알아요 평생 혼자살거라고...”
“.........................”
“선생님 때문에 저 이사가야 할지도 몰라요. 이 동네 저 따라다니던 괜찮은 남자분들 많아요 호호호”
그랬겠지. 말 안해도 안다. 돈많고 명 짧은 과부는 남성들의 타켓이고 선망의 대상이라는데...란같은 여자야 돈도 많고 얼굴에 몸매까지 짱이니......
내가 복이 많은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복이 없다고 할건 무언가
여하간 그 여자의 고백대로 따라 다니던 남자가 많았으리라는대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녀의 신발 끄는 소리가 멎자 난 쇼파에서 일어나 거실을 더듬어 걸었다.
큰 그림이 한점 걸려 있는 주방 옆에 눈에 들어오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띈다
<근엄하게 생긴 남자 그리고 그 옆에 다소곳이 선 여자>
그 여자는 란같은 여자 고은아의 좀 젊은날의 초상이고 남자는?
죽은 남편이겠지? 잘 생겼네.....솔직히 나보다 훨씬 멋지다.
지적이면서 약간은 야성적인 눈과 덕망이 있어보이는 이마.....
그 사진 속의 남자가 나를 향해 눈을 부라리는 것같다.
난 뒤돌아서 배란다 쪽으로 갔다.
배란다 반쯤 화초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주로 란이 많다.
란을 좋아하나?
여자들은 란보다는 꽃나무를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죽은 남편의 것들.....
왜 거기까지 생각이 비약되는지.....? 나도 모른다.
뭔가 꺼림직하고 상쾌하지 않다.
한 남자가 사랑하고 간 여자
그녀의 가슴에 남은 먼저간 남자의 흔적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걸 다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까?
더구다나 나같은 경험없는 남자가 그녀의 상처까지 다 끌어안고 갈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여자로부터 내게로 오는 자애로운 눈빛과 소망이 가득한 미소속에는 한 남자가 머물다가 간 초조함이나 불순물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난 금방본 란같은 여자와 남편이 박힌 사진틀을 다시 돌아보고 있었다
여전 사진속의 남자는 나를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고 란같은 여자는 남자의 팔장을 더 바짝끼는 것 같이 느껴졌다.
“딩동!!”
그냥열면 될텐데 왜 누르지?
자기가 돌아 온다는 신호....?
다시
“딩동!!”
인터폰이 또 울린다, 그렇다면 란같은 여자가 아니고.....?
열어볼까? 말까?
난 폰을 들었다. 폰을 들자 화면에 사람이 나타난다
다른 사람?
아니다. 란같은 여자다.
양손에 물건을 들어서 그랬구나
난 얼른 파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그녀가 환하게 웃고 서 있다.
“받아 주세요^^”
“아....네”
난 그녀의 양손의 물건들을 받았다.
술병 부딪는 소리가 나고
그녀는 살맛 난다는 듯이 네게 행복한 애교를 떤다
“선생님, 저 취하고 싶어요 호호호”
“....................”
“선생님,우리 술먹고 춤춰요.....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선생님하고 춤추는 날을 말이에요 호호호호호”
연신 엉덩이를 흔들며 애교를 떠는 그녀의 몸매가 매우 관능적이다
“좀만요....제가 예쁘게 차려서 올릴께요 호호호호”
주방에서 상의 차리는 여자
콧노래까지.....
그렇다면 오늘밤이 정말 그녀와 첫날밤이 되려나?.......
과일 깍는 모습에 술잔 찾는 소리.....
접시를 꺼내는 손......그리고 연신 나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녀의 섹시한 포즈....
난 이미 밤의 미학 속으로빠져들고 있는게 분명했다
오늘밤은 아마도 란같은 여자와 내가 밤의 진미를 먹을지도모른다.
누가 그러대
밤이 주는 묘미가 없다면 인생은 너무도 삭막한 전장이라고
밤이 주는 속삭임과 어둠에서 빗어내는 생명들의 짝짓기가 없다면 인류는 무슨 재미로 살아가느냐고
“선생님, 어떤술로 하실래요?”
“네에...아무거나요”
“양주는 좀 싼거지만 있더라구요. 맥주 그리고 전 소주가 좋아서 .....”
그녀가 내 얼굴을 쳐다본다.
하기야 나도 양주를 먹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맥주 아니면 소주, 거기다 좀더 쎈 것을 원하면 폭탄주였지.....
“맥주하고 소주하고...타서 먹을까요”
난 엉겹결에 그렇게 말했다.
“네? 아 폭탄이요? 호호호 폭탄 터지면 어째 호호호”
이윽고 그녀와 내가 마주 앉았다.
작은 상에 놓인 술과 안주... 설레임
술은 가슴이 허전한 이들에게는 가슴을 채우기 위해 마시워지고 용기가 없는자들에게는 용기의 충전용으로 마시워진단다.
그녀와 내가 마시는 술은 무슨 술일까?
그녀가 술을 따룬다 내 잔에.....
난 술병을 기울이는 그녀의 고운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타고 올라간 자리에 봉긋하게 부풀어 있는 그녀의 가슴에 시선이 닿았다
남자의 영원한 소망....여자의 젖동산....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갈급하듯.....
내 오랜 홀로서기라는 철학이 오늘밤으로 정말 와르르 무너질것 같다.
“제 잔 체워주세요”
난 그녀의 손끝에서 술병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민 작은 술잔에 술을 부었다
“선생님, 손 떨리네^^”
정말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술이 부픈 가슴에 닿으면 아마도 난 그녀의 영토를 점령하리라......
그녀의 영토에 내 깃발이 펄럭이면 그녀는 내게 무어라 말할까?
첫사랑 문희가 내게로 보낸 여자 고은아........
그녀가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