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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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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낚시


BY 망팬 2013-04-10

오는 주말에 야외로 부담없이 떠나보자는 약속을 하고 별장을 벗어나 시내로 접어드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흔들어 주던 백미러속의 모습이 내 가슴에 진하게 남는다

무엇인가 아쉬웁겠지.
아쉬움으로 사는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아마도 아쉬움과 못다함의 줄거리가 아닐까

냉혈아라고하는 내 마음 공작소의 차거운 피가 누군가의 불꽃에 의해 데워지려는 느낌이다.

가까이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헤어져 있어도 보고 싶고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는 이성이 지금 막 태어나려 하다니.....

“선생님, 가시게요?.....아쉽다....”

아쉬워하던 란같은 여자의 얼굴. 그러나 어쩌면 주체할 수 없는 나의 참아온 욕망이 금방 분출할 것같은 염려로 난 그 자리를 피했는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남자의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가 들어 날까봐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그녀와 헤어져 나름의 호흡을 정리하여야한다고 판단했던게 분명하다

사랑에 놀란 사람들!
사랑에 상처가 있거나 사랑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칫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가 보여질까봐 짐칫 놀라 호감을 갖고 접근하는 상대의 고백에 괜한 벽을 쌓는 경우가 많다

대덕구의 3.4공단이 멀리 보이고 유성에 자리한 연구단지로 들어가는 가로수 길은 한산하다.
우성이산을 돌아 다리를 건너면 이제 내가 사는 집인데.....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늘 그랬던 것 같다. 나를 엄습해 오는 변화가 느껴질때마다 늘 소주 독잔을 기울였던 버릇...누구하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 한다거나 마음을 털어놓고 상의해본 경험이 없는 혼자만의 인생길은 정말 외로웠다고 할까...

연구단지의 단풍나무 가로수들이 라이트에 비춰 아직도 기웃거리는 미련의 낙엽을 보게 한다. 전자통신 연구원이란 네온앞을 지나 막 차를 밟는데 멀리 차를 세워달라는 모션이 시야에 들어온다.

<늦은 시각인데.....여자잖아????세워 말어.....좀 찬찬히 가보자....요즘 잘못하면 꽃뱀에 걸린다는데....>

실체를 확인해 보고 싶다. 서서히 속도를 늦추고 그 앞에 멈췄다

얼핏 보니 여학생임에 틀림 없다.
무슨일일까? 그냥지나쳐 말어.....
순간에 생각이 마구 판정을 내리라고 종용하고 난 호기심과 모험심 반으로 인적도 없는 연구단지 길에서 연한 머리칼을 휘날리며 차를 세우는 그 앞에 결국 멈춰 섰다

<누가 또 있나?>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어디까지 가지~요?”

고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데 차림이 아무래도 학생은 아닌 것 같다

“타임월드....”

찬바람에 얼마나 서 있었나....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애처러워 보이는 소녀를 난 태워주기로 했다.
어쩌면 그를 도와주고 싶기도 하지만 막연한 호기심....더 있다면 흑심까지.....

“........!!”
“아저씨, 타도돼죠?”

내 얼굴을 쳐다보는 소녀의 얼굴에 약간은 공포감이 있는듯하다....
난 도어록을 풀었다. 그리고 문을 열어줬다

소녀가 조수석에 탄다
그녀 얼굴을 난 힐끔 바라보았다 경계어린 눈초리로 조금은 탐색을 하면서.....

초미니에 갸녀린 허벅지가 드러난 옷
서툴지만 짙게 바른 립스틱에 성숙하게 보이려 흉내를 낸 헤어......

언뜻보니 일본에서 온 말이 어눌한 어느 연예인을 닮은 것 같다

히타를 틀었다. 떨고 있는 소녀에 대해 내 배려를 알리려는 듯 나눈 히타 외에도 시트방석 열선 스위치도 눌러 주었다.

소녀는 머리를 구부리고 한참동안 안정을 찾으려는듯이 조수석 아래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다.

무언가 말이라도 건네야 할 것 같다. 그냥 있자니 뭔가 이상하다?

“어디다 내려주면 되지,,,?”
“......................”
“타임월드라고 했지.....?”

소녀가 얼굴을 들고 나를 쳐다본다. 좀은 맘이 놓이는 표정이다. 내 목소리가 저음이라 그랬을까? 그건 모르지만 그녀의 옹크렸던 몸이 좀은 녹는 듯 약간의 미소까지 띄어 보인다

<호의에 고맙다는 표시일까? 아니면 그냥 미안하다는 검연쩍은.....>

“아저씨!”
“..........으으응?”
“저어..........”

무언가 말하고 싶은게 있는거 같다. 혹시 수작을 부리려나? 요즘 10대들이 무섭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있다. 여친을 나이 든 어른에게 접근시켜 꼬투리를 잡고 협박하여 돈을 뜯어 낸다잖아.................

갑자기 소녀에 대한 경계심이 일어 난다.

<그래,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 줘야 맞지...쓸데 없는 생각은 아예 마라.>

내 마음 양심의 샘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 오고 난 어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소녀를 향해 말했다

“왜? 타임월드 아니고 다른데야?”

내 톤이 너무 컷나 소녀가 움찔했다.

“아니에요 아저씨......”
“그럼?”
“저어..........”

저어~ 라고 망설일때는 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왜? 돈이 필요한가?”

돈이 필요하다면 좀은 주어야지.

“아저씨....참 좋으신분 같애요^^”
“응??”

난 황당해서 피식 웃고 말았다.

“아저씨, 저어...갈데가 없거든요.....하루만 ....”

이럴줄 알았다니까.....이게 완전히 그거인 것 같다. 소위 미성년 원조조직......

“갈데가 없어?”
“예, 집나온지 1년 되었는데....”
“1년?”
“네.....”
“그동안 뭐했는데....빨리 집으로 가야지....”
“집도 없어요”
“부모님 안계셔?”
“네, 아빠는 집에 불지르고 잡혀 가고 엄마는 도망갔어요....”

이게 무슨 소설인가? 거짓말을 하는게 틀림 없다. 나를 포획(?)하려는 덫이 분명하다.

“나도 집이 없거든 그러니까.....어디든 내리라고......알았지!”
“.................”

난 차를 타임월드를 향해 의도적을 세게 몰았다.
거리에 네온등이 찬연하다.
거리에는 자동차가 켠 꽃불들이 생기 넘치는 둔산 신시가지의 업황을 대변하고.....

“흑흑흑.....”

왠 눈물........

차를 몰아가는 내 머릿속의 생각들과 솔직히 말해 예민한 말초 신경들이 복잡한 구조를 이루면 판단의 계산기를 두드린다.

<진짜로 불쌍한 아이인지 모르잖아....아냐, 그럴리 없어...연막이야....앙큼한 연극좀봐...>

“아저씨!!!“

소녀가 나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눈물 자욱난 얼굴로 나를 향해 불러오는 소녀의 시선을 난 피했다

“아저씨, 집 없으면 저하고 살면 안돼요?”
“뭐라고?”

난 깜짝 놀랐다. 기가 막힌다. 초면에....이런 얄궂고 엉뚱한....일이...

“아까, 아저씨도 집이 없댔잖아요 ㅠㅠ”
“그게 아니고....”

입씨름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마침 잘됐구나 싶어 난 길옆에 차를 댔다. 그리고 얼른 핸드폰을 열었다

“여기서 내려....!!”
“아저씨, 하루만 저를 보호해 주세요 네.....”
“보호?”
“네에......저를 여기 두고 가면 전 죽어요.....”
“죽어?”
“네...”
“왜? 누가 쫒아와?”
“네......하루밤만 보호해 주시고 내일 저 집으로 갈께요. 집은 없지만 외할머니한테라도 갈거예요...아저씨~~”
“좀 있어...전화좀 받고.....”

찍힌 전화 번호는 가게다

“선생님...”
“응, 왜?”
“저, 정미예요....”
“응, 그런데....?”
“언제 오세요....? 오늘 오세요?”

난 소녀를 힐끔 쳐다 보았다. 가게로 가려면 지금 차에 탄 소녀의 생떼를 떨쳐야하는데....

“무슨일 있어?”
“아뇨, 박씨 아줌마가 갑자기 가게 그만 둔다고 막 난리네요....”
“왜?”
“모르죠.....짐싸고 있어요.....”
“짐을 싸?”
“네에......내일부터 안나온대요...”
“왜그러지?.....”

박씨 아줌마가 왜 그럴까? 큰누님처럼 나를 살펴주던 그녀가 왜 가게를 그만두려고 할까
남자라도 생겼나? 아니면 독립이라도 하는걸까? 그렇다면 나하고 상의해도 될텐데....
그런적이 없는데....별일이다

“저어...오늘은 못갈것같고.....내일 아침 일찍 갈게 문 잘닫고 들어가라 알았지”

정미와의 통화가 끝났다.
소녀가 전화를 받는 나를 응시하다가 생긋 웃는다.
어이가 없다. 언제 봤다고,,,,,

이게 정말 내 인생의 시나리오에 있기는 한 줄거리인가?

“왜 웃어?”라고 말하면서

나도 푹^하고 웃고 말았다

“아저씨, 아저씨 갈데 없으면 제가 재워 드릴까요 저 돈 있어요....^^”
“뭐야....정말 미치겠네......”
“아저씨...기러기 아빠죠?”

나를 기러기 아빠라. 그렇다면 내 몸에서 홀아비 냄새가 난다?

“어떻게 알아?”
“알죠.....”
“어떻게?”
“써 있어요.....혼자사는 남자들 알아요....”

소녀가 알 듯 모를 듯 웃었다. 소녀의 의미심장한 미소는 무슨 의미일까?

“아저씨, 겁나시죠? 괜찮아아요, 저...그런애 아네요.....가요..^^”

그런애가 아니라니....무슨 말일까...?

“아저씨, 집에가서 제가 시중 들어 드릴께요 뭐든지....다아~”
“뭐든지?”
“뭐든지 다아요....저 밥도 할줄 알아요....빨래도 잘하고.....뭐든지 할 수 있어요 ㅎㅎㅎ”

갑자기 앞이 아물거린다. 어이 없는 계집애다.

누가 쓴 이 밤의 시나리오란 말인가.

<어쩌지?>

갑자기 내 차가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