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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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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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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스커트


BY 망팬 2013-04-03

란같은 여자의 별장은 둔곡(屯谷)에 있었다
둔곡은 행정복합도시가 들어설 연기군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내가 잘 아는 작은 마을이다.

“음주운전 하시는거 아니예요?^^”

낮 소주 세잔을 마셨더니 얼굴이 약간 따끈하게 자극되지만 내 주량으로 운전을 하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돈이 많으신가봐요?”

무의식중에 내 입에서 그러말이 튀어 나왔다

“제 재산에 관심 있나보죠?”

당황스럽다. 재산 추적을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데....흉물로 오해 받지 않을까...

“아, 네 재산에 관심 없다고 하면 그렇고....솔직히 말씀드리면 별장까지 있으신것에 놀라서 물어 보는 것입니다”
“알아요 호호호 선생님이 뭐 재산에 관심이 있으시겠어요. 문희에게 얘기 들었거든요. 내노라하는 여자들도 다 거절하셨다면서요.....”

젊어서는 그랬다 솔직히.....돈에 집착하는게 추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고고하게 욕심없이 살다가 가는 것이 남자의 길이라고 생각 했었다. 더욱이 나같이 까다로운 사람을 위해 멀쩡한 여자를 희생하라는 것도 내 마음에 안맞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얽매여 산다는 자체가 거추장 스러워 이 핑계 저 핑계 결혼을 거부한 끝에 못난 외동 아들을 위해 청상과부로 살다가신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지 못했으니.....최고 불효가 바로 나같은 사람이라는 후회가 나이를 먹으니 더욱 새록새록 저며온다
새롭게 아파트가 들어선 관평마을의 테크노벨리 틈새를 지나 도토리 묵으로 유명한 구즉동의 묵집들을 지나면 구룡으로 넘어가는 재가 있다.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나무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청운의 잎새를 다 떨구고 더러더러 붙은 후물 단풍들이 바람에 쓸쓸히 나부끼고 있는 2차선 포장도로를 고즈넉하게 운전해 가는 여자를 태운 나의 자가용

아무래도 란같은 여자 고은아를 내 가슴에서 점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이가 먹으면 변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더니....
몸도 변화 되지만 문득 문득 금기로 여기고 소신으로 지켰던 것들을 슬며시 거두어 들이는 경우가 그것이다

“별장은 언제 지으셨나요?”

난 발린 소리로 그냥 말을 던졌다.

“네에~ 선생님께 이런말 해도 되나 모르겠네요....”

난 그녀의 얼굴을 힐끔 쳐다 보았다. 무슨 말?

“남편이 독일어 교수셨어요. 제게 조용히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다고 오래전 여기 땅값이 오르지 않았을 때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작은 화실을 만들어 주신거죠?”
“그렇군요. 근데 교수님은 왜?”
“네....교통사고 당하셨죠....다 지나간 일이예요....운명이죠 뭐...”

그녀의 얼굴에 낭패의 추억이 가득했다. 괜한 질문을 했나보다
다른 화제가 없을까?

“문희 하고는 어떤 사이신지 궁금해요....”
“아아....문희가 얘기 안하죠? 문희하고는 동갑이죠. 장박사님(문희 남편)하고 우리 이 교수님하고는 친한 친구셨죠.”

그랬구나. 남편 친구의 아내로서 친해진 사이라는 말이구나

“근데, 꼭 초등학교 동창생 같아요”
:그래요 호호호....동갑이고 해서 스스럼 없이 지내게 된거죠. 그런데 요 근래에 문희 만날때마다 선생님 애기를 하는거에요 “
“그래요.....문희가 제가 혼자 산다는 소문 듣고 불쌍해서 그랬나봐요”
“불쌍하긴요. 제가 보기에는 너무 좋아 보이는데요^^”
“그래요. 뜻밖이네요. 좋아 보인다고 한 사람은 첨이예요 ^^^”

이 말 저 말 하다 보니 고개아래 마을이 보인다. 둔곡리는 원래 성삼문의 후예들이 모여사는 성씨 집성촌이다. 우리 이모네 집이 여기에 있었는데 어릴적 어머니와 가끔 들른적이 있다. 그 때는 소롯길 뿐이었고 달구지 한대가 지날 정도의 비포장 도로였는데 어머니는 좀은 가난하게 사는 이모에게 옷가지니 생필품을 잔뜩 사들고 왔던 기억이 난다

이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 이모는 팔자가 좀 세다고 할까....어머니와는 다르게 말상으로 생기신 이모는 이모부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면서기를 하던 이모부는 어느날 면서기를 때려치우고 왕창 돈을 벌 수 있다는 공사판의 경리로 취직을 하였고 그곳에서 여자를 얻어 두집 살림을 했다. 지금 시대 같으면 어림도 없겠지만 이꼴 저꼴 다 봐가면서 홀로 3남매를 기른 이모의 생활력은 정말 혀가 내둘릴 정도였다

이모 얼굴이 떠오른다. 참 고생도 많이 하시더니......

“저기예요...”

란같은 여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큰길 오른쪽으로 시멘트 포장 갈림길이 보인다.

“ 좀만 들어가시면 되요”

그녀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평안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참 곱다는 생각이 든다.

“뭐라고 불러야 편할까요?”

그동안 호칭이 만만치가 않아서 애매했기에 호칭을 찾고 싶었던 것일까

“호칭요.....맘대로 부르세요. 저는 이름 부르는게 좋던데....호호호”
“은아씨라고요?”
“아뇨...그냥 은아라고 불러 주세요”
“그건 너무......”
“아네요....나이도 오빠이고 한데....어짜피 친구는 아니잖아요^^”
“그런가.......”

난 속으로 연습을 해 보았다

<은아~>

내가 씨익 웃자

“왜요? 뭐 때문에 웃으시죠?”
“그냥 좋아서요 ㅎㅎㅎ”
“제 이름 괜찮지요?”
“네....아주 좋아요 어울려요 고은아~ ”

그녀와 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정말 좋아지는걸까?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좀 올라가니 집 한 채가 보였다.
그림같은 집이었다.

“저기다 차 대세요”

주차장이 비어 있고 어느새 연락을 받았는지 늙수그래한 영강님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 왔지? 갑자기 내 운명이 무엇에 이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내 인생이 변곡점을 맞을 것 같다는 느낌
차를 세우고 문을 열면서 그녀를 다시 쳐다보니
한마디로 고은아 그녀가 너무 예쁘다 섹시하다

왜이래? 홀렸나.....내 진실을 측정해 보고 싶다. 일시적 감정일까....?
기왕 변할 바에야 뜨겁게 변하는게 낫겠지.

인생에는 세 번에 기회가 있다던가....그 마지막 기회가 이번이 아닐까....
어중띤 내 마음이 지금 어디를 향해 가는걸까....

마음이 혼돈스럽다. 이런 일은 없었는데.....문희 말고는.....침착하자....가볍게 보이면 안돼지,,,,마음을 추스르며

그녀의 등 뒤를 따라 별장 대문을 막 지나고 있는 나의 시선속으로 그녀의 검정색 미니스커트 자락과 매끈하게 뻗은 장단지가 충동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느낌이 내 가슴에서 생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