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44

여우꼬리 흔들리는 밤


BY 망팬 2013-02-23

비누거품이 채 지지 않은 몸으로 문을 열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한번 벨이 울린다

<또 울리면.....>

가버렸나보다. 반장인가....?

한밤중도 아랑곳 없이 벨을 누르고는 ‘내일 열리는 반상회에 참석하라’거나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 달라던 3층 반장 여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샤워기가 뿜어주는 따스한 수온이 내 몸을 감미롭게 한다. 비누 거품을 다 지우고 유리 거울에 냉수를 뿜어 서린 김을 닦아내 본다.

욕조 밖으로 나와 세면기에 냉수를 받아 얼굴을 살며시 담그면 피부가 탄력을 찾아서일까 기분이 매우 상쾌하다.

물기진 몸을 감쌀 타올을 찾노라면 거울만이 벌거숭인 나를 지켜보고 있다.
몸을 비틀어 본다

“아아아~”

뭔가 채우지 못한 미련이 거울 속 여자에게 가득히 서려있다. 아쉬운 것을 떨쳐버릴 수 없다.
왜 그러지.....그래 여체에도 바이오리듬과 사이클이 있다던가^^

“후우~”

무의식중에 한숨이 나온 것이다. 모름지기 꽃이란 나비가 있어야 꽃이지....
솔직히 남자가 그리운걸 막을 수 없다.
마흔 두살의 여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1년의 끝으로 오는 자유에 대한 그리움....

새 남자를 만나고 싶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세월이 아쉽다. 이 봄에는 꽃이 되고 싶다.
죽은 남자의 그늘에서 어서 속히 벗어나 새로운 영토로 떠나고 싶은 것이다
새 여자를 만나는 남자들은 여자를 대할 때 나이키 운동화만큼 가슴이 설렌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자만 그럴까.....여자라고 새로운 남자를 바라보며 울렁이지 않을까.....

누군가에 귀동냥한 이야기에 의하면 영국이라든가....외국의 어떤 여성이 육십명의 남성과 결혼해 남자 소유(?)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단다. 여성에게도 남성만큼의 외도 심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 과장된 것일까

남자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 편한대로 규범을 정해 놓고
여자는 오로지 한 남자만을 섬기라고 가르쳐 왔지 않은가...여자로서는 너무 분한 일이다

간음은 어림도 없거니와 술을 마시는 것도 이혼 사유가 될 정도로 엄했으며
이씨조선 5백년동안의 여자에게 씌워진 멍애는 오직 수절과 정조를 지키는 것을 으뜸 덕목으로 여겨오지 않았던가

생산하지 못하거나 아들을 낳지 못하는 잘못을 몽땅 여자에게 뒤집어 씌우고 대를 잇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축첩하고 한 수 더떠 하인의 여자이건 딸이건 제 원하는대로 유린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결국 여자의 계절이 오고 말았다. 아직도 고루한 생각들을 가진 남자들이 많이 있지만 옛날과 비교하면 우리네 여자의 성은 개방의 절정(?)을 이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외 정사에 대한 기혼 여성들의 의식이 급변하고 있는 것과 맞추어 연속극마다 불륜이 아름다운 소재가 되고 있으며

언젠가 방영된 ‘앞집 여자’라는 드라마의 멘트중

<난 남자를 만날 때마다 조약돌 하나를 넣지. 스무 개(섹스 횟수)가 쌓이면 더 이상 만나지 않아>

라는 정말 놀랄만한 대사로 주부들의 공감(?)을 얻었다던가....

이제 유부녀도 애인이 없는 여성은 숫처녀처럼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는다는 우스개 아닌 유머가 현실이지 않은가. 하루밤을 자도 즐거운 상대와 마음껏 즐기기 위해 연하의 남자를 선호하는 여자들의 진심을 남자들은 원망하지 못할지니.....

대부분(?)의 여성이 혼외 정사의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친구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성충동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사랑하지 않는 남성과도 성 관계를 가질 수 있고
첫 만남에서도 끌리면 침대로 향할 수 있다는 반응들.....
가히 혁명적이라 남자들은 말하지만 여자의 원초적 본능이나 남자의 그것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머리가 아플수 있다더니...
요즈음 유독 내 머리가 복잡하고 찜찜한 것은 어쩌면 남자 사랑을 못받아서 나는 증상이 아닐까...
거기에까지 내 생각이 이르자 조소를 금할 수 없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나.....누구에게도 화냥녀의 피가 흐른다더니.....>

물기를 닦고 안방으로 엉덩이를 빼닥이며 들어가 본다.
황진이처럼 요염하게 걸어보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아무 짖거리라도 해보고 싶은 욕망의 꼬리랄까.....

화장품을 찍어서 순서대로 바른다. 거울 앞에 앉은 내 상채가 나름 곱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감싸지 않은 맨몸으로 포근한 침대속에 몸을 넣고 싶다.
그러나 여진이가 올텐데.....올 시간이 되었는데.....

하얀 잠옷을 입는다. 옷 속에도 추억이 있다. 달콤했던날의 바람소리....

내가 그이를 원하는 날은 꼭 하얀 원피스 잠옷을 입었었다.
와인 한잔을 올리고 무드로 돋우어 그를 유혹(?)하면 점잖은 체면은 어디로 갔을까
물불 못가리고 덤비는 남자의 불꽃에 난 까만 재가 되기도 했고
더러는 정상 문턱에서 허물어진 경험들이 오늘따라 그리웁다.

동물의 발정기처럼 여체에도 꿈을 꾸는 시기가 있다던데......
흔들리는 밤이 이슥해지고 여진이가 오면 줄 요량으로 냉장고의 먹을거리를 확인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누구.....?

“여보세요!!!”
“저예요, 형수!!!”
“아니, 도련님....?”
“네, 아까 형수 댁에 가서 벨 눌렀는데 아무도 안계신 것 같아서.....”
“아니, 그럼 서울에서 오신거예요?”
“네에...”
“출장 오신거예요?”
“네, 금산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금산요?”

시동생이다. 얼마전 군에서 대위로 제대했는데 바람난 동서와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지지리도 불쌍한 남자.
여자가 옷가게 한다고 해서 이돈 저돈 다 동원해서 줬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어느날 갑자기 빚더미에 올라 앉고 거기다 한 수 더떠서 이혼을 요구하고

결국 여자는 도망가고 기댈때 없는 신세가 된 겉만 허멀끔한 남자.
남편을 빼다꼽게 닮아서 만나면 더욱 가슴이 아픈 남자.

<오라고 해야하나....>

조심스럽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아무리 시동생이라고는 하지만.....좀은 그렇다 솔직히.....

“어쩌시려고요?”
“네, 그냥 올라갈께요. 얼굴이라도 뵙고갈려고 했는데....”
“시간 있는거 같은데 잠간 오세요....”
“형님 제사때도 못와 보고 죄송해요....”

주눅든 시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니 괜히 콧잔등이 시큰하다.

“갈데도 없으면서......집으로 오세요.....”

난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놓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맞이하는게 정상인데 왜 오늘따라 부담스럽지......

난 하얀 잠옷을 벗고 시동생을 맞이할 옷을 입으려 옷장을 뒤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