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다. 선물의 의미를 찾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돌려줘야할까?
그냥 받는다면 재범은 어떤 태도로 나를 대할까?
남자로부터 선물을 받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걸 건네주다니.....
한마디로 의사 정리가 안된다. 극도로 혼란스럽다고할까
목걸이나 스카프 따위를 받아보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꽃바구니나 과일 아니면 상품권을 받았거나
남편이 해외 여행길에 사다준 향수를 받고 나름대로 좀 야한 감정을 느껴 봤지만
혼자된 내게 그것도 다른 사람 아닌 연하의 재범이가 주는 의외의 선물이 주는 혼란
어렴풋이 짐작했던 일들에 대해 감정을 정리할 때인것 같다
핸드폰을 꺼냈다가 방바닥에 그냥 던졌다.
전화를 한들 무슨 말을해
가져가라 하기엔 내 마음이 단호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고맙게 받았다고 할 처지도 아니지 않은가
<힘든 사랑을 해?>
내 뇌리로 스쳐지나가는 물음표
<혼자 살 수는 없지......그렇다면 누구에게 남은 시간을 맡기고 동행해야 한단 말인가.....>
쉬운길이 어쩌면 어려운 길이지도 모른다. 지금 나를 극진히 위해준다고 해서 영원히 나를 대접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남자는 때로 감정에 치우치는 경향이 다분한 감정이 미묘한 동물(?)이라하지 않던가.
당연히 책임지고 지켜야 할 아내와 자식들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한 순간에 눈이 맞아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여자에게로 가버리는 파렴치(?)한 인간들을 보아 왔지 않나
<여자란 모름지기 한 남자만 알고 사는게 복이여>
삯바느질로 콜록거리는 남편의 병수발을 하며 십수년을 사는 평촌동 외숙모가 피도 안마른 내게 무슨 뜻인줄도 모르는 소리를 해대던 방년의 금언(?)들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터득되어 왔지만....
지금 난 간단한 문제를 어렵게 풀고있는 꼴이다
재범이가 무슨 선물을 했던지 내가 취할 태도는 한가지 뿐인데.....
왜 혼란스러워 한단는 말인가
설혹 그가 나를 연모한다하여도 그와 나는 동행할 상대는 아니다
평생 나를 위해 준다하여도 그건 짐이고 내게는 늘 미안한 감정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압박의 생활이 될게 뻔하지 않은가....
TV가 혼자떠뜰고 혼자 배회하며 깊어가는 독수공방 여인의 봄밤
낮익은 번호가 찍힌 핸폰이 노래를 부른다
폴더를 밀어 귀에 대니 동욱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귓전으로 들려온다
“나 잘왔어”
물어보지도 않했는데 왜 말하는거지
“응.....”
“생각좀 해봤어?”
“...............”
헤어진지 몇시간 됐다고 생각을 해봤는냐 다구치는 동욱의 목소리는 어쩌면 내 마음의 부빌 언덕인지도 몰랐다.
“너무 그러지마.....아무래도......친구들 보기도 그렇고.....동욱......”
난 답에서 손을 뺐다. 아무래도 동욱이의 제의를 받아들여 가게를 내고 무슨 기둥서방이나 되는것처럼 그가 드나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서다.
“그래, 알았어...그러나 기다릴거야...잘자라”
혼자사는 여자에게 던지는 <잘자라> 는 말은 아무래도 미련이 남았다는
표현이라는데.....
몇마디 더 말을 건네곤 동욱이의 전화는 끝났다.
그런데....
전확 끝나기 무섭게 또 한 번호가 뜬다.
액정에 나타난 <영애>라는 이름
반갑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무엇 때문에?
말해야 할까? 아냐. 내가 잘못 본 것일수도 있고......
“왜....?”
“자니? 나 영애!!!”
“알아.....영애인줄 다알고 있어.....용건이 뭐야?”
“호호호....혼자살더니 심보가 아주 뒤틀렸군 호호호”
“왜? 돈좀 벌었냐? 요즘 뜨데....”
“뭐가 떠?”
“뭐는 뭐야 주식이지. 6일째 상쳤다며...”
“누가 그래?”
“쟁반 세선이가 그러더라....”
“그래, 고거 나몰래 뭐 또 샀나”
“그래, 뭐 엔틱스소프트라던가 나 보고도 사라던데.....”
“그래.....그게....나도 모르는 쏘스를 어디서 받았어 흥!!!”
“너도 몰랐어?.....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호호호 통쾌하다 호호호”
웃다보니 갑자기 영애 남편 얼굴이 떠오른다.
누님뻘 먹어뵈는 여자와 호텔방으로 들어가던 도둑괭이 모습.
내 얼굴을 못봤기에 망정이지.....소름이 쫙 끼친다.
“야, 너 내일 뭐해?”
영애가 좀은 찜찜한 어투로 묻는다.
아무래도 내가 세선이 증권 산걸 얘기해서 이간질을 한것같다
“내일......글쎄......”
“글쎄는 뭐 끌세......너 내일 남자 만나볼래?”
“......................”
“대단한 남자야. 너하고 딱이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선을 보라는 제의가 아닌가....
“영애야, 너 정신차려 왠 남자야.....뚱단지 같은 소리 그만하고 자라.....”
“야야 !! 이것아, 더 나이 먹기전에 좋은자리 놓치지 말고....”
뭐하는 사람인가 묻고 싶다 솔직히......
그러나 결국 난 안된다고 잘라 버렸다. 영애의 불평이 들려오고....
겉다르고 속다른 혼자사는 여자의 밤은 깊어만 간다
“휴우....”
한숨이 나온다. 화장대로 가 낮동안의 분장(?)을 지우는 작업을 시작한다
<뭐가 좋다고....>
재범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방 한쪽에 놓인 아직 수용을 결정하지 못한 선물.....
누구 말에는 저 선물의 의미는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다시말해,,,,,당신이랑 잠을 자고 싶다는 얘기라던데.....>
그건 너무 앞선 비약이겠지.......
하지만 재범의 선물 해설이 쉽지 않은 밤이다.
<나른하네.....>
난 폰크린싱을 닦아내고 꺼풀을 벗은채 욕실로 들어가 대형거울 앞에 나신을 비추어 본다
<...............>
거울속의 비추인 벌거벗은 이브(?)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갑자기 재범이가 선물로 준
여자의 은밀한 소품(?)들로 야하게 치장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건 뭔 꼬리일까...
<영계가 좋대....>
영애가 만날때마다 타령하던 단어가 떠오른다...
<요즘은 연하의 남자와 사귀는게 능력이라데 호호호>
특히 음담패설 좋아하는 영애의 귓밥말이 언제 내 가슴에 살림을 살았지....
우습다 혼자사는 여자심보 쯪쯪쯪 어찌할꼬....
누구말대로 남자없는 여체의 한이련가.....
아무래도 내가 음란해진 모양이다....밤이 깊어서 그런가......
남사스러 ㅎㅎㅎㅎ
샤워기의 따슨물이 몸을 적시고 비누거품을 칠한 난
요녀처럼 엉덩이를 흔들어 본다
나도 모를 행동은 무슨 의미.....
봄은 여성의 계절이라더니...........
<딩동!!!>
여진이가 왔나보다
아니지, 여진이라면 그냥 들어오지......누굴까?
이 밤중에 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