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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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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샤또


BY 망팬 2013-02-15

비래동 인터체인지 만남의 광장에서 난 동욱이를 배웅했다.
호들갑을 떨던 쟁반 오사장이나 스톡 닥터 현영애, 그리고 한복점을 하는 진숙이는 각기 바쁘다며 호들감을 떨다 제 길로 가고 나와 동욱이만이 스산한 바람결 아쉬운 작별 앞에 서 있었다.

“잘 생각해봐.....”
“.................”

세상에 나를 위해 주는 사람은 많이 있는 것 같지만 진실을 따지자면 걸러 보아야 할것같다.
동욱이는 내게 진실한 남자라고 믿어진다. 그의 말대로 내가 불행해 지는걸 정말로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다.

“얼른가~~”
“가기 싫으네.....”
“뭔 소리야 웃겨 어린애 같어^^”
“어린애...^^? 어린애는 거기지 ”
“내가 어린애 같다고.....그런적 없어...난 강한 여자야”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지만 벌써 약해져 있는 내가 아닌가.
남자들은 나약한 여자를 보호하고 싶어 하나보다. 더욱이 임자(?)없는 여자는 더욱 그런거라면 억지일까...

둥지로 돌아가려는 차량들인가..
거리가 점점 야광으로 화려해지고 동욱이는 무언가 내게 확답을 듣고 싶은 듯 했다.

“아까 말한거 들어주라. 정말 다른 사람에게 줄수는 있지만.....”
“왜 그래..어린애처럼...알았어 생각해 볼게.....”
“생각하고 말고가 어딨어. 그래야 서로 얼굴도 자주보고 그럴거아냐”

보채는 것인가? 무엇 때문에 내게 자꾸 동욱은 사업권을 권유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업권이 무엇일까?
하기야 돈벌기는 땅짚고 헤엄치기라고 말한 그의 너스레를 빌지 않더라도
동욱이의 사업수완 소위 돈버는 데 귀재라는걸 모두가 아는터가 아닌가

“나 집에 가봐야 돼. 여진이 올 시간이야”
“응,,,그렇지 딸애가 여진이었지...지금 몇 살이더라?”
“응, 중3”
“그래, 많이 컷겠네....본지 오래 되었는데.....”
“사춘기라 못살게 굴어^^”
“그렇겠네^^”

대화가 여진이에게로 옮아 가자 금새 내 마음이 맑아진다

“여름 방학 때 여진이 데리고 여행가지 않을껴?”
“여행?“
“내가 한번 여행 시켜줄게....”
“아니 왜 내 딸을 여행시켜?”

금새 내 말이 화살이 되었던 것 같다. 동욱이가 난처한 표정으로

“왜 내가 여행 한번 주선해주면 안되나. 친구 딸인데....”
“안되지!”
“왜 안돼?”
“뭣 때문에 그런 호의를 내가 받아야 돼!”

내 보이스톤이 갑자기 높아졌나보다.

“알았어.....미안해....다른 생각하지마...우린 친구잖아.....”

동욱이는 입장이 곤란할 때마다 친구라는 명칭을 판다. 그러면 나도 더 이상 할말은 없다.
그러나 난 지금껏 남에게 도움 받고 사는 것에 대하여 익숙해 있지 않다.
늘 남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내 인생은 남을 여유롭게 컨설팅해주는 입장이지
도움을 받는 것은 수치라는 생각에 비중을 두며 살아 왔었기에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리라

동욱이는 명쾌한 답변을 하지 않아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길게 피우고는 결국

“갈게......”

운전기사와 비서가 멀리서 눈치를 보고 있다가 차를 움직여 온다.
그리고 동욱이의 이별 악수를 하는 내게 90도로 내게 절을 한다.
난 멋적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사모님, 안녕히 계십쇼!”
“네에~ 잘 가세요“

으리으리한 차가 동욱이를 싣고 떠난다. 다 타지 않은 담배를 물고 차에 오르는 혼란스러운 동욱의 모습이 적잖게 마음에 걸린다.

나도 시동을 걸었다. 대우자동차 앞을 지나 우회전하니 샤또호텔이 나온다. 샤또 호텔은 남편과의 사랑의 침대가 생각나는 호텔이다.

<여보, 그리와!>

남편은 무드를 좋아했다. 느닷없이 전화를 해서 아닌 밤중에 홍두개처럼 나를 불러내는가 하면 심지어 대낮에도 가끔씩 조르곤 했다. 창피하지만 정부(情婦)를 만나는 제비처럼 나를 호텔로 불러내서는 터질 듯 화려한 불꽃놀이로 나를 태웠던 정렬적인 남자....

<호텔에 가고 싶다....>

난 차를 몰았다.
네온이 번쩍이는데 난 남편의 망혼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 샤또호텔로 차 머리를 들이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