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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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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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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란이


BY 망팬 2013-02-14

"안녕하세요?"

재범의 사무실로 출근(?)한 것은 이틀후부터였다.
다소곳이 인사를 하는듯하지만 표정이 밝지않은 숙녀
예쁘다기 보다는 수수하다고 생각되지만 눈매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아가씨

"앉으세요...커피 드릴까요?"
"네에...."

말을 놓았으면 좋겠지만 조심스러웠다. 자판기 커피가 날라져 내 앞에 놓이고.....

"여기 오래 있었나보네....?'
"아, 저요....네, 재범이 오빠 오픈할때부터 계속요....."
"그랬구나..."
"오빠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무슨.....?"
"사모님 좋은 분이시라구요^^"
"아주 친한사이인가봐...?"
"네? 친한 사이요^^ 아아~~"

머리속으로 생각이 풀어 헤쳐져 온다
결혼할 상대자? 아니면 집안의 동생? 아니면 그냥 사무원?

"사모님, 이쁘시다^^"

차를 마시는 내게 그녀가 던져온 말이다.

"이쁘긴^^ 거기가 이쁘네^^"
"고마워요 사모님, 제 이름은 혜란이에요 육헤란..."
"육헤란....고향은 어딘데요?"
"네, 옥천요..."
"그러면...육영수여사네하고 뭐 되겠네?"
"네에....맞아요....."

솔직히 내가 궁금한건 아가씨와 재범이의 관계인데....

"재범씨하고는 결혼할 사이인가보네^^?"

난 넘겨 짚어 물었다 그러자 금새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아직....."

알것 같았다. 재범이를 좋아하는 여자가 분명하다. 그리고 재범이도 그렇게 마음을 두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내가 사무실을 알았으니까 그냥 가면 안되나요?"
"맘대로 하세요^^ 아직은 별로 할일이 있는것은 아니고 이달 말쯤에는 저도 사무실을 좀 비울일이 있어서요"
"왜요?"
"네에....미국에 계신 언니가 좀 다녀가래서요..."
"얼마나?"
"네에...한달 걸리려나...."
"사무실은?"
"사모님이 도와주시면^^..."

아마도 재범이와 얘기가 있었던것 같았다.

서로를 알기위해 이런저런 문답 대화를 나누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나야, 점심먹을 시간 있지?"

쟁반 노래방 세선이다

"너 언제 문열어?"
"아니, 그거말고 동욱이가 왔어"
"동욱이..."

동욱이라면 초등학교 동창 남자친구다. 동창회때마다 제일 뻐기고 나타나던 그 친구.
비서가 차를 몰고 보디가드도 한사람 붙어 다니는 돈꾀나 벌었다는

하기야 어릴적부터 우리 윗동네 장자불에 살면서 학교 오가는 길에 소위 나를 쫒아 다니던 개구쟁이 동욱이다

"너 보러 왔대...."
"나를 왜?"
"나도 모르지....."
"여전하구만 까불기는..."

나는 실소하며 그렇게 말했다. 나를 보러 왔다는 말이 싫지 않았던게지^^....

"올거야 말거야?"
"알았어, 어디로 갈까?"
"거기 한국관...어때?"
"뭐먹게?"
"그거 맛있더라 쭈꾸미...."
"술먹고 싶어 그러지^^?"

그렇지 않아도 재범의 사무실 첫 인상이 내키지 않았는데 핑계거리가 생긴 셈이다
폰을 접고 난 혜란이라는 아가씨를 응시했다.

"저어...오늘은 그냥 갈께요. 손님도 오고 또 아직 할일도 없다고하고....또..."

재범의 사무실로 나아올때 기분이 아니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같은 허전함은 무슨 까닭일까? 난 인사를 하고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 갔다

<나오지 말아야지.....안돼......내가 올곳이 아니야.....>

난 차키를 꽂았다. 점심시간은 좀 멀었지만 어서 여기를 떠나고 싶었다.

덕암 복개천에 올라서자 차들이 앞으로 줄서 있다.
동욱이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고향의 봄과 그 속에 함께 놀던 개굿한 그와 나의 추억들이 머릿속에서 풀잎처럼 일어선다.

< 뭐하러 왔어...?>

내가 독백을 하고 있었나보다. 금새 파란불이 켜지는데 난데없는 눈발이 날리는게 아닌가었다. 왠 눈발.......봄이 다 왔다더니.......하기야 세상일을 누가 알아....

철따구니 없어보이는 눈발을 바라보노라니 무엇때문인지 재범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혜란이의 모습....그리고 두남녀가 나란히 손잡고 서있는 모습이 내 머릿속에 서 있는게 아닌가.....

괜히 쓸쓸하고 외롭다.
내게는 정말 따스한 볕이 들어오는 구멍은 없는걸까....
난 핸드폰을 집어 단축 1번을 눌렀다.
사랑하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신호는 계속 가는데......... 받지 않는다.......눈발이 금새 멎나보다. 변덕스럽기는.....
날씨도 내 마음도 갈팡질팡이구나....어서 봄이 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