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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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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륜녀(?)


BY 조 양 희 2011-08-19

이 삼일만 그냥 모든것을 내려놓고 쉴 작정이였는데...

 

어느덧 여러날을 보내고 있다.

 

본의아니게 그의 옆에서 그를 지켜보게 되었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였다. 분양안된 오피스텔을 그나마 적자를 막아볼 심산인지.... 이제는

 

거의 휴가철이 끝나 송정 바닷가도 한산한 편인데 날마다 반바지에 면티셔츠만을 덜렁 걸치고는

 

한참을 나갔다오곤 했다. 그럴때마다 그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놀러온 행락객들을 데리고왔다.

 

그리곤 그 행락객들에게 친절하게 방을 안내하고 밤이되면 오피스텔 옥상을 오픈해서 손수 불을

 

피워주고 고기들을 준비해서 바베큐 파티도 해주고,때론 그여행객들을 위해 민락활어시장까지 나가서

 

조개들을 사 와서 조개구이까지 준비를 해주는 좋은 이웃집 아저씨 역할까지 했다.

 

그들이 돌아갈때면 그에게 늘 감사의 인사를 하며 돌아서기도 했다.

 

또 그들이 어지럽힌 방들을 손수 청소를 하곤했다.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하는 그를 가끔 나도 팔을 걷어붙여 같이 치워주곤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어떤 투숙객은...

 

"사장님! 사모님이 상당히 미인이십니다."

 

"허허 그렇지요?"

 

"프로포즈하실때 꽤나 힘드셨겠는데요?"

 

"아이고 말도 마십시요.어찌나 빼든지...허허"

 

"두분 잘 어울립니다.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십시요.늘 번창하시구요~"

 

"네~에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당황해서 머뭇거리는 나에게는 찡긋 윙크를 하곤했다.

 

싫지 않았다. '그래,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렇게 여유롭게 여러날을 보내다가 드디어 예전의 핸드폰을 켜보았다.

 

몇십통의 음성 메세지가 남겨져 있었다. 거의 남편의 것이였다.

 

"지민 엄마! 왜 전화가 안돼? 무슨짓을 하고 있는거야?듣는데로 연락해"

 

"세월 좋은 모양이네?이제는 남편걱정도 안되나보네,연락좀하지~"

 

"나 은행에 입금할날인데 연락이 끊기면 어쩌자는건데..."

 

"뭐하는데 이리 전화가 안되는데? 남자 생겼어? 새끼 걱정도 안되나? 전화해라이~좋은말로할때..."

 

이런식이였다.열 몇통의 메세지에 단 한번도 와이프가 외국에서 갑자기 연락이 끊겼는데 걱정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홀가분 했다. 이렇게 또 나에게 헤어짐을 맹세하게 해주어서...

 

기분도 울적하고 마음도 착잡해서 그에게 맥주한잔을 제의 했다.

 

"저...내일은 울산엘 가봐야 할것 같아요.그동안 신세 진것을 어찌 갚아야할지....?"

 

"별 말씀을요...제가 도로 수고비를 드려랴할 판인데...어떻게 마음정리는 하신건지요?"

 

"정리랄게 뭐 있나요?이미 서류정리는 끝났는데요..이제 울산가서 아이랑 먹고 살 궁리를 해봐야죠.."

 

"그럼 울산에서 지내시게 되는건가요?"

 

"아닙니다.아직 살고 있던 집 정리랑 가게도 아직 정리가 안된 상탭니다."

 

"오시자마자 많이 어수선 하시겠네요.그럼 애 아빠랑 완전히 정리하신건가요?"

 

"........저는 그렇다고 할수 있네요"

 

"................모든일이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영희씨 참으로 억척같으신데..좋은날이 올겁니다.허허"

 

"저는 뭐 그렇구요.사장님. 사모님은 한번 다녀가셨는지요? 같은 일본에 있었네요.그러고보니깐.."

 

"아직이요.집사람은 원래부터 자기일에 욕심도 많고 성취욕이 강한 사람이라...."

 

"그래도...능력있으신분이라서 얼마나 자랑스러우세요.디자이너는 아무나 합니까?"

 

"그렇긴 하지요.제가 능력 부족이라 많은 도움이 못되어 늘 미안하지요 허허"

 

"딸아이가 뉴질랜드 있다고 했나요? 그럼 여기는 누구랑...."

 

"예.어머니랑 같이 있습니다.누나들도 옆에 가까이 살구요.딸아이도 지엄마 닮아서 좀 냉정한편입니다."

 

웬지 그렇게 말끝을 흐리며 잔을 비우는 그가 외로워보였다.

 

나는 이런 남편만났더라면 남편과 자식만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살았을텐데...

 

세상은 참 불공평한것 같다.그는 아내를 돈벌러 보내지 않고 오직 아내의 명예욕을 위해서도

 

이렇게 희생하고 살고 있는데...능력도 없는 남편이...남편이였다는 이유만으로...

 

나도 내 설움에 젖어 연거푸 맥주를 들이켜본다.

 

그렇게 그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는 울산으로 향했다.

 

지민이는 예기치도 않은 나의 방문에 놀랐고 반가웠는지 '으앙' 하고 울음보를 터트린다.

 

나도 지민이를 안고서 통곡을 해 버렸다.참았던 눈물이 봇물터지듯이 터진것이다.

 

그렇게 아이랑 볼을 비비며 밤새 손을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이삼일 뒤 부산으로 정리를 하고저 내려왔다.

 

가게에 먼저 들렸다.

 

"사모님! 이층인데요."

 

"아이고 새댁!!어찌 그리 연락이 안되노? 뭔일 있었나?"

 

"어디좀 갔다왔어요.가게는 보러 오는 사람들도 없지요?"

 

"보러오나 안오나 계약기간이 끝났다 아이가 그래가 애아빠가 전세금을 돌려 달라캐서 새댁한테

 

물어보고 줄라꼬 계속 전화했더만 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데.."

 

"그러셨군요. 다 까묵고 찾을거나 몇푼 되나요.뭐.."

 

"그래가 제할것 제하고 나머지는 애아빠줬데이~ 여기 영수증도 있데이~"

 

"네에~~~~? 애 아빠한테요? 얼마나요?"

 

"거 함봐라 얼마라꼬 적힜노? 적힜제?"

 

영수증엔 49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어이가 없었다.남편은 그런 얘기는 일언반구 없었다.

 

사형에게 돌려줘야할 돈이다. 보나마나 남편의 수중엔 없을테다.

 

이미 받아간 날짜가 여러날이 지난후였다.

 

더이상 주인여자를 붙들고 넋두리 할수가 없었다. 조만간 가게를 정리 해 주겠다고 하구선

 

돌아설수밖에......'이젠 또 어찌해야하나?'

 

집으로 향했다. 예상외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아직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전화도 하지 않았다.

 

무심코 옷장문을 열어보았다.내 옷은 아무렇게나 구겨져 한쪽에 치워져있고.못보던 새로운

 

남편의옷들이 옷장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배란다로 나가 보았다. 못보던 낚시 도구들이 다녀온지 얼마안되었는지 펼쳐져 보기좋게 일광욕을

 

즐기고들 있었다.한숨만이 흘러 나왔다.

 

옷장 문을 열고서 내가 꼭 필요한 짐들을 가방에 담아서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송정의 그에게로 갔다. 사정은 묻지 말라며 짐을 그에게 며칠만 보관해 달라고 하구선

 

다시금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늦게 돌아온 남편은 나를 보며 부둥켜 안고 난리 법석을 피웠다.

 

내 가슴은 차갑기만 했다. 다짜고짜 가게 보증금은 어쨌냐고 먼저 물어보았다.

 

"...으응...그게 급하게 막을게 있어갖고 당신한테 말할라고 했는데...전화가 안되서..."

 

"그 돈이 어떤 돈인지 몰라서 손을 댔어요? 한마디 말도 없이...음성은 많이 남겨놨데,

 

욕하고 말도안되는 술주정하기전에 그말부터 하지..

 

마누라가 외국나가서 갑자기 연락이 안되면 걱정부터 하는게 사람도리 아이가? 내가 놀러갔나?"

 

나는 울분을 마구마구 토해대며 그동안 모아두었던 묵은지 같은 불만들을 퍼부어댔다.

 

그렇게 울부짖으며 또 다시금 까무러 쳤다가를 반복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남편에게 연락을 받은건지 시어머니 쪼르르 달려 왔다.

 

"내다.문열어봐라"

 

"네"

 

"니는 우째된기 한국왔으믄 어른 부터 찾아볼 생각은 않고 친정부터 쪼르르 갔다오노?"

 

"그렇게 됐네요. 지민이 먼저 보러 가는게 순서 아닌가요?"

 

"아이고야 야 말하는것 좀 봐라 그래 니도 니 새끼가 먼저가?그래.나도 내 새끼가 먼저다.니 없이

 

우리아가 밥을 제대로 묵었겠나?빨래를 제대로 했겠나? 얼마나 궁상시럽게 지냈겠노? 말 함 해봐라~"

 

"그랬겠네요.그 귀중한 새끼 걱정되믄 오셔서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지 그러셨어요?"

 

"뭐라카노?야가! 외국물 묵으니까 인자는 어른도 눈에 안비나?"

 

"제가 놀러 갔다 왔나요?어머님!"

 

"안보이 아나? 그래 친정에는 뭐를 그리 바리바리 사들고 갔다주고 왔노?"

 

"바리바리 사들고 올돈 어머님이 저 한테 주셨나요? 그만하세요.저도 많이 힘들어요."

 

"따박 따박 말대꾸하는것좀 봐래이~에미없이 큰 티내나? 어디서 본데없이..."

 

"말이면 다 말인줄 아세요.그래서 어머님은 자식을 저따구로 키웠습니꺼?

 

내가 에미없이 커서 어른 공경을 않하대요?돈벌어 서방 믹이살리지를 않던가요?

 

시어머니 노릇도 자식 잘 낳아놓고 하세요!. 자~알 키우신 아들 덕분에

 

외국에 나가 쪽바리들하고 신나게 놀고 오니까 눈에 비는게 하나도 없네요.가세요."

 

나는 폐악을 치면서 경우없는 노인네에게 마구마구 퍼부며 등을 밀다시피해서 어른을 밖으로 내 몰았다.

 

거의 나도 내 정신이 아니다.

 

노인네 현관문앞에서 '아이고.동네사람 좀 들어보소'를 외치는 듯했다.

 

나는 안방문까지 닫고서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억울하고 약오름에 혼자 미쳐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