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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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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먹은 여우


BY 조 양 희 2011-04-28

그와의 재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옷가게를 오픈하고 가게에 딸린 방한칸에 본의아니게 신접 살림이 시작되었다.

혼자두고 집에 가기가 뭣하다며 하루이틀 지내다보니 옷가지도 하나씩 둘씩 늘게 되었다.

더불어 무정자라고 우리아이들 아빠가 기꺼이 되어주겠다던 그 였기에 피임이 무방비 상태였다.

이게 왠일인가?

입덧이 시작되었고 35세가 되도록 처음으로 아빠 소리를 듣게 되었다며 유산이란 상상도

할수 없게 만들었다. 오히려 내게 애원을 했다.

친정엄마에게 의논을 해 보았다.

엄마도 아빠도 당연한 일이라며 아이를 낳기를 권유했다.

배가 점점 불러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나도 서른의 나이에 혼자 산다는 자신도 없었다.

세관 공무원에다가,서른평의 아파트도 하나있다 했고,사람 의젓했고...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주는듯..

임신한지 6개월쯤에 이르자 점점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공무원이였다는 그는 이미 일년전에 노름으로 인해 월급 차압을 당하면서 불명예퇴직을 당했고,

서른평의 아파트도 이미 날라간 후였고, 지인이 운영하는 관세사일을 동업형태로 하고 있는 중이였다.

그동안 나에게 들키지 않을려고 안간힘을 썼단다.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후였다.

나는 체념하며 '이건 내가 선택한 내 인생이다.최선을 다하자' 라며 다짐을 했다.

아침 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바라는 시어머니..그의 옷을 한두벌씩 챙겨 보낼때마다 대성통곡을하고..

혼인신고 한날도 대성통곡.아니 아예 곡을 하셨다.

이틀에 한번씩은 아들이 다녀가길 바랬고,다녀간후에도 '엉엉'소리내며 섭섭하다하셨다.

어느날은...

"여보쎄요. 응 응 내다. 우리 철이는 들어왔나?"

"아니요.아직이요..."

"내사마~ 해만 지면 우리철이가'엄마!'하고 쓱 들어설것 같아서 미치겠다."

"어무이요. 그라믄 철이씨 며칠 어무이집에서 출퇴근 하라 할까예?"

"니 그래 줄라나? 그칠 오래 있어도 개안캤나?"

"...예. 아예 몸 풀고나면 오라카지뭐예."

" 아이고,야야 그라믄 나는 조오치~ 좋고말고"

"네에~ 아예 짐보따리 챙겨서 오늘 저녁에 당장 보낼께요."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서른일곱의 장가 안간 큰아들에, 서른 다섯의 작은 아들까지 있었으면서..

오히려 하나라도 장가를 보내게 되어 후련하지 않을까?

"여보세요."

" 응. 왜? 혹시 배아프나? 뭐 먹고 싶나? "

"아뇨. 오늘부터 내 몸풀때까지 연산동에서 출퇴근하세요."

" 뭔 소리고? "

"엄마 자기 보내고 매일매일 보고 싶어 애원을 하시니까 푸~욱 있다 오라고요 "

"말도 아이다. 엄마가 그러라고 할까봐? "

"엄마 좋으시다니까 그렇게 하세요.집에와서 옷 챙겨가요."

그날 저녁 무렵 전화가 왔다.

" 야야! 니 내 말 함들어봐라.오늘 우리 계에 늙은것들이 내보고 미쳤다 안카나? 그기 무신말이고? "

" 왜요? 무슨일이 있었는데요? "

" 아, 내가 오늘 계중에 가가 우리 며느리가 내가 철이 보고잡다 켔두만 몸풀때까지 보내준다

카더라면서 자랑을 했디만 이 늙은것들이 하나같이 내보고 늙도젊도 안했는기 미칬다 안카나"

".................."

매번 이런식이였다. 가게에 딸린 한칸짜리 신혼방에 일주일에 꼭 한번은 오셔서 가운데에 누워

아들 안고 주무시고 가셔야 했고,오실땐 보자기에 당신 배게까지 챙겨 오셨다.

밥을 먹을때면 밥숟갈을 떠서 아들이 반찬을 올려줘야 드셨다.

" 야야,이게 무신 괴기고? "

"와? 엄마 맛있소? 갈치 아이요. "

"아이고 글라 맛있네."

대한민국 엄마들 중에 육순을 넘기신 노인네가 갈치 모르는 엄마도 있을까?

어느날은 화들짝 놀랄수 밖에...

"야야! 너거 속옷들은 따로 보관하지마래이~ 그라믄 부부간에 정 없단다."

"...예 "

" 그라고 우리 철이가 일주일에 몇번쯤 닐로 안아주노? "

"..................................."

너무나 당황스러운 질문이였다. 아무리 내가 배움이 짧지만 이런 질문은 부모가 자식한테 물을 말이

아닌듯 하여 당황스러워 머뭇거리자..

" 전에 갸는 말해주더만.얼마나 사근사근하이 이바구도 잘했다꼬 .그라고 갸는 고생 마이했데이

너거 시아버지 살아있을때 아이가..중풍으로 누워있다꼬 꼭  일욜날은 약숫터에서 물떠가 갖다주고..

우리 철이하고 금실도 그리 좋아보이더만 아가 안생기가 안헤어졌나.."

할말을 잃었다. 그와 잠깐 동거했다던 그사람을 말하는것이였다.

진정 내게 들려줘야 될 말이였는지....

어느날은...그날도 주무시고 가는 여름날이였다.

TV를 보고 있는 그에게

 " 자기야 ! 그것보다 이게 더 재밌는것 같던데.."

" 자기 더워요? 난 좀 추운것 같은데 에어컨 좀 꺼줘요."

 " 좀 출출한데 라면하나 끓여주면 안될까요? "

했더니... 아무말없이 댁으로 돌아가셔선 시어머니 전화에다 대고선..

" 그래. 니는 니 테레비라꼬 니맘데로보고, 니 에아콘이라꼬 니맘데로 틀고,하루종일 일하고 온아를

개부리묵듯이 부려 먹고...니가 그래가 될끼가? "

"................................."

나는 할말을 잃어 대답조차 할수가 없었다.

이런식으로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처음엔 좋은 맘으로 이해할려고 노력했다.

마음 여리신 노인네가 일찍 시아버님 돌아가시고 무뚝뚝한 큰아들 보다는 자상한 둘째 아들에게

마음으로 의지하고 사시다가 서운해서 그러신가 보다고...

어느날은 시아버님 제사준비를 할때였다. 전화가 왔다.

" 야야! 이번에는 비싼 귤 놓지말고 노오란기 아주 단기 있던데 그걸로 사와라 "

" 그게 이름이 뭔가요? "

"이름은 모르는데 하나 얻어묵었는데 대게 달더라.노랗고 크던데.."

" 귤도 아니고,레몬이던가요? 레몬은 안달고 너무 시어서 어머님 못드실텐데요? "

"시기는 뭐가 시노. 달기만 하더니만..됐다 마!"

이렇게 역정을 내시고는 그냥 끊어버리신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왈.

"니는 오렌지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다고 그걸 엄마 못사드린다꼬 그 따위로 말하노?"

다짜고짜 내게 이렇게 뇌깔린다. 그 노란게 오렌지였는 모양인데...

그리 흔한 과일이 아니거늘....(지금 세월에....)

이런식으로 사흘이 멀다하고 시어머님의 이간질로, 또 남편의 일방적인 엄마편드는 말로 인하여

다툼이 일어났다. 남편에게 상식을 일컬어 예를 들며 대화를 해보아도 막무가네다.

대답은 한결같이 "니는 안 늙을끼가..늙으면 다아 그렇다.니는 부모없나? "

이런식이였기에 대화를 할려다가 항상 결론은 싸움으로 끝났다.

남편은 술을 즐겨 했다. 일주일 중에 4일은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왔고,술먹는것도 일의연장이란다.

이틀은 시댁에 들러 저녁 먹고 늦게오고, 토요일마다 시어머님은 신혼집에 쳐들어와서는 일요일

저녁 늦게나 돌아가시곤 했다.

나도 심한 입덧으로 힘들었다.입덧으로 인한 멀미때문에 물건을 하러 갈때도 버스를 서너번씩

내렸다 탔다를 반복한다.택시비가 아까와서리....

여섯시에 일어나 남편 밥 해먹이고 출근 시킨뒤에 잠시 쉬다가 10시에 가게문 열어서 저녁 10시까지

옷장사를 했다. 임신한 몸으로 쉬운일은 아니였다.

재혼하고 임신한게 죄가 되어서 아이들을 볼수도 없다.

아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까봐~~가끔 애들 고모랑 통화하면서 애들 안부를 묻곤했다.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내 불찰이 더 커지만,어찌보면 나는 사기 결혼을 했다고도 볼수있다.

검증되지 않은 무정자증.세관공무원직 박탈.소유재산 과거형.....재산이라고는 겨우 어머님 명의로 된

집 한채...그 마저도 우리 혼인신고 하자말자 어머님은 급하게 집을 처분하시고 전셋집으로 옮기셨다.

이유인즉...

" 이집 살때 니놈들 아무도 침한방울도 보태준놈 없는데 내 죽고 나면 언놈 좋은 일 시킬라꼬..."이시다.

그러면서 집 팔아서 빚 갚고 전셋방 얻고나니 빈털털이라면서 생활비를 50만원이나 달라신다.

늘 하루종일 건강의료기 무료체험 매장에 가셔서 싸구려 화장지 몇롤 얻어오시고는 거금을 들여

오만가지 물건들을 집안으로 들여다 놓으셨다.

하루는 물건 다녀와서 지쳐서 씩씩거리며 앉아있는데 남편이 다급하게 전화해서 시댁을 가보라한다.

시어머님이 허리를 다쳐 꼼짝을 못하니 가서 저녁 준비하란다.

주문받은 물건을 갖고왔기에 오늘은 가게문을 닫기가 좀 난감하다 했더니 소리를 버럭 질러댄다.

속은 상했고 짜증이 났지만 노인네 또 얼마나 다쳤나 염려도 되고 해서 쇠고기를 한근 갈아서

죽 끓여 들일려고 부랴부랴 나섰다.

시댁의 대문이 열려져 있어 그냥 들어섰더니 안방에서 '하하호호'소리가나며 어머님 웃음소리가

거실까지 들려온다.두번을 불러도 못들으신듯..

안방 문을 열자 멀쩡히 전화통화하시면서 하하호호 하시던분이 나를 보자말자 나중에 통화하자며

끊으시고선 그때부터는 신음소리가 중환자소리로 바뀐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왕 왔으니 하는 마음으로 죽을 끓여 드렸더니 두대접을 드시고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갑자기 자리에 드러누우신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하는데 그이가 방으로 들어섰다.

기가 막혔다. 그이의 발자욱 소리를 들었나 보았다.

멀쩡하던 노인네는 또 중환자가 되어서 온집안을 신음소리로 꽉 채웠고,그이는 아는듯 모르는듯

물을 끓여서 수건으로 찜질 마사지를 해드리고 온몸을 안마하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저녁을 차려 시아주버님이랑 오랫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데

그이가 어머님에게 뭐라도 좀 드셔야지해서 내가 죽 드셨다고 하니까 입맛이 없어서 한숟갈

드셨다 한다.ㅠㅠ

늘상 이런 생활의 연속이 되다보니 나도 어느날부터 가게 한켠에 앉아 취미로 담궈둔 술들을

한두잔씩 마시곤 하면서 내 발등 내가 찍은걸 후회하는 날이 잦았다.

어느날 아침 전화온 친구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다.

그 친구가 명언을 내게 남겼다.

" 희야 ! 니가 아무리 잔머리 쓰고 여우짓을 해 본들 이제 겨우 30살 먹은 여우가 60살먹은 여우를

워찌 감당할래? 그냥 니가 그만 항복해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