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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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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분..


BY 조 양 희 2011-04-08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전화였다. 아직도 그의 목소리는 나를 가슴떨리게 만들었다.

요즘 우리(?)사이는 그냥 안부전화 정도....

가끔 그는 술을 마시게 되면 넋두리하듯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했다.

오늘은 주말인데 왠일인지 모르겠다.

"희야! 잘지내지?"

"응 왠일로...? 오늘 가정의날 아닌가요?"

"응. 그냥...지금 울산갈려는데..잠깐 얼굴 볼수 없을까?"

"....그러던지...."

전화를 내려놓으며 또 후회를 했다.

그냥 안된다고 할껄...거절할수 없었다. 나는 그를 잊은게 아니고 잊을려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것이다. 마음과는 상관없이 나는 벌써 거울앞에 앉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또 나를 다듬어보려한다.

만나기로 한 커피숍에 그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리버사이드호텔...

왠지 서먹서먹했다. 설레는 가슴을 애써 감추며 너스레를 떨었다.

커피숍에는 호텔 이름에 걸맞게 일본곡인  '호테루 리버사이드'가 흘러나왔다.

그는 번역을 해주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희야! 나...아무래도 정리할것 같아. 우리애들 좀 키워줄수 있을까?"

나는 순간 커피를 뱉어버릴뻔 했다.억지로 삼키다 목이 타버리는줄 알았다.

"응?? 왜요? 갑자기....왜?"

"나도 그동안 많이 참았는데...당신을 만날때는 당연히 미안했고...근데 요즘 우리 예전같지 않잖아?

그런데도 조금만 늦어도 의심하고.닥달하고....매일이 전쟁이다"

"................"

"아니라고.끝났다고 했는데도 믿지를 않아.의부증 환자가 되어버렸어"

"미안하네요...내가 만나서 증명을 시켜줄수도 없고...ㅎ"

"쉽지않은 결정이였는데  내가 그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할말은 없지뭐..."

그러면서 앞에다 뭔가를 내밀었다.

이혼서류였다. 서로 합의였고..도장도 찍힌 상태였다.

오늘 결론을 내렸고 월요일날 접수를 한다고 했다. 차에 간단히 짐을 꾸려 나온 상태란다.

순간 머리가 복잡했다. 어쩌면 내가 원하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와 주말을 보냈고  그동안 그렇게 밀쳐내려했던 그를 나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이는 다시금 부산으로 향했고,점심시간엔 법원으로 간다고 하면서 내게 오히려 처분을 기다렸다.

" 자기랑 살고는 싶지만....애들은 내가 곤란해. 내자식들 남을 주고 내가 어찌 자기 자식들을..."

"신중하게 한 일주일생각해봐.전화할께"

그렇게 그는 애써 다잡은 내 마음을 마구마구 흔들어 놓고는  가버렸다.

2.3일을 나는 밤새 고민했다. 그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쉽사리 내가 전화해보기도 그랬다.

내속을 모르는 '호구'아저씬 날마다 내게 이쁨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쏟얐다.

아니 더 못되게 굴었다. 그냥 짜증스러웠다.

4일째되는날 그에게서 전화가왔다.

"희야! 별일없지? 그동안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어.큰형님댁에 불려가서 혼나고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인데....애엄마가 잘못했다며 싹싹 비네."

".................계속해봐요."

"그래서 애들 봐서 한번더 참기로했어.당신한텐 미안해."

"..........................................."

"그리고 지금 당신 통장에 2천만원 입금해놨어.내능력이 그것밖에는 안되네.잘살아야돼."

"............................................."

"아프지말고...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길로 통장을 들고 은행에 가서 확인을 했고,

그대로 현금으로 찾았다. 그길로 택시를 타고 부산으로 갔다.

"여보세요"

"나 지금 회사앞 그 모텔이예요.309호니까 지금 바로와요."

"무슨일...?"

"10분내로 안오면 회사로 쳐들어갈거니까 빨리와요."

무슨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나도 모르겠다. 담배를 연이어 세대를 필때쯤 그가 벨을 눌렀다.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황당해 했다.

침대위에 걸터앉는 그를 향해 은행에서 갓 찾아온 돈다발을 힘껏 내던졌다.

순식간에 돈봉투가 뜯기어 온방안이 돈이였다.

"내가 지금껏 당신한테 베풀고 쏟은 마음이 고작 이거야? 니 멋데로 나를 갖고 놀고 니 멋데로

내 마음을 짓밟아? 너 그렇게 잘났어? 니가 뭔데 날 이리 조롱하고 모욕을주는데..

니때문에 내가정 박살나고 생떼같은 내새끼들 가슴에 못질하고...그래도 니 원망않했어.

다 내 팔자려니 하며 살았는데..니가 뭔데?응? 니가 뭔데?"

미친듯이 길길이 날뛰는 나를 꼬옥 안으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내맘을 짓이기며 짓이기며 애써 니가정행복 바라면서 참고있는 나한테 느닷없이 찾아와서

불쑥 나타나 있는데로 흔들어 놓고 니멋데로 결론내리고 동냥하듯 휙 던져줘??"

"미안하다...."

"미안해야지.당연히 미안해야지. 두번다시는 죽을때까지 우리 보지말고 살자.이 돈. 내가 적선할께

이 돈으로 니마누라,니 새끼들이랑 잘먹고 잘살아라,너 사람 잘못봤어."

잡는 그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나는 그길로 다시 택시를 타고 울산으로 왔다.

내가 지금 무슨마음으로 여기까지 와서 무슨짓을 하고 가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그래야만 내가 살것 같았았다. 그대로 낼름 그의돈을 '고맙습니다'하고 받을순없었다.

그건 내 사랑에 대한 모욕이였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내게 돌팔매질을 한다해도 나는 '사랑'이였다.

오는 내내 택시안에서 대성통곡을 하였다.

'그래.이젠 정말 끝이야. 희야! 잘했다. 정말 잘한짓이야'

내 스스로 내게 최면을 걸며 그에 대한 모든 미련도 돈봉투와 함께 그에게 모두 내던지고 돌려주고왔다.

'호구'는 또 와서 일그러진 내 몰골을 보며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폈다.

처음으로 그가 내게 보였다.

'그래. 지금 이 사람도 내게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면 내가 존중해주자'

얼른 세수를 하고 모든 몸과 마음을 재 정비를 하고서 홀에 나가서는 처음으로 그에게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오늘을 국경일로 정하고 길이길이 이날을 기억하겠단다.

남자의 필요에의한 그 사랑놀음에 다시는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내 마음은 숨기고 내가 살기위해 세상을 다시금 향할테다.

♬이제 다시는,,이제다시는 사랑하~지 않을래~~♬

이렇게 잔여분을 말끔히 처리하고 어리석은 지난날을 되짚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