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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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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의꼬리


BY 조 양 희 2011-03-13

나는 지금 이혼을 하기위해 남편을 만나러 법원에 갈 준비를 하고있다.

평상시 화장을 제대로 하지않는 나였지만 오늘은 최선을 다하며 입고갈 의상을

한참동안 고르고 있다.

누군가 그렇다고 하더니... 여자는 이혼을 할때 최대한 멋을 부린다고 했다.

그 사람이 아깝다고 생각하도록....

지금 거울을 들여다보며 한껏 멋을 부리는 내모습이 그러하다.

남편은 그동안 재혼을 했고 아이들을 강제로 데려가기도 했다.

아이들만큼은 안된다고 울며불며 매달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남자들을 상대로 다방이나하는 나란 여자에게 아이들을 맡길수없다며....

어이가 없었지만 어쩔도리가 없었다.

친구랑 그런일이 있은 뒤로는 일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남의집 월급생활을 하고 있었고

현실적으로 두아이들이 내게는 버겁기도 했다.

친구랑 동업했던 다방은 권리금 한푼도 못받고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겨우 보증금만 받을수 있었다.

우여곡절끝에 나는 지금의 다방 주인이 되어 있었다.

법원앞 다방에서 남편을 만났고 간단히 커피한잔을 마시고서 대서방에 가서 서류작성을 하고

이혼 서류접수를 하고 오후에 재판을 받기로 하고선 다시금 되돌아왔다.

마음이 착잡했다.

양육권도.위자료도 한푼받지 못하고서 합의이혼에 동의를 했다.

남편은 건설업쪽 일에 손을 대었고 재혼녀의 과거사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동안 행적으로 보아

그쪽도 이혼녀이고 두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했단다.

남편말.

"우리 집사람도 아이들을 두고 나왔기에 우리 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가엾이 여기고 사랑해준대."

"우리 집사람....? 당신 내게 너무 한거아이가? 우리 아직 법적으로 부부거든?"

"씰데없는 말싸움 걸지말고 애들은 한달에 한번정도만 봐라"

"...고맙네.그렇게 너그러운 배려를 해주어서..."

"애들이 새엄마를 잘 따르고 있으니 걱정하지말고 애들 만나더라도 쓸데없는말 말고.."

"소영아빠! 지금와선 소용없는 얘기지만 그날은 정말로 당신이 오해한겁니다."

"증거있나?"

"나참! 그럼 내가 그남자랑 잤다는 증거는 있어서 그날 그렇게 개패듯 팼어요?"

"시끄럽다 고마!그래서 인자 어짜라꼬?"

"어쩌자는게 아니고 함부로 빈말이라도 애들한테나 주위 사람들한테 나를 바람나서 쫓아보냈다고

그런 말은 하지마소! 진짜 나도 할말 많으니까네.."

"그만 일나자.."

법원앞 다방에서 남편과 나눈 말이다.

오후에 화장을 재정돈해서 법원엘 갔고 재판을 받았고 우리는 남남이 되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 여자랑 팔짱을 끼고서 뒤돌아서는 내게 폭탄 선언을 했다.

"저여자가 애들 엄마야? 끼가 많게 생겼네.."

나는 뒤돌아보며 한마디했다.

"당신! 내 알아요?잘 모리면서 함부로 지껄이지 마소!"

"어머야 말하는게 보통아이네.자기 그동안 힘들었겠다~"

이렇게 교태섞인 콧 소리로 나를 야유했다.

"앞으로 두번 다시 내새끼들 앞에 나타나지 마라! 걸리면 죽는다이~"

나는 기가 막혔다.

오전까지만 해도 한달에 한번정도는 만나도된다고 하고선 도장을 찍고 돌아서니 이제와선

두번다시 만나면 죽이겠다니.....

이혼법정엘 따라온 그녀도 이해가 되질않았고. 속았다는 생각에 내 가슴을 찢고 싶었다.

"뭔소린데..이제와서 그게 무슨 말인데...왜? 안되는데?"

"니도 생각해봐라.니가 친엄마랍시고 애들앞에 자꾸 나타나면 애들이 집사람에게 정을 붙이겠나?"

"뭐???그라믄 아까는 왜 그래도 된다고 했는데?"

"그럴려고 했는데 집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것 같아서..."

나는 그녀를 째려 보았다.

상황이 상황인데 지금 이곳까지 따라와서 남편팔짱을 끼고 얼굴엔 조소를 머금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내 판단이 잘못된것은 아닐까? 순간 후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물. 나는 얼른 째려보던 눈을 수습하고선 그녀를 다시금 쳐다보며 숨을

한번 몰아쉬며 나를 눌렀다.

"우리 애들 착한 애들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면서 고개를 조아리며 그 길로 뒤돌아섰다.

눈물이 앞을 가려 시야가 흐려졌다.

내 마음을 대신이라도 하듯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나는 뛰지 않았다. 비를 피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는 소나기를 그대로 맞으면서 그냥 걸었다. 눈물때문인지 빗물때문인지 검은 아이라인 먹물이 흰

블라우스를 물들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법원을 걸어나오고 있었다.

한대의 자가용이 나를 겨냥하면서 쉬이 지나가지도 않고 내곁을 조롱하듯 서서히 다가옴을 느꼈다.

돌아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급기야 내곁에서 멈추더니 창문을 열고 내게 우산 하나를 던져주었다.

그제서야 쳐다보니 그녀와 남편이였다.

그리곤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쌩하니 속력을 내며 지나갔다.

나는 그곳에서 한참동안을 서 있었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 부었다.

얼마나 잘먹고 잘사는지 두고보자며......

택시를 타고 다방으로 돌아온 나는 그날 하루 문을 닫아버렸다.

소주 두병을 병째로 들이키며 나 혼자 방바닥을 뒹굴며 대성통곡을 했다.

아니 울부짖었다.분하고 억울했다.

무언가모를 분노에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다.

지금 내가 무슨짓을 했고.무슨짓을 당했는지...분하고 원통했다.

철부지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서 애가 애를 둘이나 낳고서 오남매에 홀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맏종부역할까지...가정을 버리고 허황된 꿈을 쫓아 서울로 간 남편을 원망없이 아이들과

끼니를 해결하며 가정을 꾸려가며 악착같이 살았던 내게....나름 정조를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내게....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은 고사하고 지금 내게 그런 잔인한 짓거리를....

그녀의 인간 됨됨이 의심스러웠다.이대로 아이들을 포기할순 없다는 생각을 하며 울부짖다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소변이 마려워 눈을 떳다.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질 못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듯 새벽 세시.

화장실을 갔다가 목이 말라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킨 다음 담배를 피워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래.이게 끝일순 없어. 내아이들을 그런 인성의 소유자에게 맡길순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더욱더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자리가 떳떳해야 아이들을 데려 올수도 있고 돈이 있어야 변호사를 사서 양육권 소송을 할수도 있다.

나는 냉장고를 뒤져서 이것저것 잡다한 반찬들을 꺼내놓고 밥통에서 밥을 한대접을 펐다.

내가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우리 애들을 위해서...

밥이 목에 걸린듯 쉬이 넘어가질 않았다.

밥을 물에 말았다.수저로 꾸역꾸역 목구멍에 넣었다.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내인생의 황금기를 송두리째 망쳐버린 전남편과의 악연의 꼬리를 잘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