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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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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찢어질려한다.


BY 조 양 희 2010-11-06

어느날 거울을 보다가 나는 기절을 할뻔했다.

이제는 제법 몸이 무거움을 느끼는터라 옷을 갈아입다가 무심코  거울에 내모습을 비추어

보는데...배에는 빠알 간 줄이 여러가닥으로 그으져 있는게 아닌가?

외마디 비명을 나도 모르게 질렀다.

"아 ~ 악!!"

이렇게 배가 갈라져서 아이가 나오려나보다 생각되었다.

나는 황급히 시장으로 달려갔다.

"어머니! 나 애 나올려나봐요"

"무신소리고? 아직 예정일이 한달도 더 남았구만..."

나는 시어머니 옆으로 다가앉아 사실을 얘기했다.

"아이고 야 좀 보소 배튼거를 보고 배가 찢겨서 아 나온다고 이난리네.."

주위 아주머니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새댁아 ! 니는 아가 배로 나오는줄 아나?"

"예. 아인교?"

또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그렇게 아이도 배로 나온다고 생각할만큼 나는 배움이 짧았고 그냥 단순한 아이였다.

보고 들은게 없고 누군가 신경써서 알려주지 않았기에 나는 배를 맛사지 해줘야 하는지도 몰랐다.

슈퍼에서 쥐포 한마리를 사다가 구워서 나의 오랜벗인 고양이에게 주었다.

야옹이는 맛있게 먹으면서 나의 모든 한탄사를 다 들어 주었다.

이제는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나의 우정어린 친구로 나와 함께 거주를 하는 룸메이트다.

' 때르르릉 '

전화벨이 울리고 시어머니는 전화를 받더니 분주하게 움직이시더니 내게 미역국을 끓여 놓으라며

황급히 나가신다.시누이가 애기를 낳으려 한단다.

나도 맘이 이상했다.부랴부랴 고기집에 가서 좋은 고기를 달라며 주문해서 미역국을 연탄불에

한 솥을 올렸다. 이제나 저제나 전화기에만 온 신경을 두고 있었다.

'따르르릉'

시어머니 전화였다. 시간이 좀 더 걸릴것 같다며 미역국은 그냥 푹 끓게 올려 놓고 시장에 가서

장사를 대신해서 하라시는 전화였다.

그렇게 저녁이 될때까지 부른 배를 앞세우고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했다.

시장일을 혼자서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시누이랑 시동생들이랑 시누이 남편.시어머니까지

집에 와 있었다. 순간 소외됨에 울컥했지만 아이가 궁금했다.

딸이였다.아직은 얼굴이 빠알간 아기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는 다시금 부엌으로 나가서 그 많은 식구들 밥상을 차려야만 했다.

시누이는 이렇게 이 집에서 몸조리를 한단다.

앞이 캄캄 했다.두칸 뿐인 방이라 어쩔수없이 내 방을 내어주고 나는 시어머님과 시동생들 사이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오빠도 새벽에 와서는 좁은 한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나는 시누이의 몸조리까지 도맡아야만 했다.

아이 우유병이며 기저귀며 산모 몸조리가 너무 힘이 들었다.

꼭 일주일 후였다.그 날은 토요일이라 낮에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자꾸만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파왔다. 베개를 한개. 두개를 꺼내어 기대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배까지 슬슬 아파왔다.혹시나 했지만 얼마전에 호들갑을 떨었던게 생각나서...

그리고 아직 예정일은 열흘이나 남아 있었다.

옆방에 시누이가 들을까봐 입에 수건을 물고서 온 방을 헤매었다.

마침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오빠는 내가 요즘 힘이든게 안스러워 외식을 시켜줄려고 전화를

한것이였다.내 상태를 듣고서는 얼른 전화를 끊더니 한 삼사십분이 흘렀을까?

밖에 택시를 대기시켜 놓았다며 뛰어들어와서는 냉큼 옆방을 열어제치더니

"야 ! 니 느그집가서 몸조린지 뭔지 해라! 너거언니는 옆방에서 이리 죽을라카는데..

니가 사람이가? 보자보자 하니까 다들 해도해도 너무하네.?"

그렇게 방문을 다시금 쾅 닫아버리더니 대충 준비해놓은 보따리를 들고 나를 부축했다.

형편이 어려운지라 범일동에서 대신동에 있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모자병원까지 갔다.

딱 죽고만 싶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보내고서도 그 다음날 오후4시경에 아이를 낳았다.

딸아이였다. 그렇게 징그럽도록 아프고서 낳은 아기였다.

저녁에 아이를 포대기에 안고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시어머니의 냉소만이 나를 반겼다.

시누이가 오빠에게 욕 먹었다며 울면서 자기집으로 갔단다.

오빠는 사정상 부득이하게 나와 애기만을 남겨두고 출근을 했다.

시어머닌 마지못해 데우다만 미지근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김치랑 던져주다시피 차려주고는

아이 얼굴 한번을 들여다 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그래도 시누이 몸조리를 해 줄때는 딱딱한것은 먹으면 안된다며 갖은 나물들을 만들라하셨고

 생선을 튀기지말고 연탄불에 구워주라며 내게 이르지 않았던가?

시시때때로 밥은 주었는지 아이는 잘 자는지 살피러 잠시라도 들렸다 다시 시장에 나가곤 하시더니..

첨으로 미역국을 들여다보면서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배는 왜 고픈것인지....국인지 눈물인지를 분간하지 못할만큼 울면서 그릇을 비웠다.

3월이지만 아직도 날씨는 겨울을 완전히 벗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시어머닌 국만 끓여 놓고 나가버린다. 내가 차려 먹었고 아이의 기저귀도 내가 빨았다.

오빠가 빨아준다며 하지말라 했지만 힘들게 일한 오빠를 시킬순없었다.

요즘은 아이때문에 깊은 잠도 못자고선 일을 나가는데..

며칠이였지만 시누이에겐 찬바람 맞으며 안된다며 방안에 요강까지 들여다 놓게하고

그것 또한 내가 치우지 않았던가..

당신이 아껴두던 내복까지 꺼내어 입히고 양말까지 신게 하고..

화장실에 큰 볼일 볼때 말고는 뒷물까지 내가 데워주는 물로 방안에서 다하고...

아이가 잠시 잠들은 사이에 나도 잠시 잠이 들었었나보았다.

" 엄마는 쟈가 안스럽지도 않소? 나이도 어린데 좀 불쌍하게 생각해주믄 안되요?"

"쟈가 와 불쌍하노? 쌔빠지게 키워놨두만 지 마누라 역성든다꼬 에미알기를 지 발톱에 떼

만큼도 안치는 서방있는데 쟈가 와 불쌍하노?"

"엄마! 쟈 우리집 와가 하루도 편할날 없다아이요.그라고 언쟈 아 놓은지 며칠 댔는교? 야?"

" 그래서 내보고 어짜라꼬? 나는 니 놓고도 돌아서가 내가 탯줄 짜르고 미역국 불때가 내가

끓이먹고 그랬다.그라고도 아를 다섯이나 놔도 아무렇지도 않다."

"엄마가 그래서 내내 아프다 한다 아인교?"

나는 나서지도 못하고 그냥 자는척 있을수밖에...

그 다음날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당분간이라도 좀 가 있다가 오는게 낳을것 같다는 생각에..

연락이 닿았는지 고모가 먼저 아기내복을 사 들고 쫓아왔다.

시어머닌 당황을 하며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했던 자상함을 내게 보인다.

몸조리는 아무래도 친정이 편하지 않겠냐며 나를 데려갈 의사를 비추자 시어머닌

 아주 정색을 하며 말린다.

" 야야 ! 니 불편나? 시에미가 장사땜에 바쁘기는 해도 그래도 내 손년데 그라고 내며늘인데

내가 지 불편하지 않게끔 오며가며 보살필테니까 걱정 마이소 여서 울산까지..아직 날도 추분데..."

마음으론 울분이 치솟았지만...

나는 바보같이 시어머니의 그 말을 아니라며 휘젓지를 못하고서 그냥 또 주저앉았다.

감언이설인걸 뻔히 알았지만 사실은 내가 갈 친정도 여기만큼할까? 하는 못미더움때문에...

나는 이렇게 아이가 배가 찢어져 나오는게 아님을. 또 얼마나 산고의 고통이 힘든가를....

가족의 따뜻한. 아니 엄마의 품을 또 한번 절실히 그리워하면서  몸조리를 단하루도 하지않고

 첫아이를 낳았다.이제 아픈만큼 성숙해질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