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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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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고양이


BY 조 양 희 2010-10-28

오늘은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맑은 동태탕이 절실하게 그리웠다.

그래서 그동안 오빠에게 용돈처럼 받았던 돈을 꺼내 시장으로 갔다.

시어머니께 죽을 죄를 지을 양으로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어머니 제가요 동태국이 너무 먹고싶어서요.."

"그라모 끓여달란말이가?  이 늙은 시에미한테.."

"아니구요 제가 끓여볼려구요.동태를 사도 될까요?"

" 니 알아서 사라 나는 돈없데이~"

"네 제가 사서 해먹어볼께요."

나는 신이 났다. 동태한마리를 사 들고 쪼르륵 부엌으로 달려가 급한 마음에 연탄불 두고서

곤로에 불을 당겼다.콧노래도 나왔다.

냄비에 물을 붓고 무우를 나박썰기해서 넣고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가 씻어둔 동태를 물이 끓자 넣고

대파도 손질해서 넣었다.마늘도..소금으로 간도 맞추었다.그런데로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맛이 나는것 같았다.

밥을 막 먹으려는데 시누이가 코를 막으며 들어서더니 냄비 뚜껑을 열어보더니

"아! 이 냄새구나 아이구 역겨워.."

그러더니 말릴 사이도 없이 냄비채로 들고서는 장독대가 있는 하수구 쪽으로 냅다 쏟아버렸다.

나는 너무 어이도 없고 말문이 막혀 그냥 울어버렸다.

"어머야 울기는 와 우는데 누가보면 내가 때린줄 알겠네..나 참.."

나는 그 와중에도 혹시나 오빠가 일어나서 이 광경을 볼까봐 얼른 장독대 사이사이로 흘러 들어간

처참한 동태찌개 잔여분들을 쓸어모았다.

어디선가 냄새를 맡았는지 도둑고양이 한마리가 내 눈치를 살피며 흩어러진 동태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래 너라도 맛있게 먹어주렴...'

나는 고기들만 골라서 그 고양이 앞에 놓아주었다.

고양이는 너무도 맛있게 먹어주었다.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날이후 그 고양이는 날마다 내 주위를 어슬렁거렸고 나는 뭐든지 먹을것을 찾아서 주었다.

주인없이 방황하는 그 모양새가 어쩌면 내신세 같아보여서 그 고양이에게 마음을 주기시작했다.

내게 이제 친구가 생겼다.늘 날만 새면 내게 찾아와 나랑 함께해주었다.

고양이에게 시누이랑 시어머니 흉을 엄청나게 해댔다.

그렇게라도 하고나면 속이 좀 시원해지는듯도 했다.

열일곱의어린나이에 여덟명이나 되는 대식구들 뒷바라지는 내게는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그나마도

시어머니는 내가 노는 시간이 많아 보이는지 일감들을 갖고 왔다.

밤 깎는 일이며 마늘 까는 일들을 갖고왔다.

오늘은 새벽에 소변볼려고 일어났다가 퇴근하는 오빠를 만났다.

불러오는 배 때문에 보자기로 꽁꽁 묶어 놓았던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오빠에게 털어놓았다.

예전에도 이런 증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배는 불러오지 않았는데 아마도 이번엔 큰 병인것같아서

겁이나서 오빠에게 말하지 못했다며...

이튼날 오빠 손을 잡고서 동네 내과 병원을 찾았다.

의사선생님은 의아하다며 오빠를 한번쳐다보더니 웃으시면서 산부인과를 가보라하신다.

산부인과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 보았다.

"애기아빠 맞죠? 임신이네요.그런데 6개월이나 되었는데 병원에 첨 오신건가요?"

"......"

머리를 한방 쇠망치로 맞은듯하다. 나는 아직 아무 준비가 된게없는데...

오빠는 무척 좋아했다. 그동안 무심했다며 오빠 스스로 자책하기도했다.

오빠도 힘들게 일했다.그동안 일수 찍는다고 하루도 쉬는날없이 고되게 생활했다.

" 뭐 먹고 싶은것 없어?내가 다 사줄께.."

"순대"

큰병이아니라 다행인가? 뭐가뭔지 나는 잘 몰랐다.

순대를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와 시어머니께 임신사실을 알렸다.

"미련 곰탱이네.그래서 아를 놓을거가?.."

"엄마! 그라믄 놓지 없애나? 무슨말이 그렇노..."

"그래 누가 뭐라커나 묻는다 아이가?"

"낳을거다 그라고 인자 우리희야 일 쬐매 덜하도록해주소.."

"쌔빠질놈 에미는 평생해도 일좀 덜해라 소리안하더만..."

"아따 엄마! 홀몸이 아이라카니까 하는말인데  아이구..."

"그래 이놈아! 너거 각시 방에 딱 모시두고 상전대하듯이 하꾸마 됐나?"

"진짜 말안통하네 마 고만하소 에이.."

오빠는 내가 보건데 첨으로 엄마에게 역정을 내었다.시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하신다.

"아이고 동네 사람요.저놈좀보소 지마누라있다꼬 언자는 에미알기를 개떡으로 알고 눈알을 부라리며

에미를 아예 잡아먹을라카네.그래! 넘들 안가진 아 가진나?"

땅을 치고 통곡을 하신다.오빠랑 격한말을 몇마디 더 주고 받더니 오빠는 휑하니 나가버린다.

예상치못한 상황에 나는 어쩔줄 몰라했고 당연히 그 불똥은 내게로 튀었다.

시누이가 임신했을땐 축제 분위기 였는데...

고스란히 온갖 욕설을 내게  다 퍼붓고서야 겨우 시어머니에게서 해방될수있었다.

퇴근들하는 시동생들도 앞뒤 다 잘라먹은 시어머니얘기만 듣고 나를 흘겨보면서 한마디씩했다.

"여자만나면 다 형처럼되나?"

"겁나서 집에는 어예 놔놓고 댕기노 호주머니넣어가지.."

나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였다. 죽을죄인마냥 고개를 떨구고서 밥상만 차리고 치웠다.

창문 너머로 아까부터 나를 쳐다보고만 있는 고양이를  오늘은 방안에 데려와 꼬옥 끌어안았다.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고양이랑 나는 포옹을 하고서는 잠을 청했다.

빨리 날이새기를...앞으로의일이 막막했다.

내가 아이엄마가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