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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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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피는 야화


BY 조 양 희 2010-10-19

시끌벅쩍  아귀찜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누가봐도 빠순이처럼 보이는 무리들...

그 속에 나도 턱하니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어느덧 친구찾아 왔다가 볼모로 잡힌지가 벌써 한달여를 넘기고 있다.

감각이 없다 하루빨리 빚을 갚아야된다는 생각밖에는 ...

나름 적응하고 있다. 같이 지내는 언니들도 각기 나름데로의 로맨스를 갖고 있었다.

남자친구 잘못만나 빚에 팔려온 언니. 부모님 생활비를 해결하고자 공장일을 하다가 행로를 바꾼언니.

나 처럼 미성년자일때부터 친구들 꾐에 빠져 지금껏 헤어나지 못하는 언니....등 다양한 사연들.

나는 끝까지도 경찰서에 잡혀간다는 얘기에 미성년자임을 밝히지 못했고 주인아저씨가 알려준

주민번호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외우다보니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거짓말에도 능수능란해졌다.

수입은 하루에 5.6만원정도. 큰돈벌이였다.

그런데 목욕가고 화장품사준것 갚고 친구빚까지...

그리고 사흘이 멀다하고 주인여자는 우리들을 데리고 옷가게에 가서 옷을 사 입을 것을 강요했다.

그러다보니 남은 빚 삼십만원은 아직도 갚지를 못하고 있다.

숙소값 하루에 만원 식사비 하루에 6천원.샴퓨린스 기타등등 소지품 몇개 산것이 전부다.

나는 노래를 좋아했다.지금껏 버티고 있는것도 아마도 노래를 맘껏 부를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밴드마스타 반주에 맞춰 짙은 화장을 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이키 조명을 받으면서 노래를

부를때면 내가 가수로서 무대에 선 듯 착각을 할때도 있다.

노래가 끝나면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야유와 아울러 환호성을 질러주는 팬(?)들까지...

그러다보니 돈벌이를 제일 많이 시켜주는  나를 밴드오빠는  많이 챙겨주었다.

그 오빠는 월급이 아닌 세곡당 만원씩을 받았다.

그 날도 그렇게 아귀찜과 소줏잔을 기울이며 저마다 신세한탄을 하면서 주인 여자와 남자를

안주거리 삼아 뒷담화를 시작하면서 너스레를 얼마나 떨었을까...

몸을 가누지못할 만큼 나는 취해버렸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고 밴드오빠가 나를 부축했고 택시를 타는것 까지는 기억이난다.

눈을 떠 보니 밴드오빠랑 나란히 여관에 누워 있었다.

옷매무새를 보아하니 별일은 없었던듯.안도의 한숨을 쉬며 목이 말라 물을 찾다보니

밴드 오빠도 눈을 떳다.그러면서 씨익 웃기까지...

오빠는 내가 이곳까지 오게된 경위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나이만 빼고 있는 사실데로를 얘기해주었다. 오빠는 한숨을 몰아쉬더니 빨리 벗어나야 될텐데..

라며 여운을 남긴채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조용히 나랑 얘기를 해볼려고 오빠는 어제 술값을 지불했고.

웨이타오빠랑 우리의 알리바이를 위해서 다른 언니들과 함께 가게에서 한잔 먹은척하고 가게에서

모두들 자고 있다 했다. 다들 빚이 있기 때문에 감시를 받고있었고 구속도 받았다.

그런일이 있은 후로 오빠는 내게 더 특별한 배려와 신경을 쓰는듯했다.

그리고 그 날 아무일이 없었던것에 대한 고마움이랄까 그냥 오빠의 모든 호의를 나는 감사히 받았다.

서로 좋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그런게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우리의 감정들이 주인여자와 남자에게까지 전달된듯.아니면 웨이타가 고자질을 한듯..

어느날 주인 남자는 오빠랑 독대를 했고 오빠는 다른 사람이 구해지는데로 이곳을 그만둔다 했다.

아니 나랑의 관계가 염려스러워 밴드오빠를 짜른것이다.

나름 술잘먹고 나이 어리고 노래도 잘부르고.또 나를 찾는 손님까지 많아지자 주인은 미리

나를 단속하는 차원에서 오빠를 그만두게한 모양이다.

나는 오빠에게 많이 미안했다. 나때문에....

그때 당시엔 그렇게 밴드마스타가 많았고 또 실력이 있으면 업소에서 서로 모시고 가기도 했다.

또 장사가 잘되는 업소에서는 밴드마스타들에게 전기세 명목으로 돈까지 받기도 했었다.

그때 오빠는 26세였다. 오빠도 처음엔 그룹에서 드럼을 치다가 수입이 적어 올겐으로

바꾸었다 했다. 오빠도 노래를 꽤 잘했다.

나름 그계통에서는 각광을 받는 사람인듯 일자리도 금방 구했고

새로운 사람도 금방 구했다한다.그래도 오빠때문에 외로움도 견딜수 있었는데 떠난다 생각하니

눈물까지 났다.  저녁에 술 손님들에게 시달리며 힘들어 할때도 오빠의 위로를 위안삼았는데..

어느날 저녁에 일을 마치고 모든 악기들을 정리를 하고선 내게 얘기를 좀 하자했다.

그래서 술이 많이 취한듯 쇼를 하며 가게 쪽방에 뻗어버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나를 흔들어 깨우다 못해 웨이타를 감시 시켜놓고 주인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웨이타에게 통 사정을 했다.마지막으로 얘기만 좀 하고 들어오겠다고...

오빠도 같이 잠깐만 나갔다 오겠다며 악기를 두고 내가 얘를 어쩌겠냐며 설득을 시킨후에

겨우 나갈수 있었다.

오빠가 먼저 말을 했다.

"니 내믿고 내가 하자는데로 할래?"

"뭘 어떻게??"

"우선 내일은 내가 악기를 실고 다른곳으로 갈거다.그라고 내가 며칠있다 돈을 마련해서 니 빚갚아

주러 올낀데 니 내믿고 내 따라갈수 있겠나?"

"..."

"그라모 어디 가자고.."

"우선엔 우리집가자 그라고 다음일은 생각하자."

"오빠야집에...."

"니가 확실하게 대답을 해야 내가 준비를 하지.니가 실타카모 어짤수없고..."

"응 그라믄 알겠다 오빠야 꼭 올끼가?"

"응 꼭 올끼다.니를 여 더 놔노믄 안된다."

그렇게 오빠는 내게 새끼손가락을 걸어보이며 약속을하고선 모든 짐을 다 챙겨서 홀연히 떠나버렸다.

꼭 올거라 믿지만 알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가닥의 희망을 품은채 여러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빠에게 부담을 덜주고자 더욱더

열심히 마시고 토하며 그렇게 힘겹게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막연히 오빠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대신들어온 마스타가  미웠다.너무 빨리 구해졌기에 오빠가 더 빨리 떠난것 같아서...

그래서 전처럼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그냥 매일을 술에 취해있었다.

그때 첨으로 기다림을 배웠다.누군가를 애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