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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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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클럽


BY 조 양 희 2010-10-10

무작정 시내로 들어섰다. 나를 기다리고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듯...

그렇게 거리를 방황하다가 우연히 정호를 만났다.아니 혹시 내가 아는이가 있는지 내가 다니던

발자취들을 따라 기웃거렸었다.

예상과 다를바없이 정호라도 만난것이다. 그 사건이후로 울산은 여전히 냉기가 온도시를 휘감은듯 했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우리보다 한살 많은 겨우 16세의 미성년이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고 나는 서울에서의 생활들을 나름 예쁘게 포장해서 대충 둘러대었다.

식모살이 하면서 먹고 자는것 해결했으며 급기야는 도둑으로 몰려 비겁하게 차비 훔쳐 도망온 얘기는

할수가 없었다. 그냥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한양살이를 표현할수밖에는....

정호에게서 미옥이 얘기를 들었다. 그아인 중2때 이미 퇴학을 당하고 지금은 돈을 벌고 있다했다.

집요하게 캐물어서 그아이가 살고 있는 장기방 여관에까지 앞장세우게 만들었다.

미옥이는 오랫만에 나를 보았지만 그리 친하게 지낸적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침대랑 화장대를 겸비한 여관이란 곳을 그렇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사정 얘기를 잠시 하고나선 눈치를 살피었다.

내가 조금 신세를 져도  큰 무리가 없겠는지를...

흔쾌히 승락을 했다.아마 미옥이도 많이 외로웠나보았다.

그렇게 살고 있는 미옥이가 나는 몹시도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밥을 시켜주어 먹었고 그러다보니 있을 곳 까지 마련을 했다는 안도감 탓이였는지

 나는 깊은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인기척에 눈을 뜨니 미옥이가 형상을 알아볼수없을 정도의 짙은 화장과함께

팬티가 훤히 보일듯말듯한 미니스커트를 입고선 술이 잔뜩 취해 들어왔다.

나는 처음으로 보는 미옥의 모습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대충 야간업소에 나가나 보다 미루어 짐작하며

몸도 제대로 가누질 못하는 미옥이의 옷을 벗겨 바로 뉘일려는데...

화들짝 놀랐다.미옥이는 온몸이 멍 투성이였다.

생각이 많아졌다. '도대체 왜이리 맞은걸까? 누구한테? 왜?'

미옥인 신음소리와도 같은 뭔가를 중얼거리며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서 화장실을 여러번 드나들더니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드는것 같아 나도 곁에서 숨죽이며 다시금 잠이들었다.

이튼날 미옥인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희야! 내 술마이 됐제? 헛소리 삑삑 안하더나?"

"응. 아무일 없었다.무슨 술을 그리 마이 묵었노?"

"그러게...완전 필림 끊깄다.후후.."

멍자국에 대해서 무척 궁금했지만 물어볼까?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삼켜버렸다.

왠지 그래야될것 같아서...

미옥인 지갑에서 꼬싯꼬깃 구겨진 달러몇장을 꺼내더니 한장한장을 소중히 만지며 펼치기 시작했다.

"희야! 니 지금 내가 무슨짓해가 돈버는지 궁금하제? ㅋㅋ"

"..."

"나는 돈 마이 벌어야된다.그래가 빨리 우리집에 보란듯이 들어가가 우리동생 데불고 와야된다."

미옥인 지독한 알콜 중독자의딸이였다.매일을 술로 세월을 보내고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했다한다.

그래서 견디다 못한 엄마는 집을 나가버렸다고 한다. 그러자 아버지의횡포는 더 심해지고 미옥이도

매 맞는게 지긋지긋해서 동생을 팽개치고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나온게 무척 후회된다며...

그래서 얼른 자립할 돈을 모아서 조그마한 방이라도 한칸 얻어지면 동생을 데리고 나오겠다는 꿈을

갖고서...

나도 그랬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 돈을 벌고 싶었고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다.

둘이는 서로의 처지를 내뱉으며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서로를 위로했다.

계속 얹혀있을것이 미안해졌다.그래서 나도 돈을 벌고 싶다했더니 그러자고 했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늘 보아왔던 그 술집여자가 되기로 맘을 먹었다.

그날 저녁 미옥이는 사력을 다해서 나를 치장해 주었고 옷도 코디해서 입혀주고 미장원까지가서

머리까지 신경을 써 주었다.

거울을 쳐다보면서 나도 깜짝 놀랬다. 나는 없고 왠 술집아가씨하나가 서 있었다.

첨 접해본다는..또 첨으로 내손으로 돈을 번다는...설레이기까지 했다.

업소는 시내 중심가에 있었다.아주 화려한 네온샤인을 내 뿜어며 나를 삼켰다.

그런데 그 곳엔..무아지경이였다.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이 아니였다.흑인도 있었고.백인도 있었고 국적을 알수없는

많은 사람들로 뒤엉켜서 손에는 저마다 술병을 하나씩 들고서 휘청이고들 있었다.

미옥은 자연스럽게 들어가더니 누군가를 알아보는듯 제법 영어로 뭐라고 중얼거리까지 했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무리들을 지나서 나를 안내한곳은 마담이라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마마! 울 친구.오늘부터 같이 일해볼려구..마마! 울 친구예쁘제?"

"오! 그~래? 아주 귀엽구나.나는 대 환영이지.."

나이 불문.가정환경 불문.학력불문이였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오히려 반색을 했다.

그녀는 사장이였고.모두들 호칭을 '마마'라한다 했다.

그녀는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훑어 보면서 입가엔 야릇한 미소까지 번지는것을 나는 보았다.

나는 이렇게 외국인을 상대로 웃음을 파는 호스테스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