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감금(?)아닌 감금을 당하였다.
아니 내가 자청 감금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갈 곳을 잃어버렸고 의지도 목적도 없어져 버렸다.
그냥 그 선배집에 머물렀고 아무런 터치도 받지 않고 지낼수 있었다.
대접을 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때가 되면 일하는 아주머니가 와서 청소해주고 밥상까지 차려주셨다.
선배의 집안 내력은 이랬다.
부모님은 사고로 두분다 돌아가셨고.선배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바깥에서 보신 씨앗이였다.
선배도 엄마 얼굴도 모르고 전처 자식들 사이에서 눈치밥만 먹고 자란 그런 불쌍한 사람이였다.
위로는 이복누님이 계신데 출가하셨고 형님한분도 결혼을 하셔서 약국을 개업하시고 나름 동네에서는
유지로 통했다.주위의 이목도 있고 나이차이도 많이나고 하니 그냥 거두는 입장....
아니면 애정일수도 있었지만 너무 어린나이인지라 나도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
여하튼 선배는 늘 주머니가 두둑했고 여유가 넘쳤다.
나름 주먹생활을 하고 있으니 주위엔 어린 꼬맹이들 후배들이 넘쳤다.
참 자상했던 사람인것으로 기억된다.
소행은 평생을 두고도 용서할수 없지만 그 날 이후로 나에겐 보호자로 내게 군림하면서 늘 따뜻한
말과 배려를 해 주었다.항상 어디를 가나 데리고 다녔으며 그리고 항상 날 먼저 챙겼다.
어린나이에 쉽지않은 배려였다.
그날은 12월 31일.
모두들 제야의 종소리를 기대하며 동기인 남친들 셋과 선배와 후배들 둘을 데리고
우리는 울산 시내로 나갔다.
길거리는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성인들 남녀들과 우리같은 길잃은 어린양들이 득실거렸다.
선배는 일행들과 평소에 자주 들리는 음악다방엘 갔다.
그렇게 성인들만 드나들수 있는곳에도 선배와 동행을 하면 막힘없이 어디든 출입이 가능했다.
선배의 어른스러운 모습도 그랬지만 좁은 울산시내에서 선배는 그렇게 유명(?)했다.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리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들이 굽실거려주며 그 속에 나까지 영웅이 된듯하여
가끔은 우쭐거려지기까지했다.
그 곳에서 맛도 모르는 커피를 마시고서 이밤을 장식하자며 선배가 고고장으로 가자며 나섰다.
음악다방 앞에서 계단을 먼저 내려온 선배가 돌아서서 나를 맞아주려는데 갑자기 어떤 소년이
선배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선배는 한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선 그대로 아스팔트위에 엎드렸고 놀란 나는 영문도 모른채
엎드린 선배를 일으키려고 몸을 돌리려는데....
선배의 앞모습은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선배는 내 손을 움켜쥐며 "도.. 망 ..가!" 했다.
그 자리에 나는 풀썩 주저앉았고 따라온 남친과 후배들이 술렁거렸고...아마도 누군가 그 소년을
잡으러가고 또 누군가 신고하라며 소리지르고 그랬던것 같다.
악몽을 꾼듯 눈을 떳다.
현숙이라는 여친의 집이였다.시내에 나왔다 우연히 광경을 보게 되었고 정신없는 나를 정호라는 친구가
현숙에게 나를 부탁했다한다.
살인 사건이였다.조직끼리의....
선배는 그렇게 마지막까지도 나를 걱정하며 그렇게 짧은 생을 비참하게 마감했다.
그 일로 울산 시내는 벌집 쑤셔놓은 듯이 발칵 뒤집혔고 좁은 시내에서 온갖 추측과소문들은 바람을
타고 이리뒹굴 저리뒹굴 그렇게 얘기거리로 떠들썩했다.
그곳에 있었던 홍일점이던 나는 졸지에 스타(?)가 되어버렸다.
현숙은 학업을 중단하고 서울에서 식모생활을 한단다.신정을 맞이하여 잠시 휴가를 얻어 집에내려왔다가
이렇게 우연히 나를 만나게된것이였다.
현숙은 부모님 두분다 사고로 일찍 돌아가시고 늙으신 할머니와 남동생이하나있다.
친척의 도움으로 어쩔수없이 서울의부잣집에 식모생활을하면서 생활고를 꾸려가고있단다.
그렇게 또 현숙의집에서 본의아니게 며칠을 빌 붙어있었다.
간간히 정호가와서 뒷 얘기는 들려주었다.
범인은 붙잡혔으며 상대파의 아이였으며 그 역시도 미성년이었다.
경찰들이 나를 물어보는데 모른다 했다한다.왠지 그래야 될것 같았단다.
정호는 선배를 무척 따르는 편이였다.
그러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기도 했다.복수를 할거라며...
며칠후 사건은 마무리를하고 선배의 장례를 치른다 했다.나는 갈수가 없었다.
가야하는지도 몰랐지만 가자는 사람도 없었다. 장례식을 치르고서 정호가 나를 불러냈다.
현숙의 집앞에 선배의형님 되는 분이 서 있었다.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어깨를 두어번 토닥거리더니 지갑에서 십만원짜리 수표를 한장 내밀었다.
받았다.거절하는 방법도 몰랐다.어른이 주시니 그냥 받았다.
그때 당시에 내 나이에는 꽤 큰 그 돈을 내게 주시곤 아무 말없이 가셨는지는....
지금도 이유를 헤아릴 수 가 없다.
선배를 처음 만난날 갔던 그 옥탑방의아지트에 여러친구.선배후배들이 모였다.
나는 좀전에 받은 돈으로 술과 안주들을 잔뜩 샀다.
'하얀 날개를 휘저으며 구름사이로 떠나가네~~ ~~~~'
그렇게 밤새 마시고 '가버린친구에게' 라는 노래를 울부짖으며 그의 가는 길 명복을 빌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