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들과 많은 얘기를 했다.큰오빠는 좀 성질이 곧았다.
그래서 나는 작은 오빠가 좋았다.
자상하면서도 나를 책 하기 보다는 이해해 주었고 타일러 주었다.
오빠들은 둘다 학교에서 1.2등을 다투는 수재들이였다.남동생은 좀 꼴통이였다.
방학때면 늘 외갓집인 시골 할머니댁에 왔었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뺑뺑이를 돌려 나는 당감동에 있는 신설 중학교에 배정이 되었다.
첫등교하는 날 굳은 맘을 먹고 결심을 하였다.
이제는 방황을 끝내고 맘잡고 열심히 공부만 하기로....
3학년 1반으로 배정을 받았다.
나는 키가 큰 편이였는지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담임 선생님은 큰 고모뻘이 되는듯 나이가
지긋하신 여선생님이였다.
뒷자석에 앉아서 입학식 종회를 듣다 보니 나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앞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듯한 한친구의 목 뒷부분에 키스 마크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는것이아닌가!
쉬는시간에 나는 얼른 그 아이에게 일러주었다.그아인 대수롭지 않은듯 힐끔 쳐다보곤 말았다.
옆 짝궁이 은근슬쩍 내게 귀뜸해주었다.불량학생이니까 친한척 말라고...
나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그리고 느꼈다. 나도 그동안 친구들에겐 저런 아이랑 똑같이 비춰졌을거라고..
학교에서 돌아와선 고모집 분식집 일을 도왔다.고모가 시킨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래야 할것같았다.
학교앞이라 손님들은 다 내 또래였다.라면에 오뎅.떡볶이등등..
그리곤 짬짬이 책상앞에 앉아 공부도 하였다.새마음으로..
이렇듯 하루하루를 범생이 흉내를 내며 지내고 있었는데..나의 마음을 뒤집어 놓은 사건이 생겼다.
큰오빠 저금통장에 저금해놓은 돈이 없어졌단다.
"야 ! 좋은말로 할때 제자리에 갖다놔라이~니 밖에 건드릴 사람이 없다.알아들었나? "
"...오빠야 내가 안그랬다.잘찾아봐라."
" 쑈하네 야 ! 그라모 돈이 발이 달려 걸어갔나?"
" 나는 아인데 와 내보고 그라노?"
귀신이 곡할 노릇이였다.내게 물어보는것도 아니고 단정짓고 내게 달란다.
"오빠야 내보고 신경질 내지말고 다시 잘 찾아봐라 나는 본적도 없다."
"웃기지마라 빨리 내놔라!!!!!! "
졸지에 변명할 기회도 없이 나는 도둑으로 몰렸고 서슬이 퍼런 오빠는 내 방에 들어와서 내가방을 헤집었다.
돈이 나오지 않자 나를 앙큼하다며 째려보며 두고보자며 나가버렸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도 내편은 없었다.
고모랑 작은 오빠랑 남동생도 그냥 순순히 내놓지 하는 눈빛이였다.
그일을 시작으로 나는 점점 남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날은 곤하게 잠이들었는데 누군가 자꾸 만지작 거리는듯하여 눈을 떠보니 남동생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 몸을 더듬고 있었다.나는 힘껏 밀쳐내며 고모를 부르려하자 동생은 내 입을 틀어막으며
말하면 너는 틀림없이 쫓겨날거라며 겁을 주며 나가버렸다.
나는 뜬 눈으로 꼬박 날을 새고 아침에 얼른 학교로 향했다.고모에게는 끝내 한마디도 못하고서..
꿋꿋이 버티며 어느날은 시험기간이라 도서실에 갔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또 날벼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모부가 회초리를 준비하여 비장한 목소리로 나를 안방으로 불렀다.
" 너 지금 어디서 오는 길이냐?"
" 도서실에서 공부하고 오는 길인데요."
"다시한번 묻는다.솔직히 말하면 용서해준다.어디서 오는 길이야?"
"도서실에서 오는길인데..."
"너 도저히 안되겠다.무릎끓고 팔들고 있어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준다해도 거짓말만 살살하고...
니 학교 끝나고 사복입고 껄렁한 머스마들하고 시내돌아다니는걸 영호가 봤다는데 거짓말하고있어."
고모부 뒤에서 낼름 혀를 내밀며 서 있는 남동생의 모함이였다.
나는 더 이상 변명하지 않았다.그저 너무 억울하고 서럽기만 했다.
다 미웠다.아빠도 밉고 오빠들도 밉고 남동생도 밉고 당신 자식말만 믿고 나를 몰아세우는 고모.고모부도
미웠다.그렇게 몇시간을 있다가 고모부의 선처(?)로 일어나서 방을 나갈려니 다리가 마비되어 제대로
걸음을 걸을수가 없었다.속이 상해 저녁을 굶겠다 했더니 우리고모왈
"싸 돌아 댕기면서 맛있는것 마이 묵었는가베."
"...."
나도 모르겠다.얼마나 더 견디고 버티어낼지......
점점 그렇게 나의 더부살이 생활이 시작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분식집일은 자연스럽게 내 차지였다.오빠들 방이며 빨래며 모든 잔일들이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