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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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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9-14

영화촬영현장은 언제나 전쟁터이다.

세상이 모두 영화 현장 같다면 아마도 신경이 터져버릴것이다.

잠깐의 방심도 용남이 안되는 곳, 촬영현장..

오늘은 햇살이 뜨겁다.

계속 내리쬐는 뙤약볕에 머리가 익을것 같다.

분명 나는 서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워있다.

옆에는 대성이가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고, 누군가가 내 얼굴에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다.

아마도 일사병인가 보다.

"오늘은 들어가 쉬어요."

감독님의 허락을 받고 뭐처럼 해가 있어 집으로 향했다.

불쌍한 딸들.

밥은 어찌 해먹는지...

아직 어린 사랑이가 더 어린 소망이를 돌봐야 하니...

아파서 일찍 들어가 현장 식구들 한테는 미안하지만 뭐처럼 애들하고 저녁밥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

집에 들어섰는데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

잠깐 나간것 같지는 않다.

불이 다 꺼져 있다.

애들이 어딘간거지?

불안한 생각이 일어난다.

어쩌지?

누군가 납치한것이라면....

집안 여기 저기를 살폈다.

아이들이 어지른것 같은 흔적만 있을뿐 외부인에 의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8시가 넘어가는데..

아이들은 어디갔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뚜루루르.."

"여보세요?"

눈물이 말보다 먼저 나온다.

"애들이.. 애들이.. 없어.. 졌어요...엉.. 엉..."

"여보세요?"

"어떻게요.. 내가 잘못했어요. 애들이..애들을.... 애들 잘못되면...나..."

"이봐요.. 은수정씨... 진정해요."

내가 누구에게 전화한것인지?

깜짝놀라 전화기를 봤다.

이런...

박용준 밥맛...

전화기를 확인하고 다시 귀에 전화기를 댔다.

"미안해요.. 그런데 .. 애들이 없어졌어요."

"껄.. 껄... 껄..."

전화기 너머에서 아주 큰소리로 목젓이 졎혀지는 소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사람이거 뭐야?

애들이 없어졌다는데. 그게 그렇게 웃겨?

뭐 이런 사람이 다있어?

아무리 자기 자식이 없어도 그렇지...

"은수정씨. 진정해요. 애들 내가 데리고 있어요."

"네???"

"애들하고 놀이공원 왔다가 지금 집에 가는중이에요. 한 30분정도 걸릴거에요."

"휴... 하나님 감사합니다."

왜 그런 소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난 기독교 신자도 아닌데..

 

남자가 집에 도착할때 나는 두 팔은 팔짱을 끼고 얼굴은 잔뜩 일그러진 채 세사람을 맞았다.

사랑이 소망이 볼에는 기쁨과 행복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손에는 치킨일 들려 있었다.

"엄마.. 우리 ... 윙윙도 타고.. 바앙 하고 하늘도 날았다."

소망이는 미처 신도 벗지 못하고 오늘의 일과를 조잘조잘 뱉어 내고 있었다.

"우리 소망이 오늘 재미있었어!"

아이의 볼에 뽀뽀를 하니 먼지 냄새가 폴폴 올라왔다.

"사랑이 소망이 욕실 들어가서 세수하고 발씻고 나오세요."

소망이는 욕실에 들어가면서도 연실 오늘의 일과를 설명하고 있었다.

두 아이가 욕실로 들어가자 나는 그 남자를 째려 보았다.

"아.. 미안.. 미안해요.. 오늘따라 왜 이리 일찍 들어왔어요."

남자는 피곤이 역력한 몸을 소파에 던졌다.

"아저씨 우리 다음에는 동물원 가요. 어린이집에서 코끼리 배웠는데 난 코끼리 못봤어요."

소망이는 욕실에서도 연실 떠들어 대고 있었다.

씻고 치킨 한조각을 먹다가 소망이는 통통한 닭다리를 입에 물고 식탁위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사랑이는 겨우 한조각을 먹고 이내 폭신한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먹을것보다는 지금은 잠이 더 달고 맛있는가보다.

두 아이를 재워놓고 식탁위에 어색하게 앉아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시원하게 맥주 한잔 할래요?"

"맥주요? 집에 맥주가 없을 걸요?"

남자가 일어나 배란다로 향했다.

"참 이 아줌마 살림을 어찌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

남자는 두손에 맥주 한켄씩을 들고 다시 들어왔다.

"어? 그런게 있었어요?"

알코올이 들어가자 세포 하나하나가 느슨해 지기 시작했다.

내 세포들도 불쌍하다.

늘 긴장속에서 살고 한번 편하게 느러진적도 없이 벌써 10년 가까이를 지내고 있으니...

 

"오늘은 고맙지만. 그래도 아무말도 없이 애들을 데리고 나가면 어떻해요?"

소망이는 벌써 이불을 걷어내고 배를 훌떡 들어내고 자고 있었다.

걸어가 소망이의 이불을 다시 덥어주고 식탁으로 갔다.

"미안해요. 그런데 우리 오늘뿐만이 아니었는데.."

"네??"

"우리 오늘만 이렇게 나간것 아니라고요. 수정씨가 없을때 거의 매번 우리끼리 나가서 놀고 먹고 했거든요. 수정씨만 빼고..."

어??

이것은 무슨 시추에이션?

"매번요?"

"네... 엄마란 사람은 나가면 깜깜한 밤중이 되야 들어오니.. 애들이 뭘 먹고 살겠어요? 나도 혼자 밥먹기 싫으니 애들 핑계로 같이 다니며 먹는 거죠. 사랑이가 요즘 이갈이 하는것 알아요?"

"이 갈이요? "

얼른 사랑이에게로 갔다.

앞니옆에 이가 빠져 있었다.

미안한 생각이 폭포수 처럼 떨어졌다.

자는 사랑이 얼굴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또 운다.. 무슨 사람이 그렇게 질질 거려요? "

"질질 거린다고요?"

"그럼 맨날 질질짜고.. 그게 애둘딸린 엄마가 할 행동이에요?"

"아 몰라요. 어서 가요."

나가라고 밀치는 내손을 막고 남자는 나를 안아주었다.

아주 꼭...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질러요. 자꾸 겁데기 안으로 숨어들어가지 말고.."

빠져 나오려 발버둥치다 이내 포기해버렸다.

남자의 앞섭이 얼룩이 지도록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한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