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갑자기 뒤엉켜 버린 머리속은 아리아드네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싫은건가요?"
"아..뇨.."
"도움이 필요없는 거에요?"
남자의 말이 동굴 울림이 되어 들렸다.
남자 얼굴을 처다 보다 남자의 검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분명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입이 왜이렇게 무겁지?
"뭘요? 어떻게요?"
어?
이 말은 아닌데.
왜 이런말이 내 입에서 나가는 것이지?
내가 하려던 말은 이런 말이 아니었는데.
입이 내 의도와는 상관없는 말을 내뱃었다.
남자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한참 그대로 있었다.
삐걱...
이 무거운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대성이가 두손에 가득 장비를 들고 등으로 문을 열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대성이가 너무 반갑다.
쪼로록 대성이에게 달려가 두팔 가득든 장비를 받으려 손을 내밀었다.
"오늘 촬영장 가는날 아니야? 이건 뭐야?"
내가 장비를 받으려 하자 대성이가 몸을 돌려 장비를 잡지 못하게 했다.
"무거워요. 어깨도 않좋으시면서.."
말을 툭 던지고 한두걸을 가서 장비를 내려놓았다.
"비 맞아서 이거 말리려고 들어왔어요. 갑자기 소나기가 한차레 퍼부었는데 여기 오다보니 길이 멀쩡하네요. 여긴 비 안왔나봐요."
짐을 내려놓은 대성이는 나와 용준씨를 번갈아 보고 말을 이었다.
"어서와."
용준씨도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대성이는 나와 그남자를 번갈아 보더니 내 책상위로 가서 서류를 집어 읽으려 했다.
"야 그건 사생활이야."
얼근 뛰어가 대성이 손에서 서류를 빼았어 봉투에 넣었다.
대성이 얼굴이 조금 굳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풀어졌다.
"오늘 시나리오 작업하신다고 사무실근무 하신다더니 "
대성이는 말을 다 마치지 않고 용준씨를 흘극 보았다.
"이따 저녁에 연락할게요. 너도 있다가라.."
용준씨는 어정쩡한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속초 촬영일정 잡협어요."
침묵을 깬것은 대성이였다.
"속초? 언제? 나 안가도 되지?"
가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속초는 다시는..
할수 있다면 속초에서 지냈던 시간을 지우고 싶었다.
그리고 속초에 그 자가 있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고 가슴이 터질것같은 아픔인 그 자가 있다.
"그것은 감독님이 결정하시겠죠. 오늘도 선생님... 은수정씨 없으니까 감독님이 계속 찾으시던데요."
어? 인석봐라.
"은수정씨?"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계속 선생님이라고 부를수는 없지요. 남들 보는 시선도 있는데요."
" 저 현장으로 가볼게요. 내일은 현장으로 오실거죠? 그럼 내일뵈요."
대성이는 나와 눈을 마주하지 않고 말하고 나갔다.
대성이가 나간 문쪽에서 시선이 떠나지를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