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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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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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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8-17

자는 아이들을 옆에 놓고 수첩과 답변서를 꺼냈다.

그리고 떨리는 눈동자와 심장을 다독거리며 답변서를 한줄 한줄 읽으며 밑줄을 그었다.

답변서 한줄 읽고 확 집어던지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 한잔을 꺼내 마시고, 다시 답변서를 쥐고 읽고 하기를 몇번을 반복했는지 훤하게 동이 트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답변서 두장을 못넘기고 있었다.

내가 여지껏 읽었던 그 어떤 재미없는 책보다도 이것을 읽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소설도 이리 기막힌 소설이 있을까?

이혼이란것이 원래 더런운 끝을 보는 것이라고 하긴 하지만, 어쩜 이럴수 있을까?

이 답변서 대로라면 돌로 쳐죽여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 나이다.

그런데 내가 뭘그리 잘못했는지 나는 모르겠다. 내가 정말 못된것일까? 그리고 그 잘못조차도 모르는 철면피일까?

모르겠다.

수첩에 한줄한줄 답변서 내용을 적고 그것을 반박할 자료가 어떤것인지를 적었다.

옆에서 자는 아이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귓가로 전해왔다.

자는 아이들 이불을 다시 덥어주고 아이 볼에 얼굴을 묻었다. 아기냄새가 곱게 날아왔다.

"미안해... 저런자를 아빠라고 만들어 줘서."

 

 

오늘은 영화사 사무실로 출근했다.

마땅히 내가 현장에서 할일도 없기도 했고, 시나리오 수정작업도 할겸, 그리고 가장큰 목적은 컴퓨터를 쓰려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제법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을 활짝열고 처음에는 환기만 시키려고 했는데, 이 아줌마의 본능은 결국 책상위 뽀얀 먼지를 보고 걸래를 들기 시작했고, 결국 사무실 전채를 빡빡 청소하고야 말았다.

이렇게 결국 또 오전을 다까먹어 버렸네...

어차피 버린 오전이니 청소 마저하고 점심 먹어야 겠다 생각하고 걸래를 빨아 예쁘게 널었다.

혼자 뭘먹지?

혼자 식당안에 앉아 밥먹는것 정말 싫은데..

결혼전에는 혼자 영화도 잘보고 식당에서 밥도 잘먹고 했었는데.

왜 이렇게 바보가 된거야?

자장면 먹을까?

한그릇인데 배달해줄래나?

기웃기웃 사무실 문을 나서는데.. 용준씨가 막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식사 하셨어요? 점심 안드셨으면 저 먹으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실래요? 오늘은 제가 낼게요.. 저 자장면 먹고 싶어요."

무슨 말이 끝나지를 않고 계속 나오냐?

남자는 빙그레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돌려 앞서서 중화요리 집으로 들어갔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자장면위에 고춧가루 듬뿍넣어 푹푹 비벼서 한입물었다.

달착지근한 자장소스가 혀를 간지럽히고 목을 미끄러져 내려가 배를 그득하게 해주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참..

앞에 남자가 있었지..

먹는 것에 너무 빠져 있었나?

빼꼼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다행히 남자도 먹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배 퉁 퉁 두드리며 중화요리집에서 준 박하사탕을 입에물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커피 서비스 해 드리죠. 선택사항 없습니다. 마카커피에요."

왜이리 신이 났는지 나도 모르겠다.

"마카 커피가 뭐에요? 모카 아니에요?"

남자가 아주 귀여운 표정으로 정말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거요. 마카.. 모두란 말이에요. 울 동네 할머니 들이 쓰시더라구요. 마카 모에.. 그러면 모두 모여.. 마카 커피. 그러면 모두 커피 먹어. 그런 말이에요. 정확한 뜻은 나도 몰라요. 할머니들이 쓰시니 그냥 따라 쓰는 거지.."

내 설명을 들은 남자가 내 앞에서 너무 재미있다면 껄껄껄 웃고 있다.

저렇게 크게 웃는것 처음 보는것 같다.

"다행이에요."

한참 웃던 남자가 뜬금없는 말을 했다.

"네 뭐가요?"

뭐가 다행이지? 주어는 어디가고..

"어제 상태 봐서는 오늘 시체놀이 하고 있을줄알았는데. 이렇게 밝게 웃고 있어서요."

"아!!!"

잠깐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 올랐다.

갑자기 커피가 쓰겁게 느껴졌다.

커피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가방안에서 수첩과 서류뭉치를 꺼냈다.

"기억해요? 대답해 줄래요?"

"???"
"내가 돕고 싶다고 한말..."

돕는다고?

어제 그런말 했던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내말을 믿어줄까?

상대가 남편이란 자고, 결국 자가에게는 자식도 도구일 뿐이라는 말은 ....

아니야. 이건 믿기에는 너무 엄청난 일이야. 오히려 나를 미친여자라 생각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