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파도가 나를 삼킬듯 달려들었다가 다시 놀리듯 사라진다.
얼마나 이러고 있었을까?
눈은 뜨기가 힘들고, 목은 침을 삼키기가 힘들다.
차 문이 열리고 용준씨가 차에 올라탔다.
"아직도 울고 있었어요? 진짜 울음끝길다. 자"
남자는 따뜻한 켄커피 한잔을 내밀고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 바다를 보며 남자가 커피 한모금을 마셨다.
파도에 부서져 반사된 햇빛에 옆에서 보는 남자는 옆선이 더욱 선명해졌다.
남자는 자신의 켄을 내려놓고 내 손에서 켄을 빼앗아들고 따서 다시 손에 올려주었다.
"못딴다고 따달라고 하지 그거 말을 못해서 그렇게 사람을 애처롭게 처다보고 있었어요?"
남자는 켄만 주고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바다를 보며 말했다. 커피를 넘기는 남자의 목젖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그게 아니었는데 아무말도 할 기운이 없어서 말을 하는것을 포기하고 커피한모금을 마셨다.
커피의 카페인은 황폐해진 내몸에 빠르게 퍼저나가, 긴장된 세포하나하나를 진정시켜주었다.
의자 등받이 뒤에 깊에 박힌 몸에서 깊은 숨이 뼈져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도우면 안될까요?"
남자의 음성이 무겁게 적막을 갈랐다.
아주 조금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바다만을 응시한채 였다.
"지금 그쪽이 힘들어 하는일 내가 같이 하면 안될까요?"
서울로 가는 내내 차 안에는 정적만이 있었다.
계속되는 충격에 뇌는 이미 생각하기를 파업한 상태였고, 진을 다 빼버린 몸은 축 쳐저 움직일수 없었다. 휴계소에서도 남자만 내려 어묵과 감자를 사왔지만 나는 어묵국물만을 조금 마시고 이내 다시 의자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할수도 없고 하기도 싫다. 그냥 이대로 잠만 자고 싶다.
밤이 깊어서 집앞에 멈춘 차에서 고깃덩어리같은 몸을 끌어 내렸다.
"집앞까지 데려다 줄까요?"
남자의 말에 나는 대꾸는 하지않고 손으로 아니라고 젖고 아파트로 향했다.
내가 건물로 들어서고도한참이나 차의 불빛이 머물러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야 아이들이 생각이났다. 이 무심한 엄마야. 아이들 밥은? 밤이 늦어서 아이들이 많이 무서워할텐데.. 이제와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을 동동구르면 뭐하나. 애고 이 무심한 엄마야. 나는 엄마자격도 없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불빛이 환하게 있다.
조용히 들어서 신을 벋는데 눈앞에 대성이가 화가 잔뜩나서 서있었다.
"어? 네가 "
대성이 볼에 잔뜩 심통이 들어가 있었다. 대성이는 심통이 나면 볼이 뽈록해진다.
지금 대성이가 그러니까 많이 심통이 나있는것인데...
"애들은?"
고개를 돌려 거실을 보니 두녀석이 비누냄새 곱게 내며 콜콜 잠이 들어있었다.
신을 벗고 손도 안씻고 자는 두아이에게 다가가 볼에 뽀뽀를 했다.
한참을 자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나서야 대성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할수 있었다.
그때까지 대성이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밥은 먹었어? 네가 어떻게 여기있어? 고맙기는 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말을 채 끝맺지도 못했다.
"아이들만 놔두고 어디를 그렇게 늦게까지 다니시는 거에요. 낮에 뭐처럼 휴일에 아이들하고 놀이공원에 가려고 왔더니 둘이서 배고프다고 날 라면 부셔먹고 있더라고요. "
대성이 말을 듣는데 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울었는데도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니. 정말 신기할 뿐이다.
말을 멈추고 대성이가 주머니에서 가제손수건을 꺼내주었다.
"아냐.. 그냥 휴지도 닦으며 되"
"그냥 쓰세요. 휴지도 낭비에요. 이것은 빨면되지만 휴지는 버리는 다 환경오염됩니다."
대성이의 말에 웃으며 손수건을 받아들었다.
바른생활 교과서 같은 녀석.
"저는 이만 갈게요. 푹 쉬세요."
잠시 앉아있던 녀석은 신을 신고 나갔다.
잘가란 말 이외에는 별로 해줄말이 없었다.
무지 고맙다.
그런데 표현이 항상 서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