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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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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법정에서


BY 현정 2009-08-08

조정실 301호

TV에서 보던 모습하고 많이 다르다.

오전에 변호사사무실에 갔다가 조정실에서 2시에 만나기로 하고 나왔다.

지금 조정실 앞 대기실이다.

낮선숨이 토해 나왔다.

귀에 mp3를 꽂고 모자르트를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뒤에서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자.

남편의 허울을 쓴자의 목소리는 백리 밖에서도 알수 있다.

온몸의 세포가 하나씩 곤두서고 이미 귀에 음악은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그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자의 숨소리, 거친 냄새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자는 변호사와 함께 내 뒤에 자리하고 앉는 소리가 들렸고, 나보고 들으라는듯 말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 그동안 어찌 참으셨어요. 정말 성인군자가 따로없네요. 그런 여자를 그래도 부인이라고 품고 사시려고 하시니..."

음성으로 봐서는 상대방 변호사는 서른조금 넘긴듯한 앳된 음성이었다.

"어 자내먼저왔네."

구두걸음 소리와 내쪽 변호사의 소리가 들려서 눈을 뜨고 일어나 뒤를 돌아 보았다.

그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자의 눈에서 승량이의 빛을 발하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몇달이 되지도 않았는데 그자의 얼굴인상은 많이 변해있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가식이라도 푸근하고 온하한듯한 인상을 보이더니 지금은 악만 남아 있는 찌든 인상을 보이고 있었다.

겨우 두어달인데 머리에 흰머리는 많이 늘었고 살도 많이 빠져 얼굴도 쪼글쪼글해보였다.

"선배님 잘지내시죠.."

상대방변호사가 후배인지 내측 변호사에게 먼저 인사를 건냈다.

조정실문이 열리고 표정이 안좋은 한쌍의 남녀가 나오고 우리에게 들어오라고 하였다.

피고, 원고, 그리고 변호사들 판사.

10여분의 조정은 형식 뿐으로 끝나고 다음달에 다시 조정날짜를 통보하고 끝났다.

그자가 나가서 돌아보고 싸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웃음이 뭐지?

조정실에서 한걸음 늦게 나온 변호사가 종이를 들고 나오며 나에게 보여주었다.

종이를 한장 한장 넘기는데 다리 힘이 풀리고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 종이에는 그자가 제출한 증거자료 안에는 ....

은빈엄마의 진술서와 대성이와 내가 함께 있는 사진, 그리고 아이들 어린이집 원장의 진술서도 포함되어있었다.

모두 내가 평소 생활이 방당하고, 외도가 심하고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잦은 가출을 한다는 내용의 진술서였다.

어쩜 이럴수가.

은빈 엄마가, 원장님이..

어떻게 이럴수가...

 

변호사는 좀더 증거를 확보해 줄것을 부탁하고 아주 평온한 얼굴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그래 저사람에게는 수많은 사건의 하나일 뿐이지.

손이 떨려 휴대폰을 들고도 전화를 걸수가 없었다.

"띠리리리리"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 세..요"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인데 너무 낮설다.

갈라지고 가라앚고 떨리기 까지한 목소리는 처음 듣는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어!."

잠깐의 공백후"목소리가 왜그래요? 무슨일 있어요? 어디에요. 내가 그리로 갈게요.."

용준씨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건너왔다.

"법원이요."

겨우 말을 내뱉고 더이상 말은 못하고 눈물만 주루룩 주루룩 흘러내렸다.

전화기를 귀에 댄채로 눈물만 주루룩 주루룩 흘리고 있는데, 손수건이 내 얼굴로 다가왔다.

언제왔지? 빨리왔네..

"이렇게 계속 울고 있었던거에요? 자 일어나요."

용준씨의 부축을 받고 겨우 계단을 내려와 차안에 앉아서야 꺼이 꺼이 울음 소리가 나올수 있었다.

아무말도 묻지않고 내가 실컷 울수 있도록 용준씨는 그냥 조용히 옆에서 기다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