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촬영은 사고현장이다.
바로 내가 사고났던 그 장소..
남편이었던 자가 나를 죽이려 했던 장소...
차가 충돌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장소에 서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심장이 왜이리 정신없이 뛰고, 머리는 왜이리 어지럽지...
가파르게 내리찌를 언덕위에 시원하게 뚤린 8차선 대로...
양방향 차를 모두 막고 촬영은 시작되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모두 나와 촬영구경하고 간간히 엑스트라로 출연도 하셨다.
사고차량에서 사람을 꺼내는 신을 찍고 있었다.
마을 어르신 한명이 엑스트라로 참가하였다.
"아 그거 아니야.. 저리가봐.."
"왜그래.. 이거 내가 하는거야.. 자네가 저리가.."
배가 아픈 한 어르신이 끼어 들었다.
티걱 태걱..
"아 그렇게 하는거 아니라니?"
"자네가 해봤어? 왜 간섭이야.. 이게 맞아.."
"그래 해봤다.."
멀찍이서 내일을 하던 나에게 "해봤다."라는 말이 크게 확장되서 들려왔다.
해봤다고?
나는 어르신들 옆으로 다가갔다.
감독님도 난처한듯 어쩌지 못하고 싸움 구경만 하고 계셨다.
"그래 내가 해봤다.."
"언제?"
두 어르신의 싸움을 계속 되고 있었다.
"아그 언제야.. 그 몇해전 겨울에 사고난거.. 그거 내가 꺼냈잔아.. "
"무슨 사고.. 지어내긴..."
"거 있잔아. 뒤에 애들탔던차.. 쪼매난 차가 큰 트럭 밑으로 쑤셔 박힌거.. 그 거.."
"아.. 아.. 아..."
"거 기억하지.. 내가 그거 제일 먼저 사람 꺼냈다니까..."
어르신은 이제 으슥해졌다.
그사고?
그사고라면...
너는 어르신 옆으로 다가갔다.
어르신은 연실 그날의 무용담을 예기하고 있었다.
나머지 촬영이 어찌 끝났는지는 모르겠다.
촬영을 마치고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를 한잔씩하고 있는데...
나는 대접과 막걸리를 들고 아까 그 어르신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잔에 넘치도록 막걸리를 따르고 어르신께 드렸다.
"어른신 그날, 차 에서 사람꺼냈다는 날 이야기좀 자세히 해주세요.. 제가 글쓰는 사람인데.. 그일이 아주 흥미있네요.. 제 글에 쓰게요.."
"그래? 그럼 나중에 글 잘되면 나 술한잔 내는건가?"
어르신은 싱글벙글하며 무용담을 이야기 하셨다.
이야기 내내 대성이의 시선을 느낄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나는 꼭필요하다..
내 주머니 안에서는 작은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