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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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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이에는 이


BY 현정 2009-08-03

나는 지금 우체국에서 등기를 붙히려 하고 있다.

손에는 두툼한 서류봉투를 들고

띵동 하는 소리에 기계적으로 앞으로 가서 저울위에 서류봉투를 올려놓았다.

"빠른 등기로 해드릴까요? 일반으로 해드릴까요?"

"아무거나요."

아무 표정없이 기계적으로 답을 하고 돈을 지불하고 나왔다.

수신 : 변호사 사무실.

지금 내가 보낸 봉투안에는 남편의 사진이 들어있다.

윤진이, 그리고 앞집 분식집 아줌마, 학교앞 문구사집 아줌마와 같이 있는 사진들...

법정에서 이 사진을 본 남편이었던자는 어떤변명을 할까?

내심 기대된다.

전 사진들로 내가 지불한 돈은 무려 오백만원에 달한다.

그돈을 사랑이 소망이 먹을것 사주었으면 얼마나 잘먹었을까?

그돈으로  우리 사랑이 소망이 예쁜옷 사주었으면 얼마나 예쁠까?

그런데 그 돈을 나는 모두 흥신소에 주었다.

다음주 수요일이 재판이다.

그 자 얼굴을 보러 가까?

그냥 변호사에게 맡길까?

그자의 똥앂은 표정을 보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자의 거짓말에 더이상 상처 받는것이 두럽기도 하다.

다음주 수요일....

 

촬영장에서 내가 할 일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자리 비우는 것은 좀...

대성이는 촬영장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 인물로 확실히 자리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일도 모르고 어리버리 하기도 하고, 대성이 처럼 싹싹하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한다.

대성이는 스테프와 배우들에게 먼저 다가가 필요한것 챙겨주고 따뜻하게 다가선다.

주인공 여배우 나이가 내 또래인데, 대성이는 그 여배우에게도 아주 다정해 보였다.

여배우가 촬영을 마치고 나오면 시원한 얼음물과 시원한 물수건을 건내주고, 여배우와 활짝 웃으며 이야기 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모습을 보니까 위가 간질간질해진다.

대성이가 다른 여자, 그것도 내또래의 여자에게 잘하는게 왠지 심사를 꼬이게 만든다.

차라리 대성이 또래 젊은 여배우였으면 이렇게 까지 심통나진 않을텐데..

대성이 재는 왜 아무한테나 저렇게 친절한 거야..

꽁!!!

'야 주섭례! 너  지금 무슨생각하는 거니?'

내 머리를 손으로 쎄게 쥐어박았다.

"그렇게 하면 손 안아파요?"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또 그남자다..

저사람은 조스띠인가. 왜 인기척을 안하고 다녀.

"머리나쁜이유가 다 있구나. 역시.. 그렇게 세게 자기 머리를 때리는 사람이 어딧어요!"

남자가 내 손을 잡아서 이리저리 살피더니.

"머리가 센거야 손이센거야. 저기서 들어도 쿵소리가 나게 때리던데 손이 멀쩡하네. 어디.."

남자가 내 머리를 잡고 이리 저리 살폈다.

"머리도 어무 이상없고.. 역시..."

"역시 뭐요?"

이미 내 얼굴에는 심통이 가득 배어있었다.

"머리는 돌이요, 성격은 유치원생이요.. 이를 어째..."

남자는 이미 나를 놀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더이상 대꾸하기도 싫고, 자꾸 대꾸해봤자 더 유치해 지는 것같아서 그냥 무시하고 저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마침 대성이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대~성~ 아..."

대성이를 향해 손까지 저으며 인사하는데. 옆에서 남자는 계속 궁시렁 거린다.

"이산가족 상봉을 하나 아님 과거보러간 서방이 돌아오나? "

나는 남자를 째려 보았다.

"두분은 항상 같이 계시네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대성이가 남자를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오랜만?

어?

이 남자 대성이 집에서 사는 것 아니었어?

영문을 모르는 내 눈동자는 두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 반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