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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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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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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7-06

결국 자식앞에는 자존심도 뭐고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싫어하던. 차라리 죽기보다 싫어하던일. 친정에 전화를 했다.

아버지께 걸팡진 욕을 한시간이나 먹고, 겨우 20만원이라는 돈을 얻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아이들 보육비 겨우 한달치를 지불하고 남는 2만원으로 아이들 통닭한마리를 사줄수 있었다.

 

서울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퉁퉁부은 눈을 겨우 잡아띄고서야 앞을 볼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꺼이 꺼이 울고, 주저앉아 또울고, 하늘보고 꺼이 꺼이.. 어떻게 집앞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집앞 가계에서 소주 한병을 샀다.

그리고 소주를 열어 바닥에 다 부었다.

이럴대 정말 술을 먹으면 무슨 일 칠것 같다.

그런데 그냥 맨 정신에는 잠을 잘수가 없을것 같다.

소주를 다 버리고 그 안에 맹물을 채워서 한잔 마시고 잘 요량으로 소주 뚜껑을 열고 바닥에 줄줄줄 부었다.

내 눈물이 이슬방울이 되어 줄줄줄 흐르는 듯 소리도 참 처량하다.

 

"그러다 지구가 취하겠네. 그 아까운것을 왜 버려요."

고개를 들었다.

지난번 그 대성이랑 같이 왔던 그 남자였다.

오늘도 커다란 선글라스에 낙시모자를 푹 눌러쓰고 외투 깃을 세운것이 자기가 샬록 홈즈인줄 아는지..

하여간 오늘은 대꾸할 기력도 그럴 여유도 없다.

흘긋 보고 다시 나는 내 할일을 할뿐이었다.

그리고 저벅 저벅, 터덜 터덜 집으로 향했다.

열쇠 구멍에 열쇠를 밀어넣고 있는데. 남자가 옆에서 있었다.

"대성이 올때까지 안에서 기다려도 되요? 만나기로 했는데 녀석이 좀 늦네요.."

대꾸할 기력도 말릴 기운은 더더욱 없었다.

그냥 나는 문을 열고 들어섰고, 그 남자는 따라들어섰을 뿐이었다.

집에 들어서서 나는 가방은 입구에 내려놓고 소주병에 물을 채우고 소주 잔을 찾아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소주잔에 한잔 가득 따라 들이켰다.

진한 소주 내음이 입안가득 퍼졌다.

인생의 쓴맛. 이런걸까?

다시 소주병을 집었다.

그순가 그 남자가 소주병을 뺏어들었다.

"청승도. 그쯤이면 오스카상 깜이네요. 아무리 맹물이라도 격식을 차리고 먹읍시다. 자 받아요."

남자는 내 술잔에 맹물을 찰랑 찰랑 채워줬다.

난 다시 한잔을 쭉 들이켰다.

아무말도 할 기력도 없었다.

그런데 정말 술기운이 퍼지는 것인지..

눈에서는 주책없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내 눈물은 내마음대로 제어가 안될까?

통닭 한마리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소망이 사랑이. 너무 말랐다.

통통한 볼이 귀엽던 아이들인데.

볼우물이 패일정도로 말랐다.

내 앞에 남자는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앉아서 술잔이 비면 따라주고만 있었다.

두병의 물을 마시고 오른 취기 때문에 나는 비척비척 내 방으로 들어갔고, 이내 잠이 들었는지 그 다음은 아무것도 이억이 나지 않는다.

퉁퉁 부어 떠지지 않는 눈을 손가락으로 잡아 벌리고서 일어났을때는 이미 한밤중을 넘어서 새벽으로 들어가고 있을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