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겨우 한번낙방에 충격이 너무 큰가보다.
글이 도저히 써지지 않는다.
당연히 떨어질것 알고 넣었는데, 그래도 기대를 했었나보다.
며칠을 수렁에서 허덕 대던 내 기분은 결국 전화한통에 완전히 바닥으로 쑤셔박혔다.
이건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다.
찌들고 메마른삶.
그러나 오늘 나는 희망을 내 정수리에 드리부어 버리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어제밤.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었다.
두달째 교육비를 내지 않았다고 삼일 이내로 교육비를 입금 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더이상 돌보아줄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돈을 어디서 마련하지?
시나리오 공부 한답시고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안한지 벌써 1년이 다되간다 .
아이들 교육비는 1년치를 모두 선납했었다.
그나마 있던 모든 돈을 아이들 교육비와 간식비로 먼저 선납했었는데......
남편이란자가 어린이집으로 찾아와 교육비중 일부를 환불해 달라고 했었단다.
정말..... 욕도 아까운자....
두아이 교육비면 한달에 26만원씩 두명, 그러면 오십이만원.
그럿은 4개월치를 환불해 갔단다.
아이들 건사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돈까지...
남편이란자와 마음속으로 이혼한지는 이미 오래다.
그런데 내가 무슨 미련이 있어서 아직 서류상 정리를 안한것일까?
아침부터 무거운 머리를 베게에서 들어올리고 아침밥을 마련하는 내내 얼굴에는 무거운 고통이 달려있었다.
대성이는 어제도 새벽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식탁위에는 '7시에 깨워주세요'라는 메모가 있었다.
남편이란 자에 비해 나이는 절반밖에 먹지 않은 대성이가 남편이란 자보다 훨씬 어른이다.
항상 따뜻한 대성이는 무엇을 하던 자기 일에 성실하게 잘하니까.
그리고 남에 피와 살을 뜯어 먹는 기생충같은 짓은 하지 않으니까....
대성이 좋아하는 곰치국을 끓였다.
소망이 사랑이 교육비를 어디서 마련하지!!!
데리고 올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아빠란 자에게 맞길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고.....
식탁위에 대성이가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앉았다.
"너무 밤 새지만. 아직 젊다고 몸 혹사하다 나이들어 고생한다. 너 혼자 살거라면 잔소리 안하지만, 결혼할거면 몸관리해.. 어떤 여자를 고생시키려고 몸을 그리 혹사시키니.."
식탁앞에서 내 잔소리가 줄줄 흘러 나오고 있었다.
한번 씩 웃기만 하고 대성이는 곰치국 국물을 떠서 입에 넣었다.
"카... 난 역시 바닷가 출신이네요. 곰치국이 속을 쏵풀어주네요.."
후룩후룩 한그릇을 바로 마신 대성이가 빈그릇을 나에게 내밀었다.
"선생님은요? 같이 식사 안하세요?"
내 그릇이 없는 것을 이제야 발견했나보다.
국을 다시 채워서 대성이에게 국을 건내주었다.
난 입맛이 없는 정도가 아니다.
머리가 터질것 같고 속이 미싯거린다.
뱃속과 내 인생에 기생충이 그득하게 우글거리는 때문인가....
"참.. 선생님 시나리오 우리 감독님께 보여드렸어요. 선생님 허럭 안받아서 죄송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좋은것 같아서요..."
"어? 무슨소리야? 시나리오? 무슨 시나리오?"
"선생님이 저보고 한번 읽어봐 달라고 주셨던 거요."
아.. 그래 ...
공모전 내기 전에 대성이에게 한번 읽어봐 달라고 한부 출력 해서 준적이 있었지..
시나리오 박고 읽어보았는지 안읽었는지 가타 부타 말이 없어서 그냥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시나리오가 뭐?? 어떻게 됬다고???
"지난번에 우리집에 손님들 오셨을때. 사람들이 선생님이 뭐하시는 분인지 궁금해 하길래 슬쩍예기 했어요. 사람들이 시나리오 모티브가 신선하고 흥미를 끈다고 칭찬했어요. 우리 이번 영화는 다찍고 이제 후반 작업만 남았거든요. 그래서 다음영화 예기하는데 감독님이 지난번 선생님 시나리오 예기 기억하시고 한번 봤으면 해서 제가 시나리오 있던것 드렸어요. 아직 확실한것은 아니지만 시나리오가 좋으면 감독님이 사신다고 하셨어요."
내 동공이 크게 확장됬다.
"그런데 시나리오 모티브는 가져가지만 전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실거에요. 감독님 입맛에 맛게.. 그래도 시나리오 값은 지불하실텐데.. 선생님이 신인이고, 시나리오도 완성이 아니라 좀 많이 적을 거에요."
아!!!
하늘이시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허락 없이 가져가서 죄송해요.."
그 큰 덩치의 대성이가 숟가락 입에물고 ,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 눈을 하고 나를 처다본다.
귀여운 녀석, 아니 고마운 녀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