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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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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6-27

맑은 하늘이다.

생쾌한 공기..

크게 숨을 마셨다.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사랑이 소망이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런데 자겠지.. 너무 이른 시간이야.

다시 전화기를 닫았다.

 

너무 일찍 나와서인지 영어 학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영어 학원앞 계단에 앉아 수첩을 꺼내 글을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무데서나 나는 수첩을 꺼내 글을 쓴다.

소설이란게 꼭 책상에 앉아서 쓰는 것만은 아니다. 아무곳에서나 아무때나 그냥 생각 나면 메모를 해두는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오늘의 모티브는 어제 가계앞을 그 남자다.

이상하게 그 남자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그 남자를 모티브로 한 추리소설을 써볼까 생각중이다.

 

여자는 그냥 가계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시려고 하는데, 켄이 따지지 않아 절절매고 있는데.

한 남자가 갑자기 캔을 나꿔채서 따주고 가버린다.

여자는 뭐 저런 인간 있어 그러고 켄을 마신다.

그리고 다음날 여자는 조용히 잠든채 죽어있는 모습으로 발견되다..

 

뭐 이런 스토리다..

그런데 추리쪽은 좀 약해서...

요것 조것 공부좀 해야 겠다.

 

"역시 우리선생님이야."

무슨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어!

대성이네.

옆에는 어제 그 가게에서 본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모자를 푹눌러쓰고 썬글러스까지 낀것이.. 영 볼상사나워보였다.

자기가 무슨 유명 연애인인가?

 

"북어국에 감사하다고 형이 인사하고 간다고 해서요."대성이가 남자를 형이라고 부르는가보네.

나이차가 좀 나보이는데..

 

뭔인사? 먹었으면 그냥 가면 되지..

뻘쭘하게 일어나 인사를 받았다.

 

인사는 받았는데. 그다음이 영 불편하다.

학원 문은 아직 안열었고, 참.. 상황이 영..

 

"형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어디 차라도 마시러 갈까요?"

대성이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마실만한곳을 찾는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 이른 새벽이라 뭐가 있을리가 없다.

어제 술 많이 먹을것 같은데 그냥 좀더 주무시지.. 왜들 이리 일찍 일어났는지.. 원...

 

"아!.. 우리 스텐드 커피솦 갈까요?"

대성이의 말에 나도 그 남자도 못알아듣는 표정을 지었다.

 

"스탠드 커피솦?? 그게 이 근처에 있었어? 난 못봤는데.."

"아 샘도.. 이런게 센스가.. 없으셔서... 자판기요.. 스탠드.. 커피 .. 솦"

대성이가 모션까지 취하면서 말을 하자 그제서야.. 아.. 하는 소리가 나와 그 남자 입에서 동시에 나왔다.

 

"다녀올게요" 대성이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둘만 남게되니 이건 더 어색하다. 고개를 숙이는데.. 갑작스런 상황에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 메모장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내가 허리를 숙여 집으려 하는데 그 남자가 먼저 들었다.

집어서 그냥 주면 되는데, 남자는 내용을 읽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서 메모장을 빼앗았다.

 

" 왜 남의것을 함부로 읽어요. 그런 예의도 못배웠어요?"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자기말만 했다.

"무슨 시나리오써요? "

"남이야 시나리오를 쓰던 시나브로를 쓰던 왜 상관이세요. 사람이 왜 그렇게 에티켓이란것을 몰라요. 어제도 그러더니. "

내 말에 남자가 잠깐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아... 이제 생각났다.. 그 캔아줌마 였구나..."

뭔소리야?

캔아줌마?

이 자가 정말...

하긴 아줌마는 맞는데 캔아줌마는 또 뭐야?

"그래요.. 상대방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 마음대로 뺏어서 따주는거 아니거든요. "

남자의 얼굴에 입꼬리가 신나게 올라갔다.

"한참을 캔을 잡고 사정하길래. 내 도와줬더니.. 뭐라고요? 이거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란다더니.. 원... 그대로 두었다간 그 날안에 음료수 먹기 힘들것 같아서 따줬는데.. 안고마워요?"

 

나참.. 뭐 이런 안하무인이 다있어?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 대성이가 저만치서 양손에 커피 한잔씩 들고 하나는 입에 물고 조심조심 걸어오고 있었다.

얼른 뛰어가서 대성이의 손에서 커피를 받았다.

대성이는 빈 손으로 다시 입의 커피를 들고서야 '휴'하고 숨을 내쉬었다.

"입에 물고 있으니 말을 할수 있나? 뛰수가 있나 애고 답답해서.. 그런데 왜 싸워요. 다큰 어른이 그것도 길에서.."

"싸우긴 누가 싸웠다고..."

"내가 저기서 보면서 왔는데요. 두분다 너무 유치하게 싸우시던데요. 서로 모르는 사이 아니셨어요?"

대성이의 물음에 남자와 내 대답이 동시에 엇갈려 나갔다.

"아니."

"응"

"뭐야.. 한사람은 안다고 하고 한사람은 모른다고 하고.. 누가 거짓말 하는거에요?"

이거 모양새가 점점 이상해진다.

 

"아니 대성아. 아는 사람아니야. 어제 가게앞에서 잠깐 스친것뿐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변명하지..

이거 정말 모양새가 영 초라해지네..

 

"대성아.. 나 갈게.. 촬영장에서 보자.."

뭐 저렇게 예의 없는 남자가 다있어.

남 말하고 있는데 자기 혼자 그냥 가버리다니..

정말 예의라고는 아에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구나...

 

우리가 실갱이 하는 사이에 학원문은 언제 열려있었다.

"나두 간다... "대성이에게 인사하고 학원으로 들어섰다.

 

나참 아침부터 일진이원..

오늘은 하루종일 조신하게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