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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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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픽션일 뿐이고


BY 현정 2009-03-24

눈앞이 깜깜하고 먹는것도 싫다.

숨쉬는 것도 무겁다.

 

며칠이나 이러고 있었을까?

옆에서 칭얼대는 아이의 울음소리도 아련하게 들린다.

 

화장대 위에 수면제가 보인다.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때문에 사다 놓았었는데 한알도 먹지 않았었는데.

그런 약따위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자고싶다.

아주 푹.

아무 생각도 없이 자고 싶다.

 

약봉지를 집었다.

그리고 한알을 먹었다.

그런데 졸립지가 않다.

자려고 애를 쓰니 머리만 아프다.

다시 한알을 먹었다.

그래도 잠은 오지 않는다.

 

봉지에 있던 약을 모두 입에 털어 넣었다.

물도 가지러 가지 싫어서 그냥 약을 우적 우적 씹어 먹고 있었다.

 

남편이 들어온다.

 

약봉지를 집어들더니 아주 잔인한 미소를 던진다.

 

"진작 이랬어야지. 그래 이제야 정신 차리냐?"

어??

무슨 소리야?

고개를 들어 남편의 얼굴을 봤다.

 

"너 말이야. 진작 죽었어야지. 뭔 명이 그렇게 질기냐. 트럭 밑에 쑤셔 밖았으면 알아서 죽었어야지. 그랬으며 일이 이렇게 귀찬게 안되잖아. "

 

머리가 멍하다.

약때문인가?

 

"그때 죽었으면 돈좀 챙기는데. 지금 죽어봤자. 자살은 돈도 안나온다잖아. "

 

남편은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설마...

꿈이야..

그래.

이 악몽에서 빨리깨는거야.

그래 한잠 자자.

한잠 자고 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거야.

꿈이야.

그래.

 

아른아른 눈앞이 뽀얀 형상이 나타난다.

"어 어 엄 마 아아"

 

"그래 내아가.이리온"

 

엄마 무릎베고 자고 싶어.

엄마 귀파줘.

엄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