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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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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필션일 뿐이고


BY 현정 2009-02-09

사랑이가 집에돌아왔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다슬이네서 얻어온 빵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그리고 까마귀 손을 쪽쪽 빤다.

 

현관문앞에서부터 사랑이가 들어온 흔적이 널부러져 있다.

뒤집어지고 자빠진 신 두짝과, 가방. 그리고 좀 들어와서 겉옷, 또 몇걸음 들어와서 양말....

 

하나 하나 사랑이의 흔적은 집어 올리고 가니 현관앞에 꼬랑내 심한 어른 운동화가 보인다.

또 신발뒤를 꺽어신었구나..

아무리 잔소리 해도 안되는구나..

자기도 꺽어신으면서 왜 애가 신발을 꺽어신으면 야단을 칠까?

정말 고칠 생각이 없는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벌써 5년째..

양말 뒤집어 벗어놓지 말라..

밥먹고 반찬 뚜껑 덮어서 냉장고에 넣어라...

욕실 슬리퍼 나오면서 세워놓아라..

그렇게 말해도 왜 안고칠까?

 

나보고 부탁하라고? 그럼 들어준단다.

그런데 왜 내가 그것을 부탁해야 하는 거지?

그리고 그럼 좋은소리고 하던 1,2년전에는 왜 안고쳤지?

그리고 자기가 하는 잘못을 애들이 똑같이 하는데 왜 애들은 야단치는 거지?

 

그래..

다 부질없는 짓이다.

이제 남남인될건데...

 

길게 한숨을 쉬고 집안을 치우고 사랑이 저녁을 먹였다.

소망이에게 호박죽을 먹이고 깨끗이 목욕을 시켰다.

아이에게서 나는 비누냄새가 너무 좋았다.

 

이 작은 행복을 소망한 내가 그렇게 큰 죄를 지은것일까?

 

그제서야 남자가 배를 쓱쓱문지르면 거실로 나온다.

"지들끼리만 밥먹냐? 먹으란 소리도 없이"

냉장고로 가서 물통을 꺼내 그냥 입을 대고 마신다.

 

"입대고 마시지 말라고 했잖아. 양치질도 잘 안하면서.."

남자는 흘긋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대로 마신다.

 

이미 내 얼굴의 양 미간을 찌그러졌고, 얼굴에서는 짜증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소망이가 기어서 언니에게로 갔다.

 

"오지마.."

사랑이가 바닦에 배깔고 엎드려 유치원에서 공부한 기역 니은을 쓰던 공책을 들고 도망가버리고, 소망이가 빛으속도로 기어서 언니를 따라간다.

 

"야 말좀 이쁘게 해라..."

"내가 지금 말이 이쁘게 나오니? "

"니? 아주 말짧다... "

"그래.. 말짧다.. 그런 너는 왜 말이 짧니?"

"너... 아주 막나가라..."

 

그렇게 싸움은 또 어이없이 시작되었다.

나보다 12살이나 많은 남자.

그리고 직업도 없다.

10년전 교통사고 후휴증으로 다리를 절고있다.

 

이런 남자를 나는 단지 사람하나 본다는 이유로, 사람속을 안썩을거라는 이유로 결혼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사람속을 썪고 있다.

아무 이유도 모르고 집에서 놀고 먹는 남자를 5년을 기다렸다.

그런데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더 암흑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너네 엄마가 너 그렇게 가르치디? 대학에서 그런것도 안가르쳐?"

결국 남자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말까지 나와 버렸다.

 

"니가 우리 엄마 보기나 했어? 왜 돌아가신 분까지 들먹이며 욕하는거야? 그래 그런 너네 엄마는 그렇게 잘나서 줄줄이 사기꾼에 조폭에 도둑놈만 키웠냐? "

 

"이게~~"

남자의 눈알이 튀어나올것 처럼 되는 순간 남자의 커다란 손이 나를 때렸다.

"어디 함부로 나불대고 지랄이야~~"

바닦에 내동그라진 눈에 불이 번쩍했다.

그래 이것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

얼굴을 감싸쥐고 일어섰다.

 

"그래.. 패라... 패... 이것도 이제 끝이야.. 오늘 서류 접수 시켰어."

남자의 눈이 똥그래졌다.

"무슨서류?"

내 입가에 썩소 작렬이다.

"이혼 서류.."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주 미쳤구나.. 니가 뭘 잘했다고 이혼소리를 해.. 뭐한 년이 성낸다더니"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

내가 뭘잘해?

그럼.. 너는?

 

그리고 집을 나와버렸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할수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 이대로... 영원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싶다...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