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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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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픽션일 뿐이고


BY 현정 2009-02-04

그리고 또 6개월.. 아니 7개월...

역시 변하는 것은 없었다.

 

터덜 터덜 법원으로 들어섰다.

이거 이렇게 쓰는것 맞습니까?

서류를 내밀었다.

법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번 쓱 보고 나를 위 아래로 처다본다.

이거 이렇게 쓰면 안되구요..

저기 양식있으니까 그거 맞추서 다시 써오세요.

그리고 은행가서 수입인지 사서 오시고요..

 

다시 돌아서 나오는데..

뒤통수가 왜이리 화끈거리는지..

 

다섯번을 법원을 드나들고 나서 겨우 서류를 접수하고 나왔다.

이렇게 살려고 한것은 아닌데...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빠와 인연도 끊어가며 결혼한것이 이렇게 살려고 결혼한것이 아닌데...

 

집에들어와 여전히 컴퓨터 앞에서 고스톱을 치는 남편의 뒤통수를 보고 거기다 연탄집개를 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잠이깼는지 아장아장 기어서 작은 아이가 다가온다.

 

형식적으로 작은 아이를 안아올리는데 분유 토한 냄가가 확 올라온다.

혼자 젓병 물고 잠이 들었는지 .....

아이를 안아 씻기로 이유식을 먹이는 동안에도 남편은 여전히 오락중이다.

 

시계를 보니 큰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사랑인?"

"몰라"

남편은 컴퓨터에서 눈도 떼지 않고 그대로 말은한다.

 

눈을 꼭감고 크게 심호흡을 한번하고 집밖으로 큰아이를 찾으러 나갔다.

큰아이와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다슬이네 집에 가보았다.

다슬이는 집에 와있었다.

"다슬아.. 사랑이 오늘 같이 안왔어?"

다슬이가 동그란 눈으로 말똥말똥처다본다.

"어 사랑이 엄마.. 왜? 사랑이 안왔어? 다슬이는 벌써 두시간 전에 왔는데... 원장 선생님께 전화해봐"

"미안해.. 나 여기서 전화좀 쓸게"

"어 저기 전화기 있어"

 

뚜~~~~~~~~

"네 선생님...저 사랑이 엄마인데요..."

아주 반갑고 다급하게

" 아.. 네 어머니.. 안그래도... 사랑이가요..."

"사랑이 거기 있습니까?"

"네.. 사랑이가 집에 갔더니 문이걸려있고...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없다고 울면서 다시 어린이집으로 걸어왔어요..."

"네????"

"그 먼거리를 걸어왔더니.. 피곤하지 지금 자고 있어요..."

"아..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입으로 내밷는 말하고는 다르게.. 얼굴은 심하고 일그러지고 입술을 새하얗게 깨물고 있었다.

"제가 지금 가겠습니다..."

"아니에요.. 어머니.. 집에 계속 계실거죠?"

"네..."

"그럼 사랑이 깨면 제가 집에 데려다 줄게요.. 마지막 차 운행시간에 가면 되요.."

"네 선생님.. 그러주세요.."

전화를 끊는 손이 바르르 떨렸다.

 

"왜.. 자기야? 자 이거 마시고 좀 진정해..."

다슬이 엄마가 따뜻한 자스민 차를 내밀었다.

"내가 그렇게 흥분되 보여?"

"어..."

자스민 차를 한잔 마시니 입안에 향긋한 내음이 가득 펴졌다...

"그럼 집에 있으면서 애 문도 안열어준거야?"

천천히 고개만 끄덕끄덕였다.

작은 아이는 엉금엉금기어서 다슬이 방에 들어갔다.

이내 다슬이는 째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엄마...  소망이가... 내 책 먹어.."

다슬엄마가 얼른 일어나서 작은 아이를 안고 나왔다.

"소망이가 공부 잘하겠네.. 책도 좋아하고...."

그사이에도 나는 그냥 숨만 쉬고 있고 눈만 뜨고 있을뿐 아무것도 할수도 하기도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