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녀는 타박타박 길을 걸어서 버스 정류장 앞에 선다.
미국 가기 전에 미국사람과 결혼 한다고 하니까 난리가 났었던 집안 식구들.....
또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양갈보, 똥갈보 하면서 놀리던 때가 생각나 아랫입술을 꼭 깨물면서 종이에 적힌 주소를 물어물어 찾아 가는데 사람들이 다 자신을 쳐다보고 욕하는것 같아서 왠지 화가 치민다.
‘암만 그래도 너희들은 이런 곳에 살고 나는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데...
내가 미국에 가면 나는 전화에 자가용도 있는데 이것들이 감히 나한테 까불어?’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누구라도 걸리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참 길을 찾았더니
드디어 종이에 적힌 주소가 문패에 씌여 있는 집이 나왔다. 낮은 울타리에 초라한 집이다. 집안에 아무도 없는것 같아 안을 들여다 보니 한 다섯살 정도 되는 남자 아이가 혼자 놀고 있다.
“애야, 이집에 이준식씨가 사냐? “
“우리 아버지 인데요. 아줌마는 누구세요? “
“네가 그럼 아들이냐? “
“네“
“네 누나 이름이 영숙이니? “
“네. “
“네 이름은 무엇이니? “
“영호요. “
“할머니는 안계시냐? “
“할머니는요 재작년에 하늘나라에 가셨는데요. “
“뭐? “
복녀는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아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자신의 오빠얼굴이 들어 있다.
“나 네 고모야. 엄마한테서 미국에 고모가 있다는 말 안들었니? “
“아뇨. “
“엄마 어디있니? “
“엄마는 일하러 가셔서 이따 저녁때나 들어 와요. 아빠는 도시로 일가셨구요. “
“작은 아버지는 어디 사시냐? “
“몰라요. 아주 멀리에 살아요. “
마루에 올라가서 가방을 내려 놓은 복자는 집안을 둘러 본다. 벽에 걸린 사진들을 들여다 보니 다시금 눈물이 올라 오고 있다.
얼른 눈물을 훔치고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어 영호에게 주었다.
“누나랑 나눠 먹어라. “
“엄마가 낯선 사람이 주는것 받아 먹지 말랬는데... “
그러면서도 화려한 색깔의 과자 겉봉투가 신기한지 이리저리 들여다 보고 있다.
잠시 후 한 7살 정도 먹은 아이가 또 들어 오고 있다.
“형아“
“어 영호야 , 그런데 왠 아줌마가 오셨냐? “
“우리 고모래. “
“고모? 너 집 잘 보라고 엄마가 그랬잖아. “
복녀가 들여다 보니 이번에는 큰 올케를 많이 닮은 아이다.
그러고 보니 영숙이 하나만 있었는데 어느새 아들 둘을 더 낳았나 보다.
“나 미국에서 온 고모다. “
“미국요? “
“그래. “
“아~ 할머니한테 들은 기억이 나요. “
“그래? “
“힐머니가 뭐라고 하셨어? “
“망할년....“ 그러면서 고개를 숙인다.
“뭐?’ 복녀는 엄마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하다.
“그러다가 그래도 미국에서 잘먹고 잘살면 좋겠다고 하셨구요.”
“그래...”
“그런데 아줌마 이름은 뭐여요? 진짜 우리고모 맞아요? “
“그래 고모 이름은 복녀야. “
“아~ 기억나요. 할머니가 밤낮 복녀 이년 보고 죽어야 하는데 라고 하셨어요.’
“그래... “
복녀는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 안으며 소리죽여 우는데
아이들은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다.
처음 본 조카지만 미국에서 코 큰것들만 쳐다 보다가 피붙이인 조카들을 보니 가슴이 찡해진 복녀는 큰아이인 영태가 부엌에서 가져 온 상을 받는다.. 지 에미인 올케가 차려 놓고 나간것인 가 보다. 영태는 익숙하게 물도 떠오고 공기도 하나 가져와서 두그릇인 밥을 세그릇으로 나누며 복녀에게 밥을 권한다.
복녀의 배에서도 배가 고프다고 요동을 치고 있었다.
아이들과 밥을 먹고 잠시 있자니 제일 큰아이인 영숙이가 들어 온다.
“애들아 누가 왔어? “
“응, 우리 고모래. “
“고모? “
“응“
아니 그럼, 놀란 영숙이 황급히 마루로 올라 온다.
복녀도 그 어렸을때의 모습을 찾아 보기는 힘드나 자신의 엄마를 많이 닮은 영숙을 보고 손을 내민다.
“아구 네가 이렇게 컸구나. 나다. 고모야. “
“고모세요? 그런데 언제 오셨어요? 우리는 고모를 만날수 없다고 하던데...... “
“그래 그런데 너희들 보고파서 왔다. “
“엄마는 늦게 오셔요. 아버지는 내일 그러니까 토요일 밤에 오시고요.’’
복녀는 또 가방을 열어서 아이들에게 쵸코렛을 꺼내어서 나누어 준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기한 쵸코렛이 좋기는 하지만 덥석 꺼내먹지는 않는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아직도 진짜 고모인지 아닌지 걱정이 되나 보다.
하기사 10년동안 연락 한번 안했던 고모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