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천안을 지나 소정리에 내린 복녀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길을 걸어 간다.
엄마는 어떻게 변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기도 하면서 가방속에 있는 자신이 갖고 온 여러가지 미제 물건을 생각하면 이것을 받아 들고 기뻐할 가족들 생각에 기분이 흐믓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드디어 삼거리를 지나서 고갯길을 넘어 가면 작은 공판장인 가게가 있고
조금 더 가면, 어린시절에 배 곯던 자신의 집이 나올것이다.
한참을 걸어 가고 있는데 누가 아는척을 한다.
그러지 않아도 누가 알아 볼까싶어 고개를 숙였는데도
시골 길에 낯선 외지에서 온것 같은 여자가 오니까 유심히 봤나 보다.
“아니, 이게 누구야? 너 복녀 아니니? “
공판장을 하는 여자다.
“아이구 이를 어째? “ 하며 자신을 잡아 끈다.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 하면서 사방을 둘러 본다.
“엄마가 너무 보고파서... “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하는 복녀다.
“너희 식구들은 다 이사갔어. “
네“? 어디로요? “
“나도 잘 몰라. “
그대로 길에 철퍽 주저 앉으며 꺼이꺼이 우는 복녀다.
우는 복녀를 물끄러미 쳐다 보던 그녀는
복녀를 끌고 자신의 가겠방으로 데리고 간다.
“여기 가만히 있어. 내가 너희 이사간 주소를 알아 봐 줄께.
어디 나가지 말고 여기 가만히 있어.
길동이가 너희 작은 오라비와 친구였지?
한번 물어 봐야겠다. “
밖으로 나간 여자는 한참 후에 들어 와서는 복녀에게 말한다.
“오늘은 안될것 같아. 길동이가 어디 가서 내일 온다네. 어쩌지? “
복녀는 가만히 가방을 열어서 루즈를 하나꺼내어서 그녀에게 준다.
“저, 이것 받으세요. “
“아니 뭐 이런걸 아유 안 그래도 되는대....아이구 색깔도 고와라. “
미제 루즈에 좋아 죽는 공판장 여자를 바라보며 복녀는 아깝지만
식구들을 만날려면 지금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밖으로 다시 나간 공판장 여자는 주소가 적힌 쪽지 하나를 갖다가
복녀에게 주면서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첫차를 타고 가라고 한다.
공판장에 달려 있는 방에서 거의 뜬눈으로 하룻밤을 잔 그녀는
다음날 새벽에 누가 볼새라 살짝 그 집을 나왔다.
주소를 적은 종이를 꼭 움켜쥐고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복녀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공판장 여자는
“아이구 왜 저리 말랐어? 잘 먹지 않았나?
아니면 미국에서 그 뭣이냐
마약인가 하는것 아니면 이상한 짓을 한거 아니어?
기운도 하나도 없고... 아직도 애하나 못 낳았나 보네...
하기사 ... 오죽하면 식구들이 창피하다고 다 이사를 갔을까?......ㅉㅉㅉ“
“여기 비누 한장만 줘, “
동네 다른 여자가 공판장으로 들어 온다.
“아 예... “
“아니 뭘 그렇게 쳐다 봐? 아니 저기 저여자는 누구여? “
“아 아니어요. “
“아니긴 누구여? “
“그 있잖아요? 복녀요. “
“복녀? “
“네.“
“애 못 낳는다고 쫒겨 나고는 그 양갈보 하다가 미국에 갔다며? “
“아이, 양갈보는 안 했어요. “
“그게 그거지 뭐. 아니 근데 여긴 왜 온거야? “
“그래도 핏줄이 그리웠나 봐요. 미국에서 다니러 왔대요.“.
“지 오래비가 호적도 파 가라고 했다메? “
“네. 안됐어요. “
“안돼긴? 원래 끼가 있는 거지 뭐. “
저멀리 바싹 마른 복녀가
양손에 무거운 가방을 힘들게 들고 걸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