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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정신전력 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진행 중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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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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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BY 정자 2009-09-09

 "아휴..아휴..야 야 영은아..둘리가 아직 안왔다? 니 오다가 못 봤냐?"
막자언니가 원체 느리다고 하지만 이상하게 둘리아줌니가 늦게 오거나 안 보이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좌불안석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 바로 둘리아줌니였다.
 
둘리라는 별명도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소주병은 푸른색이지만 그 당시 유리로 된 병에 큼직한 두꺼비가 듬직하게
앉아있는 소주를 물처럼 마시고 살았었다. 그럼에도 눈 한 번 게슴츠레하게 뜨거나

주당이 원체 크셨는지 좀체 실수는 없으셨다. 근처의 눈치가 있으니 찬장 맨 위에 옆
으로 눕게 감춰놓으면 키가 작은 우리들은 잘 안보였다. 어쩌다가 키 큰 멀대아줌
니가 우연히 유리병에 뚜껑이 살짝 들켜서 둘리아줌마는 멀대아줌마가 오시면 제일
무서워했다. 어디서 멀대아줌니 목소리만 들려도 벌떡 일어나 안절부절 하셨다.그
래도 요리 저리 구석구석 옷 보따리에 꿍쳐놓고, 홀짝 홀짝 마시는 술주정뱅이를
딱히 뭐라고 불러드릴 대명사가 없었는데. 한 번은 막자언니가 요리저리 잘도 숨겨놓
는다고 하는 소리를 옆에서 듣고 있던 떠벌이 아줌니가 무릎을 탁치며

"니는 둘리랑 똑같다!"고 했다.
 
푸른색 얼굴을 가진 만화주인공은 노래부터 요리보고 저리보고 신통하게 재밌는 만
화주인공이라고 그러면서 영낙없이 둘리아줌마라고 했다. 여하튼 그 노래만큼이나

어디서 술은 잘도 구해 오셨다. 시골 사거리 모퉁이에 번듯하게 장사하는 식당에서
가게를 갈려면 맘도 굳게 먹어야 하지만 시간을 못 맞추면 버스를 타지 못한다.
버스시간은 사실 기사양반 마음대로다. 오분 일찍 출발하기도 하고 또 언제는 이 십분이 지나도 하도 안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그제야 버스가 막 지나간다. 한국시간은 버스에서도 특히 시골버스는 대충 삼 십분은 넉넉하게 대기해야 탈 수가 있었다. 그러니 아무데서 손들면 태워주고 정류장도 아닌데도 굳이 그 앞에까지 태워 달라고 박박 우기는 할머니도 계셨다. 시골버스 기사양반들 아마 주정차 위반도 알게 모르게 무지 했었을 것이다. 안 봐서 잘 모르지만. 
그 버스 시간 맞출려고 새벽부터 일찍 사발시계를 초까지 아껴 가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둘리 아줌니가 별로 그렇게 내놓고 외출하는 일도 별로 없었다. 설사 나간다고 해도 늘 막자언니의 시장보기로 짐을 들고 나란히 순대집에서 순대 이 천어치 먹고 우리들 먹을 것을 싸달라고 할 때나 가끔 장 보러 간 일이 전부인데. 신통방통하게 소주는 언제 그렇게 사서 꼬불쳐 놓는지 우린 신기한 마녀라고 했었다. 마술을 부리는 마녀가 아니라 어디서 소주가 애 낳은 것 처럼 툭 툭 잘도 나온다고 그렇게 놀리기도 했었다. 사실은 제대로 나이를 말하지 않아 어떻게 보면 막자언니보다 더 많은 것 같고. 떠벌이아줌마랑 비슷한 동갑내기인 듯 한데 좀체 말하지 않아 비밀투성이였다. 서로 얼굴에 새겨진 주름살 세어 가면서 줄 세워 늙은 순서로 말하자면 당연히 막자언니부턴데 이상하게 막자언니보다 더 늙고 추레하게 보이는  둘리아줌마였다. 한 번은 식당을 개업을 했지만 술을 팔고 일반음식점으로 할려면 이 사업자등록증이 필히 있어야 했었는데 우리들은 이런 제반 상황을 잘 몰랐었다. 장사가 잘되어서 근처에 다른 식당이 고자질을 하듯이 세무서에 조회를 했는지, 고발을 했는지 무슨 조짐을 눈치 채셨는지 모르지만. 둘리아줌마는 얼른 저 술들을 다 치우라고 했다. 술을 감춰놓고 마시는 둘리아줌마가 그 말을 하니 우리는 피식 웃었는데. 영업허가를 내지 않고 술 팔면 불법영업이라고. 얼른 사업자등록을 먼저 해야 겠다고 서두르시는 바람에 다행히 위기를 모면했었다. 나중에  막자언니가 술을 안 팔 거라고 했는데. 그럼 둘리 아줌마는 사업자도 내지 말라고 하더란다. 식당은 주류세가 십중팔구 그 게 전부라고 하면서.이젠 자신이 마시는 술은  어차피 막자언니 한테만 들키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긴 손님들이 알아서 막걸리를 받아오고 그것도 들로 밭으로 하우스에서 마시니 식당은 걸릴 게 없었다.
가끔가다 떠벌이아줌니랑 손님들이 남기고 간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막자언니에게 걸리면 줄행랑치는 것도 아예 맡아 놓고 했었는데. 그렇게 술을 마셔도 집에는 꼭 돌아오셨다. 둘리아줌마는 술이 취하면 별 말이 없었지만 가끔가다 매출장부에, 아니면 거래장부 맨 뒷장을 북 찢어 뭘 적기도 했는데. 글씨가 달필휘지였다. 달필휘지라는 게 꼭 화선지에 묵을 잔뜩 발라 도를 닦듯이 쓰는 서예라고 알았었는데 둘리 아줌마의 손글씨는 보통 글체가 아니다 싶었다. 어디서 따로 펜글씨로 한 십년 도를 닦고 내려 오셨나 착각 할 정도였다.
글 모르는 떠벌이아줌마도
"야야..이 둘리가 옛날에 한 과거가 있긴 있었나보다 잉?"
 사연 모르고 남 과거 캐지말라는 말이 우리들 간에 묵시록이었다. 남 아픈 과거를 역사적으로 써서 돈도 안 되고 약도 안 되는 것을 사실 우리들은 제일 궁금하기도 했지만 굳이 본인이 직접 술김에 내밷는 말씀이 아니라면 우린 일부러 모른척을 해주는 것을 터득하고 직접 그렇게 묻는다는 것은 큰 실례 하는 것이었다. 이건 누구하나 예외 없는 법이었다. 써놓은 글도 한문으로 중간 중간 섞어 웬만한 것은 잘 읽지도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시인가. 시조였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막자언니 애인이 가장 궁금한 순위에 일위를 때리고, 그 다음 이 등이 이 둘리 아줌마 과거였다. 우리끼리 묻지마 법이 아니었슴 벌써 캐고 남을 그 사연들이 그 글씨체에 담긴 것이 틀림없다고 숨길 수 업다고 했다, 어느 명문대학이나 아니면 고급인텔리들이 쓰는 필체임에 나는 확신했었는데. 도무지 막자언니 애인만큼이나 둘리아줌마의 정체는 막상막하라고 할까. 그렇다고 당신 어디에서 뭐하다 여그까지 왔어? 물어 볼려고 몇 번 시도하던 떠벌이 아줌마도 맥만 빠지는 그 묻지마법 때문에도 못하고 엉뚱한 일들이 끼이는 바람에 재촉만 한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서로 어찌어찌해서 굴곡 많은 구부러진 삶들이 뭉친 곳인데. 이 둘리아줌마가 아침 일찍 어딜 좀 다녀 온다고 하더니 저녁이 넘어가고 식당영업시간이 끝나가는데 전화 한 통 없으니 또 막자언니 옛날 일이 생각나나 아예 현관문에 붙박이처럼 서성대었다. 바깥에 간판불도 끄지 말라고 했다.

먼 곳에서 오는 길일텐데. 캄캄하면 넘어진다나.
신작로로 길이 나려고 여기저기 나무들이 얼기설기 잘려나가 컴컴하면 걸려 넘어질
것 같다고 어린애 잃어버린 에미처럼 막자언니는 초조하다..

 떠벌이 아줌마는 농약을 두 번 마시고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었고.
둘리아줌마는 술에 수면제를 타서 두 번이나 119구급차를 타고 갔었다. 여름에 장마철은 무슨 전염병을 끼고 오듯이 여인네들이 더욱 우울해졌나. 그 때마다 하루 전 날이나 그 전 날에 늦게 오거나, 안들어와서 그여히 전화벨이 울리면 막자언니는 또 뛰어 다녔으니. 이번에도 그럴까 싶어 노심초사였다.
 기껏 살았다고 안심을 하고 있는 막자언니 멱살을 잡고 왜 살려 냈냐고 쥐고 흔들어 날 책임질 거냐고 했던 떠벌이아줌니 만큼이나 둘리 아줌니도 몇 날 몇 칠을 막자언니를 노려보고 쬐려보더란다. 그 땐 내가  옆에 있지도 못 할 만큼 그 살벌한 병실에서 그래도 막자언니는 그랬다.
"칡넝쿨만큼이나 질기고 제초제 뒤집어쓴 샛노란 풀밭처럼 다시 살아나는 목숨이 뭐 그렇게 간단하고 순진한 줄 아냐" 고 했다.
죽을 힘으로 그냥 살아야 한다! 안 그러면 내가 벌써 일찍 죽었다고 으름장처럼   
 " 야야..니덜은 아즉 멀었어..죽을려면.."  
막자언니는 그렇게 두 사람을 살려 내었다. 살림하듯이.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우린 모두 그 전화를 동시에 쳐다보았다.
몇 번을 울려도 아무도 수화기를 잡을려고 하지 않았다.
막자언니는 떠벌이 아줌마 얼굴보고, 나는 막자언니 보고 말도 못하고
속으로 벌벌 떨었다. 영업시간은 끝나서 주문전화도 아닐테고, 둘리아주머니는 어
딜 가면 몇 시에
들어 온다고 친절히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전화벨은 계속 울려대었다.
 
보다못한 내가 수화기를 집었다.
"...여보세유?"
" 야..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어? 뭐하는라고?"
목소리 큰 멀대 아줌마였다. 휴유하고 웬일이시냐고 했더니
얼른 떠벌이 좀 바꾸란다.막자언니 말고.
 
멀대 아줌니라고 바꾼 전화를 받은 떠벌이 아줌니가 잉. 그려서..그런디...이 말만
하더니 알았어! 이러고 끊는다. 옆에 있는 나나 막자언니는 저 쪽에서 들려오는 목
소리가 들리지 않아 답답했다.

전화를 끊은 떠벌이 아줌마가 아무 말이 없다. 몇 분을 흘러도 숨만 고르게 쉬어지
는 조용함이 너무 이상했다. 늘 소란하고 시끄럽고 부산한 곳인데.

 
"뭔 전화여..멀대가 이 밤중에 웬일이여?"
느리게 막자언니가 물었다.
 
" 저어기..언니...아휴...멀대가 내일 내보고 혼자 나오라고 했는디.."
혼잣말인지 아님 저절로 튀어 나온 말인지 떠벌이 아줌마는 자꾸 손을 비비고 머리
를 귺고 어쩔 줄 모른다. 떠벌이 아줌마는 급하고 다혈질이 충분한 성격인데. 멀대
아줌마가 신신당부하고 아무리 단단한 단도리를 해도 몇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
을 안다.원체 급해서 호떡집에 불나도 먼저 물바가지를 떠서 불부터 끄고 신고한다
고 해서 우리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에라이 난 모르겄다...아휴..글쎄 둘리가 지금 유치장인가 경찰서에 있데..언니? 멀
대가 언니 놀랄까 봐  우선은 나 혼자 알고 있으라는 디..근디 둘리가 뭔 죄를 졌
길래 거기 가 있다는 거여? 언니가 둘리를 젤 처음 만났을 텐디 무슨 사연이 있는
겨?”

 
득달같이 밑이 터진 말자루처럼 우르르 쏟아내니 그제야 떠벌이 아줌마는 또 막자
언니가 뒤로 쓰러질까 얼른 손목을 잡았다.

 
" 병원은 아니구?" 먼저 그 것부터 확인하니 막자언니는 생사확인이 젤 궁금했었나
보다.병원에서 전화와서 놀라고 달려가고 맨 그런 일이었지만 이 번엔 경찰서에서
연락이오니 참 얄궂은 일이었다.

" 응..글쎄 멀대가 만나는 남자가 형사라는디..거기서 알려 주더래..근디 멀대가 가
족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있다가 나만 알고 있으라고 하는 디. 근디 언니? 옛날
둘리가 뭔 죄가 있던 거여? 술 많이 먹은 것도 죄가 되는 감?" 무신 약 맞은 겨?"

 
막자언니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미간이 눈에 힘줘서 좁아 진다.힘없이 방에
들어가시더니 가방을 찾더니 수첩을 뒤적거린다.

 
"지금 몇 시냐?"
막자언니는 벽에 걸린 큰 접시처럼 생긴 시계도 안 보이나 우리에게 자꾸 물었다.
병원에서 두 번 살린 둘리 아줌마 생명의 은인인 막자언니가 자꾸 시간을 물으니
우린 또 시계를 보고

"인제 열 한시여..언니! 30분도 안 지났어? 왜 자꾸 묻는 겨?" 떠벌이 아줌니가   정
신 차리라는 듯이 소리를 높였다.

 
수첩에서 큰 메모지에 전화번호를 옮겨 쓴다. 그리고 나에게 그 메모지를 준다.
"아침이 오면 내는 식전에 경찰서에 갈테니 영은이 니는 여그에 전화해서 여기로 내
려오라고 해라"

"둘리  이름은 박 심화다!"
 
" 둘리 이름이 박 심화라고?" 우리는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하긴 통 성명이라
고 할 계제가 따로 있지는 않았지만 몇 년동안 부벼 대고 같이 살면서 제대로 어디
에서 왔었나 확인하는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둘리 아줌마가 주방 뒷문에 한문으로
 心化라고 흰 분필로 직직 그어대는 한문을 보고 난 무슨 의미심장한 뜻을 표시하
나 보다 했다. 마음에 꽃이라 그렇게 뜻이 새긴 한자를 분필로 굵게 써서 비가 와
도 그토록 심하게 바람이 비벼댄 문짝인데도 그 이름은 희미하게 아직도 흔적이 남았다.

 
" 근디 번호보니 서울이네? 서울에서 살았었나보네?"
막자언니는 베개를 베고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나도 더 이상 뭘 묻기도 머쓱했고.
떠벌이아줌니도 조바심 내던 긴장이 풀렸나 하픔을 길게 했다.

 
“야야..현관문 잠궈라..낼 일찍 나가보아 할 텐디..금일휴업이라고 크게 써서 붙여
놔야 될텐디...“

막자언니는 아예 하루를 몽땅 비워 둘 참이었다.
 
난 메모지를 두번 접어 바지 옆 주머니에 깊게 넣었다.
현관문에 길게 쓴 금일휴업을 붙이다가 구름에 가려진  달이 헝클어져 부옇다.
내일을 알 수 없듯이 비가 올까 별도 가려진 하늘이 유난히 어두웠다.
아침이 곧장 온 것처럼 늦은 어제저녁에 전화를 받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는
막자언니의 숨소리가 멀어지더니 눈뜨니 아침이었다.
" 언니? 아침바람부터 왜 이려? 시방?"
막자언니가 밥을 한다고 나간다. 아니 지금 오늘 식당문에 금일휴업을 한다고 써
붙이고 누구네 밥을 한다는 겨? 물어도 막자언니는 수도꼭지를 있는 데로 틀어 물
이 콸콸 나오게 했다.

그리고 팥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아침부터 무신 팥을 찾냐고 궁시렁 궁시렁 떠벌이 아줌니가 뒷곁에 있는 창고를 가
더니 심화라고 쓴 주방뒷문을 홱 열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솔솔 들어왔다.

 
"둘리가 팥밥을 좋아 하쟎어..."
" 아니 지금 사식을 넣어줄려고 그러는 겨? 가면 바로 데리고 나 올 수 없는 겨?"
떠벌이아줌마는 목소리가 더욱 한 계단 올라갔다. 무슨 심각한 일을 저질렀기에 가
는 날 첫날부터 밥부터 짓고 아직 유치장인디 그런 표정이다. 옆에 있는 나는 불편
하기만 하다.전혀 익숙하지 않은 말을 해야하고 들어야 하고 말이 그렇지 나이 먹
은 여자들이 아무리 갈 데가 없어도 경찰서나 그런 법을 다투는 곳은 영 떨떠름하
다. 익숙하지 않은 전과나, 죄나 그런 것은 어디 큰 교회목사들이 늘상 애용하는
말씀들이라면 모를까. 우리같이 별스럽지도 않고 지극히 가장 평범한 주제와 가장
평범한 표어를 꼭 띠로 둘러서 표시될 것도 없이 삶을 꾸려가는 생활에 느닷없이
끼어든 불청객과 똑같았다. 밥이나 법이나 한 글자 토씨하나 붙이고 떼고 말면 그
뿐인데. 그 뜻과 거리는 천지차이다. 아마 막자 언니는 아직도 사식으로 뜨듯하게
데운 우유나 쌀밥을 접견물로 넣은 수 있는 곳으로 알고 있으신가?

 
밥을 하는 동안 막자언니는 식당 오른쪽에 텃밭에 적 상추를 속아서 흙을  털고,
너풀한 큰 상추는 마디에서 뚝뚝 끊었다. 저건 분명히 상추 겉절리를 할려고 뜯는
것이다. 떠벌이아줌마는 둘리가 어디 소풍 갔냐고, 일이 이렇게 터졌으니께..
얼른 서울에 전화를 해서 사람을 빼오던지 좌우당간 결단을 내야 한다고 또 푸념이
었다.

 
" 난 경찰서 안 갈 거여? 가려면 니 영은이가 언니랑 같이가라!"
" 왜? 그래도 언니가 가야 막자언니 맘이 편할 텐디.."
 
"니이미 내가 저 번에 그놈의 홍수 민원내서 잡혀가고 재판받고 벌금 낸지 얼마나
되었는디..이건 무슨 단골손님처럼 그 놈의 경찰서에 또 불려가는 것 같어..시벌 난
못 가? 갈려면 니랑 막자언니랑 가던가, 가긴 싫으면 서울에 빨랑 전화를 허던가 
결정혀?"

 
떠벌이 아줌마가 그 홍수 덕에 싸움나서 재판까지 받고  벌금내고 돌아 오는 길에 그랬다.
"세상천지에 길 닦으라고 물난리 난다고 동네 이장이랑 한 바탕 싸워서 이겨보지도 못하고 벌금만 좆나게 냈다고 어디 신문에 내 봐라..어떤 나라가 그랬냐고 세계에서 따져 줄 것 같냐? 물에 잠겨 죽을
팔자인디. 괜히 그딴 짓했다가  붙들려가서 죽어도 누구하나 눈 하나 깜짝 안하더라..내 다시는 법원에 법자같은 쪽으로 오줌도 안 눌 겨? 야 이런 거 각서를 써 놔도 되냐? "

어디다가 따로 제출 할 데나 있으신가 웬 각서를 쓰신다고 하신다.
 " 지금 무신 유서를 남기라는 거여?' 내가 그렇게 대답을 했었는 데..
 그 법원 옆에 바로 경찰서가 있으니 같이 간다고  할 떠벌이아줌마가 아니었다.
그러니 나도 빠진다고 할 수는 노릇인데. 자라보고 놀란 가슴 거북이가 뒤집어진다
는 세상이라며 손사래 휘휘 젖는다.

"난 난 절대 안 가! "
도장을 콱 찍듯이 떠벌이 아줌마가 모질게 목소리도 단호했다. 
 
" 그려..니는 여그있고..영은이는 있다가 아홉시 넘으면 서울에 전화해라?"
" 근디 뭐라고 해요?"
 
"둘리아줌마가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그래서 언니가 내려오래요? "
이렇게 해야 되나.어떻게 해야 되나..전화 해주는 말도 잘 골라야 할 처지다.
 그러네..야야..지금 박심화가 경찰서에 잡혀 갔어유. 할 수도 없구, 그렇다고 앞대
가리 딱 잘라서 심화 여기 있응께 빨리 내려오래유? 이렇게 혀? 떠벌이 아줌니 말
들으니 더욱 심란해진다. 심부름도 아무나 시키는 게 아니다.

 
" 그냥 김막자식당이라고 하고 이름 말하고 볼 일이 생겼다고 해라? 그러기만 하면
된다"

막자언니는 양말을 찾았다. 언니는 양말을 늘 두는 곳 정반대에서 찾는다.
난 서랍을 열어 하얀 양말을 찾아서 드렸다.
거울 앞에서 부시시한 머리를 빗는다. 여전히 꼬불꼬불한 그 파마머리가 어깨까지
길다.

그래서 더욱 머리가 크게 보인다.
 
떠벌이아줌니가 택시를 부를까 조심스럽게 말한다.
여간해선 택시보다 버스를 타던 막자언니가 부르란다.
우리는 전화 수화기를 들으려는 데. 전화벨이 울렸다.
 
"때르릉! 때르릉!.."
 
아침 일찍 전화가 올 일이라면 새 참 준비 해달라는 전화인 듯 싶었다.
" 예 .김막자가든입니다"
" 여보세요"
" 말씀하세요..김막자님 계십니까?"
" 계시는데요? 어디시라구 할까요?"
" 여기 서울입니다. 통화 좀 할 수 있을까요?"
남자였다. 굵은 목소리를 내었다. 막자언니가 큰 눈이 더욱 동그래졌다. 나도 떠벌
이 아줌마도 숨만 쉬었다. 막자언니에게 전화를 바꿔드렸다.

전화 받는 막자언니 목소리가 떨렸다.
“ 예..그러지유...알았어유..”
단 세마디를 하고 전화통화는 끝났다.
우리들 얼굴은 모두 막자언니에게 시선집중이었는데.

정작 전화를 받은 막자언니는 도무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버스타고 갈 겨? 택시 지금 불러? 다그쳐도 말들이 옆에서 뛰어다녀도 모를
것 같은 그 맹문이 같은 얼굴이었다.

통화는 길지도 않았다. 짧은 통화에 이미 일은 끝난 것인가? 했었다.
 시간은 금방 두 시간이 지나도 언니는 사식으로 넣어준다는 도시락을 먹자고 했
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수저가 국 뜨는 소리에 쩝쩝 씹는 소리가 전부였다.

적상추를 겉절이 한 것이 푸욱 숨죽어 흐물흐물하다.
아무래도 둘리아줌마가 뭔가 잘 못되어 진 듯싶었다.
 
슬쩍 떠벌이 아줌니가 물었다.
" 지금 서울에 전화 해도 될꺼나?"
" 말어라..."

" 왜?"
 
그 대답이 말어라가 전부다. 막자언니는 현관에 긴 띠처럼 붙인 금일휴업도 떼어버
렸다. 우리는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이거 참 새벽 댓바람부터 밥하고 택시 부르라
고 부산떨다가 순식간에 막 바뀐 연속극을 보는 것 같아 우린 더욱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어떤 남자가 뭔 소리를 했길 래 저렇게 반벙어리 되었냐고 떠벌이 아줌마는
화장실로 나를 끌고 가서 속삭였다.

"혹시 경찰서에서 연락 온 거 아녀? 면회나 뭐 그런거 오지 말라고..아니면 언니애인일까?"
말이 그렇지 한 번도 본 적이 없기도 한 그 얼굴 없는 애인이 전화도 한 번도 안했
다는 것도 미스테리였다. 요즘 세상에 무슨 조선에 신파연속극에 나 올 법한 연애
쟁이도 이렇게는 못 한다고 했다. 여자는 남자 숨겨두면 두고 두고 아껴 보는 것도
아니고. 남자들 하나 둘 애인 꿰어 차고 산다 한 들 법에 턱 걸려 재수 옴붙는 팔
자만 아니면 다 눈 감아준다고 막자 언니 앞에서 별 별 애길 해도 꿈쩍도 안했다.
이래저래 나나 떠벌이아줌마는 두 여인의 이상한 관계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그러
고 보니 오늘이 화요일이었다. 그 화요일만 되면 훌쩍 차타고 사라지는 막자언니였
는데. 그러고 보니 아직 아홈시나 열시가 되면 부우웅하고 나타나는 지프차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 야야..이거 뭐 야그가 있긴 있는 거여..옛날에 둘리가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언니
가 어디다가 전화를 했는디 그렁께 지금 생각해보니 병원비를 다 내주고 갔다고 했
는 디...그 때 얼핏 병원 문으로 나가는 신사인 것 같어.."

" 언니? 잘 기억을 해 봐? 보긴 본 거여?" 나는 추적을 하는 탐정처럼 물었다.
" 아무래도 둘리나 언니나 이거 필시 뭔가가 있당께?" 떠벌이 아줌마는 고개를 갸
우뚱한다.

" 글세 언니 그 때 봤다는 그 신사 혹시 키가 컸어?" 나는 재촉을 했다.
" 왜? 너두 뭐 본거 있냐?" 내 코가 아줌니 눈에 박힐 뻔 했다.
" 아니 그 때 막자언니 병원에 있을 때 왔었는데 그 옆에 환자가 키가 크다고 하더
라구?"

" 뭐?..그려..좀 멀어서 그랬지..키는 작지 않았는디..남자는 맞어!"
" 아휴,,지금 누가 여자냐고 물었어?"
 
전화가 또 울렸다. 오전에 울리는 전화는 모두 주문전화려니 한다.
" 예..김믹자가든입니다"
" 야야..둘리가 서울로 갔디야? 떠벌이 지금 어디냐?" 멀대 아줌마는 다급하게 말
했다.

" 아니 지금 무슨 소리예요?"
" 아니 시상에 하룻밤 만에 뭐라고 하는 디 도통 모르겄고 더 큰 경찰서로 올라 갔
다구 떠벌이보구 올 것 없다고 혀? 내 지금 식당으로 간다고 에구 참 이게 도무지
뭔 일인지 ..뚜 뚜 뚜"

 
"누구여?" 방에 앉아 있는 막자언니가 방문을 밀며 묻는다.
"저어기..둘리 아줌니가 서울에 경찰서로 갔대유.. 근디 멀대아줌마가 여그로 온다는
디?"

"뭐하러 와? 와도 여그가 뭐 달라질 게 있다구 장사 준비나 해야지어저께 얼갈이 배추 어딨어?"
막자언니는 담담하게 목소리도 고르다. 뒷뜰에 퍼질러 앉더니 큰 소쿠리를 몇 개
찾아 바닥에 널어 놓고 얼갈이 배추 뿌리를 댕겅 자르고 길게 뜯어서 소금을 한 주
먹씩 흩뿌리는 동안 아무일 없다는 듯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우리도 덩달아 옆에서 마늘 까고 대파를 뽑아 와서 대파뿌리를 잘라 깨끗이 씻어 고르게 널어 햇볕에 내 놓았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파뿌리차를 끓여먹고, 육수에도 같이 넣어 끓이면 잡냄새도 사라진다고 막자언니가 절대 파뿌리든 . 양파껍질이든 버리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일하는 동안 우린 눈치 보는 게 더 힘들었다.
전화도 오고 점심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얼라라..오늘은 댓방언니가 일하네...안 쉬는 날이여?"
이젠 손님들도 화요일엔 쉬는 막자언니 인 줄 안다. 그런데 일하고 있으니 이상한
가 보다.

장화를 신고 오는 손님들은 들어오는 입구부터 흙을 털어서 맨발로 들어오신다.
식당 안에 흙을 떨구고 가면 청소하기 대간하다고 하신다.
우리는 그렇게 손님들이 오시면 괜찮다고 하지만, 어쩌다 스타킹처럼 물장화를 신
고 오시는 분은 할 수 없이 바깥에 샘에서 물 한바가지 시원하게 닦고 들어오신다.

 
" 어째 사람이 휑하내..한 사람이 안 뵈여?"
늘 오시는 김영감이 둘리아줌니 안 보인다는 말씀을 한다.
"예..시장에 잠깐 볼일 보러 갔어유"
 
그 때 멀대 아줌니가 들어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