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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연인


BY 정자 2009-09-05

 

 

화요일 .또 화요일에 지프차가 붕하고 떠났다.

가게 앞에 후다닥  쫒아나 온 떠벌이 아줌니가  나를 부른다.

“적어 놨냐? 어디서 온 거여?”

“서울에서 온 차여”

서울? 야 언니는 고향이 남쪽 끝이라고 했는디.

 

그랬다. 언니는 방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넘실대는 곳이 고향이라고 했다.

밤마다 날마다 물때가 틀려 물 달력이 있는 작은 포구라고 했었다.

그래서 해물을 좋아 했다. 미역국을 끓여도 생태를 넣어 맛을 내는 법을 알고 있는 언니였다. 조개만 넣고 물 국수를 끓여서 우리 뱃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솜씨를 갖고 있는 언니였다.

식당은 오전에 더 바쁘다. 우선은 식재료를 다듬어야 하고, 육수도 내야하고, 밑반찬도 만들어야하고, 그렇게 점심이 오기까지가 제일 바쁘다. 더구나 주말도 아니고 언니는 꼭 화요일만 쉬었다. 쉬는 화요일엔 꼭 오는 차가 있었다. 기사가 내려서 기다리고 우리는 멀리서 바라 볼 뿐 이었다 어디서 오셨어 유? 하고 묻고 싶은데, 우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데이트를 하던 연애를 하던 막자언니 얼굴은 그 차가 올 때마다 항상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인상이 편해 보여야 어딜 가냐? 누굴 만나러 가냐?  묻고 싶은데. 

이상하게 언니 얼굴을 보면 딱 우리 입도 붙어 버렸다.

막자언니가 없는 날은 우리가 괜히 더 바쁘다.

그렇게 휭하니 연애하러 가는지, 아니면 숨겨 놓은 애인 찾으러 가는지 모를 이상한 여행에 초미의 관심이 몰린 터라 나나 다른 아줌마들은 막자언닐 꼬신 놈을 얼른 잡기만 하면 가만 안 놔 둔다고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 아까 적어 둔 쪽지 어따가 놔뒀냐?” 떠벌이 아줌니가 또 챙긴다.

내 주머니에 있나 없나 또 확인 해 보란다.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그렇다고 간첩신고해서 이 차 번호 좀 조사 해 달라고 할까? 누굴 보고 알아보라고 하고 싶다느니 떠벌이 아줌니는 내내 궁시렁 궁시렁 하셨다.

남 안 해본 일을 혼자 다 하느라 그렇게 심각하게 나가면 우린 편하게 장사 할 것 같지 않은데. 막자언니는 장사를 잘 하라고 말 한 마디 없이 빠져 나간다고 툴툴 대셨다. 그렇지만

막자언니가 없는 화요일이라도 식당은 그런대로 잘 되었다. 비록 근처에 맨 농사짓는 곳이지만, 막자언니가 맞춤요리를 해주는 터라 우리는 진짜 알 찐 장사를 했었다. 닭도리탕을 해서 참으로 내다 달라고 하면서 닭을 잡아오고, 돼지고기를 가져오고, 손님들은 대신 품만 냈다. 비록 얼마 안 되었지만, 박리다매라고 하더니 이게 무시할 게 아니었다. 우리는 재료값을 따로 내지 않고, 순전히 근처 농산물을 거져 가져다 장사했으니 근처 동네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당이 되었다.

 

 막자언니는  이상하게 맛을 잘 내는 손을 가졌다. 조미료도 일체 사용하지 않은 천연의 맛을 기가 막히게 집어내고 우려내었다. 근처에 계절마다 다르게 피는 꽃들이 참 많았다. 그 꽃들을 아침마다 이슬을 맞은 것을 씻지도 않고 설탕에 재었다. 우린 왜 그렇게 일을 만들어 하냐고 했다. 막자언니는 별 말도 없으면서 산더미같이 쑥이며 한 번은 너무 펴서 누렇게 된 냉이꽃도 잔뜩 뜯어 왔다.

“아니 냉이를 뜯어와야지 다 쎄고 굵은 꽃은 뭐 하려고?” 떠벌이 아줌마가 핀잔을 줘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가을이 되면 달맞이꽃도 도로가에 핀 것을 낫으로 쓱슥 베어오더니 입이 큰 항아리에 듬성듬성 잘라 효소를 만들더니 한 백일인가 시간을 짜져 지나더니 그 효소를 물에 섞어 고등어며 비린내나는 생선을 담궜다가 조림을 하든 구이를 하던 신기하게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막자언니는 그 효소뮬을 섞어 뒷물도 하고 머리감고 린스처럼 헹구는 걸 보고 나도 한 번 써서 보니 이게 천연 린스엿다. 세수도 발도 그 효소를 한 방울씩 섞어서 하니 피부가 맨들맨들 하였다. 그렇게 막자언니가 한 항아리에 별 별 꽃을 따서 담군 항아리가 백일이 지났다고 개봉을 했는데. 이 맛이 오묘했다. 맛도 시큼 한 것도 아니고 단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 맛이 무슨 맛일까? 나도 언니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 게 뭐여?

“ 효소여!” 효소라는 말에 나는 누룩이 생각나는데. 이걸 뭐에 쓰려구 저렇게 많이 담았냐고 했다.

“ 조미료 대신 이걸 쓸 거여!” 막자언니가 그렇게 만든 야생초 효소는 다용도 조미료였다.

나물을 무칠 때나 찌개를 끓일 때나 국을 끓일 때나 고기를 삶을 때도 이 효소를 넣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들은 옛날 맛이 라면서 연신연신 찾아오게 하니 늘  식당은 메어 터졌다. 

효소를 넣은 국은 잡냄새가 전혀 없는 담백한 맛이다. 재료 맛은 그대로 살려 주고 우리 혀에 맞는 맛은 누리게 한 음식솜씨에 입담 좋은 떠벌이 아줌마가 한 술 더 떠 우수개소리를 하면 지붕이 들썩  했었다.

 

 그러다  사람을 하나 구해야 했다. 배달을 해야 하는데 나부터 자전거를 못타고 무서워서 오토바이도 못타는 둘리 아줌마나, 허겁지겁 성질 급한 떠벌이 아줌마를 배달 보내면 가게가 텅 빈 것 같고 해서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누가 이런 촌구석에서 일할까 싶었다. 아무리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이거 저거 잴 것 다 재보고 들어올 텐데, 일단은 촌이라 구인광고도 내나 마나였다, 전화가 몇 통 오더니 그나마 흐지 부지였다. 태우고 출근 시켜야 되고. 퇴근도 기본적으로 월급도 만만찮다. 한 번은 일 하겠다고 이틀 자더니 간다는 말없이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막자언니 비법이나 몰래 훔쳐보고 일부러 일하는 것처럼 위장 취업을 한 것이다. 몇 칠 일하면서 야채효소 뚜껑도 열어보고 조금 가져가도 되냐고 하더니

그렇게 별 것도 없으면서 소문만 요란한 집이라고 동네에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했었다. 그 애길 들은 떠벌이 아줌마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막자언니가 단 한마디로 그 일은 또 단 한 마디로 무마 되었다.

“ 내비 둬~~. 글다가 말 데?”

이치야 맞는 말인데, 젊은 나나 불같은 한 성질 하는 떠벌이 아줌마는 그 말에 할 수없이

풀이 꺾였다. 그 땐 그런 일들이 죽기 살기로 따지고 명분 가려가며 누가 더 잘못을 했네 안 했네 하면 그 보다 더 문제가 커지는 것을 알고 있는 막자언니가 단 칼에 저지하지 않았으면 또 동네가 시끄러운 것을 먼저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괜찮은데, 손님들이 불편해 한다. 새참 가지러 일하다 말고 달려 나오니, 여간 불편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하던 사람은  다시 구해야 한다고 동생들이 성화에  막자언니가  더욱 미안 해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침에 휭하니 나간 막자언니가  저녁이 되니 웬 여자와 같이 식당에 들어 온다.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니 키가  훨씬하고 이쁜 젊은 여자가 고개를 갸웃 갸웃하며 들어온다. 나도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떠벌이 아줌니는 대놓고 그런다.

“ 거 상판대기 그림 좋다! 누군 겨?”그러니 막자언니가 그런다.

배달할 아가씨라고 하니 .

“하이고 언니! 여기가 무신 다방커피 날라 준 데여? 아무래도 번지수가 틀린 것 같은 디.. 근디. 어디서 온 아가씨라?”

그러니 그 아가씨 껍을 씹으면서 딱딱 소리를 내더니,

“성은 채씨구요, 이름은 송화예요. 나이는 묻지 마시구요, 여기 언니가 사장이라면서요?”

“채 ..송화! 그려 넌 채송화해라? 난  늦게 피는 국화할 테니. 흐흐흐.” 떠벌이 아줌마 목소리가 더 걸걸하다.

 

“ 어머머, 진짜 제 이름이 송화예요! 이거 무시하지 마세요? ”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약간 비염이 있나 코 맹맹한 소리로 정색을 하니 더 귀엽다.

“그려! 그려 알았어. 근디 오토바이는 잘 타는 감?”

“그거야 잘타죠. 몇년을 표 팔았는데?”

“무신 표?” 생소한 표 판다는 소리에 금방 다시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극장표 팔았는데요. 그게 그 극장이 망해서 이젠 직업을 바꿔야 한다! 이거지요. 여기선 뭘 주로 배달하나요?

“응..거시기 달라는 대로 갖다 줘야 되는 디.. 맨날 틀려.!”

 

옆에서 조용히 듣던 나나, 막자언니는 연신 웃기만 했다. 가만히 말 소리를 들어보니 그렇게 세상물정 모를 것도 아니고, 일만 잘하면 됐지. 그  이상은 알아도 귀찮았다. 그렇게 막자언니가 화요일에 나가더니 채송화를 데리고 돌아오니 우리는 물어보지도 못했다. 오늘 만난 애인은 어디로 간 것이여? 이렇게 작정을 하고 물을 거라고 결심을 하던 떠벌이 아줌마는 채송화의 코 맹맹한 목소리에 홀딱 까먹었나 보다. 또 눈치만 보다가 막자언니는 저녁에

아침 장사 준비는 잘 되 가냐고 말 붙이는 통에 우린 그렇게 하루를 그냥 보내 버렷다.

아침이 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가 드디어 떠벌이 아줌마 말문이 터져 버렸다.

 “ 아니 생각 혀 봐봐. 언니는 화요일만 되면 사라지고, 난  쉬어봤자 집에서 도배지에 붙은 꽃이나 세고 앉아 있는 디, 열불이 안 나냐구? 어디 새끼 친 애인 친구 하나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이건 꿩고기 먹은 겨! 여태 말을 안 혀? 

“꿩은 누가 먹었다구? 막자언니의 대답에

“언니가? 아 글세 화요일마다 언 놈 만나구 오는 겨?”

아무리 다그쳐도 이상한 웃음만 픽픽 웃으신다.

 

 수요일 지나고 목요일 지나면  금요일은 떠벌이아줌마 쉬는 날인데, 식당으로 출근 하셔서 아침부터 막자언니를 다그친다. 나도 궁금하던 차에 한 번 거들고 싶은데, 애기가 어째 다른 데로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막자언니 애인의 친구를 소개해달라고 하면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여? 했더니 나보고는 빠지란다. 남편이 있는 여자들은 일단은 하나씩 꿰어차고 있으니 께 관심을 끄라고 하는데, 그게 그런다고 꺼지는 불인가?

 

그런데 전화한 통이 때릉릉 걸려왔다. 친절히 김막자 가든 입니다아 했더니 어떤 굵은 목소리의 남자가 무슨 이름을 대는데, 아는 이름이 아니라서 모른다고 했더니 거기가 어디냐고 한다. 왜유? 누구 찾으시는데요? 그러니 전화가 뚝 끊긴다.

 

“뭔 전화여?” 떠벌이 아줌니가 묻자

“ 물러! 어떤 남자가 모르는 이름을 대는데 여기 그런 이름 없잖어?”

“ 뭔디?”

“ 김..연희라고 했던가? 미라고 했던가? 잘 기억이 안나네”

 옆에 있던 송화가 얼굴이 하애진다.

 “언니 나 찾는 거 아녀? 김연희라고 안해요?‘

 ‘응 그런 거 같은 디.. 넌 채송화라매?’

곧 죽어도 내 이름은 채 송화예요! 송화라고 불러 주세요? 하던 송화가

 부리나케 방으로 튀어 들어 가더니 대충 대충 옷가지를 싸더니 그런다.

“ 내 일러 주지 말라고 했는데, 아이구 내 팔자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언니 내 통장 번호 적어 줄 테니 께 거기다 그 동안 일한 거 보내줘? 부탁혀? “

그러더니 후다닥 나간다. 우리는 이것이 금방 무슨 일이 있긴 있는데 어째 뒷모습이 허둥대니 급하게 달려 나 간 떠벌이 아줌마가 송화 손목을 잡았다.

 

“ 야! 야! 사람이 한 지붕에서 같이 자고 먹고 일하면 식구여. 근디 너 우덜에게 뭘 애기하고 도망을 가냐? 식구들한테 뭔 짓을 하고 토끼마냥 냅다 튀냐고? 말을 혀야 우덜이 막아주던지, 도와주던지 하던 할 것 아녀? ”

“ 아유 이거 놔요? 손목이 부러지겠어요”

우리도 우르르 몰려나가서 빙 둘러 송화를 다시 방에 끌고 와 앉혔다.

 

한 참을 찔끔 찔끔 울더니 나중엔 아예 폭포다. 울면서 애기하는데, 남편이 사업이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내 보기엔 결혼을 안한 아가씨같은데, 급기야 사채를 썼는데 아까 사채업자가 아마 찾으러 다닐 거라고 한다. 안 해 본 일이 없단다. 그런데 갚아도 갚아도 자꾸 빚만 늘어 할 수없이 잠수를 탄다고 한 것이 우리 식당까지 흘러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빚에 쫒기는 신세에 남편도  종적이 묘연하고. 그래서 할 수없이 여기까지 들어 온 사정을 듣던 우리는 황당했다.

 

 떠벌이 아줌마가 그런다. 그러니께 너는 빚만 졌지, 다른 잘못은 없는 거 아녀? 야 근디 니 한가지 속인게 있는 디?

“ 뭘 말예요?”

“ 니 이름이 채송화라메?”

“ 예?” 송화도 정신이 거기까지는 못 갔나보다.

 

 막자언니는 

“그런 게 잘못이냐? 이름을 바꾸는 건 지 맘이지” 했다. 하긴 막자보다 송화가 훨씬 나은 거다.

“언니는 면서기가 지어 준 이름이고, 애는 지가 마음에 들어서 지 이름 지은 거 아녀? 지금 이름이 문제냐? 저것 들 징하게 달라붙어서 어떻게 띤 다냐?”

“그러니께 나도 국화라고 부르라는 거여. 알겠남?” 또 떠벌이 아줌니가 따진다.

 “그게 그렇게 거기로 애기가 빠지냐? 지금 애 잡으러 온다는 데 이걸 어쩔 겨?”

 막자언니가 한 소리한다. 떠벌이 아줌마도 그 소리에 한 참 송화를 쳐다보니 한 숨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날 보고 그런다.

“영은아 니 보험회사에서 이런 거 해결 해주는 데 있냐?”

“ 아줌마는 느닷없이 보험하고 사채가 뭔 상관 이래 유.?

듣고 보니 아무 상관없지는 않다.. 사실 돈 때문에 생긴 회사들이고 사채이고 게나 가재나 다 같은 편이다. 돈도 쓸 만큼만 벌자 ! 남의 돈 빌려서 쓸 땐 일단 조심하고!

학교에서 한글만 영어만 가르치지 말고 돈 잘 쓰고 잘 살다가 가기. 평생 누구한테 신세지면 꼭 고맙다고 하기 등등 가르칠 게 참 많은 것 같은데.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나 못 다닌 사람이나 피차일반인 신세가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있었다.

 

 그래도 니 갈 데 없으니께 그 놈들 올 때까지 여기 있어라. 시상 참 험악해서 젊은 여자가 돈에 쫒겨 남자들에게 쫒겨 기막힌 일들이 소리도 없이 벌어지는데, 니 그런데는 가지마라. 여기서 일 안해도 밥은 줄거니께, 잠도 여기서 자고 니는 우리 식구다. 안 그렇나?

여길 올 텐데 잡힐 때까지 있으라구?

뭔 조치를 해줘야지, 마냥 여길 있으라구 할 수는 없잖어?

으잉! 그런가...

 

다섯 명의 여자들이 사채업자 쫒아온 다는 말을 듣고 장사는 일단 뒷전이 되었다.

막자언니는 그네들은 사람도 아니라고, 그 네들은  돈으로만 애기하는 사람들이라고 언젠가 테레비에서 들었다고 하며, 겁나게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별 말이 없던 둘리 아줌마도 사채업자들은 인격이 없는 동물과 별 차이 없다고 거든다. 점 점  불안해지는 우리들은 이거 식당 문 닫고 모두 어딜 튈까, 아니면 다른 수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시원찮게 떠오르지 않는다.

 

니~이미, 사람 대가리는  다섯 통인디, 수박이나 호박 구르는 소리는 똑같을 거 아녀? 안 그렇냐? 내 대갈통이 깨져도 채 송화 너는 내가 지킬 것이니께 일단은 일 부터 하자고, 오늘 버섯농장에 일꾼 새참에 점심에 디게 바쁜 날이니께 일단 돈 부터 벌어 놓고 머리통들 굴려 보자구!

 

우리는 닭도리탕을 해달라고 하는 버섯농장 주인이 놓고 간  닭들을 손질하고.  뒷뜰에 있는 감자 깎으러 송화가  갔는데.

 

식당 정문에서 멀쩡한 두 신사가 서 있는 것이다.

“저 실례합니다. 여기가 김막자 가든이 맞나요?”

“그런디요. 어디서 왔지라?” 떠벌이 아줌니가 뻘줌 쳐다본다.

“아 . 예 사람 좀 찾으러 왔는데, 혹시 김 연희라고 여기서 일하시는 지요.?”

‘ 아! 그 키 크고 눈 크고 한 사람이지라?“

“ 예, 맞습니다.” 신사들이 환하게 웃는다.

“ 근디 뭣 땀에 찾는 디 유?”

“ 예. 우리가 볼일이 있어서 그럽니다.”

“ 그려유? 근디 지금 개가 여기 없는 디유.. 일단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유?‘

고맙습니다. 하더니 식당 의자에 앉는다.

 

우리는 다리가 덜덜 떨리고, 닭대가리를 자르던 막자언니도 어쩔 줄 몰라 뒤뜰로 숨어버리고, 떠벌이 아줌니는 화장실로 내빼면서 내 손목을 잡고 끌었다.

“ 아줌니! 어쩔려고 저기서 기다리라고 어떡해요? 송화는 지금 뒤뜰에서 감자 깍고 있는데!!”

“ 야야, 니 꾀좀 내어 봐라, 저놈들 돈 받으러 온 놈들인데, 지금 송화가 돈이 있냐? 뭐가 있냐? 근다고 우덜이 갚아 줄 형편도 안 되고?” 떠벌이아줌마도 벌벌 떤다.

 

“그럼 어떡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상황을 벗어나자고 전부 도망을 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송화는 여기 잇어요? 할 수 도 없고.

“저기 내가 멀대를 부를 테니까, 니 얼른 송화를 오토바이타고 어디 좀 가 있다가 오라고 해라?”

“예? 멀대 아줌니를 왜 불러유?”

“아 글씨 그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 께!”

 

난 화장실 쪽문으로 송화를 살짝 불렀다, 막자언니와 같이 목도 얼어서 자라목처럼 구부러져 숨어 있는 게 꼭 산 속에서 사냥꾼한테 들킨 들꿩들 같았다.

 

“저기 떠벌이 아줌마가 알아서 저 신사들 보낸다고 하니께 오늘은 오토바이타고 잠깐 피해 있으라고 하더라?”.

“예? 오토바이가 정문 앞에 있는데 어떡해요.” 송화 얼굴이 새파랗다.

“ 그럼 걸어가서 버스타고 나가든가 해야지?” 

옆에서 듣던 막자언니가 드디어 말 문을 열었다.

그려 얼른 피해보고 봐야지,

‘참 니 차비는 있나?“

막자언니가 주섬 거리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하나 꺼내 송화 손에 쥐어준다.

 

그러는 동안 떠벌이 아줌마는 눈치를 살피면서 커피도 타주고 식사는 했냐고 말도 붙이고 그런다. 나와 둘리 아줌마는 감자를 깍고, 막자언니는 다시 닭 손질을 하면서 홀 분위기를 보는데, 떠벌이 아줌마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뒷뜰에 있는 우리도 들으라는 것처럼.

 

아! 애가 아직 안 오나 봐유?

지금 배달 나간 거 수금도 해오나 본디, 어떻게 더 기다릴 거유?

그러죠. 저 전화는 없나요?

전화를 한 번 해볼까? 야! 영은아 얼른 전화를 해 봐라?

 

난  얼른 대답을 하며 어따가 해유?

어디긴 ..멀대한테 빨리 오라고 해라. 손님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난 멀대 아줌니한테 전화를 했다. 떠벌이 아줌니가 바꿔 달란다.

 

지금 어디여? 응..응.. 거시기 손님 왔으니께 급히 서둘러 와 봐?

멀대 아줌니는 황당 할 것이다. 그럼에도 떠벌이 아줌니가 말하는데 안 오면 난리칠 것을 잘 아니 안 올 멀대 아줌니도 아니다. 전화를 끊더니

 

“저기 어쩐대유..오후나 온다는 디 기다릴 라면 적적할 테고.‘

“아예 괜찮습니다.”

그럼 뒤뜰에서 우덜 일 좀 도와 줘유. 시방 점심에 참에 오십 명쯤 식사 준비를 해야 되는데

이거 손이 부족해서 바쁘네유. 싫으시면 말고.

 

어정쩡한 두 신사 얼굴이다.

우리도 상상도 못한 일이고, 아마 그렇게 말하면 조금 있다가 다시 온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두 사람 양복을 벗고 소매를 걷어 접고 뒤뜰에 쪼그려 앉아 감자를 까기 시작하는 것이다.

말이 그렇지 두 박스를 까야 되는데

우리는 뭣도 모르고 일을 시켰으니 그들은 더욱 모를 일이었다.

다리가 저리다고 한다.

그래서 얼른 앉은뱅이 의자를 주고,

목이 마르다고 하면 물도 주고.

거의 다 깐 하얀 감자들이 무거우니 주방에 갖다달라고 하니 불끈 들어 가져온다.

 

시원한 냉커피라고 떠벌이 아줌마가 한 양푼 타서 밥그릇으로 퍼서 주니 암말도 않고 벌컥 벌컥 마시고, 닭도리탕으로 점심을 주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밥도 두 그릇이나 비벼 먹었다.

이왕지사 이렇게 온 것도 다 인연이 있어서 온 것이니, 맘 푹 놓고 기다리다가 만나고 가라고 하니 그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다.

 

 멀대 아줌마는 그 때 나타났다.

남자들 얼굴이 이상해진다.

“누구세요? 나를 찾아 오신 손님이?”

남자들 모두 떠벌이 아줌마 한 번 쳐다보고, 멀대 아줌마  한 번 쓰윽 보고.

“맞잖어! 키도 크고 눈도 크고, 니 이름이 김연희라며?”

“김밥 옆구리 찢어지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아 ! 내 이름이 노숙희지, 언제 김연희라고 했냐? 언제까지 내 이름을 기억 못하는 거여?”

그러면 그렇지! 절대 이 상황을 조용히 비켜 갈 멀대 아줌마가 아니다.

멀대 아줌니가 그렇게 주장하던 고상한 이름을 잊어 먹을 우리가 아닌데

기껏 불러서 니 김 연희냐 하면 떠벌이 아줌마 성질 난 거 다음 이 등이 멀대 아줌니다.

“노! 숙! 희! 한 번 따라 해 봐? 이래 뵈도 월매나 고상한 이름인디. 근디 잘생긴 총각들은 어디서 오신 겨? 왜 날 찾은 겨?”

키가 커서 멀대라고 했는데 두 남자와 키가 얼추 비슷하다.

떠벌이 아줌마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너를 찾던디. 키 크고, 눈 크고 ...”

그러니까  두 남자들 얼른 양복을 챙겨들고 잽싸게 튀어 나가는 것이다. 

꽁지 빠져라 도망가는 모양처럼.

 

나는 얼른 쫒아가면서 물었다,

“저기 아저씨들,, 찾는 사람이 아녀유~~?”

“예, 저희가 잘 못 찾아온 것 같습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인사는 제대로다.

 

흰색 자가용에 급히 탄다. 그러자 떠벌이 아줌마가 나오니 급하게 휭하니 출발을 한다.

떠벌이 아줌니 쫒아간다. 그러니까 더욱 빨리 속력을 내는 것 같았다.

 멀대 아줌마가 또 길길이 난리다.

아니 그 사채업자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데

나를 불러들일 생각을 다 하냐구 누굴 보고 책임지라고 하려고 그랬냐? 등등

이루 말 할 수없는 바가지를 귺는 통에

떠벌이 아줌니 애인 소개받는 것은 이미 강 건너 간 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