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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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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루.


BY 지니 2006-05-23

연이는 며칠째 집밖을 나선적이 없었다.

지금은 멍하니 리모컨을 들고 채널돌리기에 손가락이라도 놀리고 있다.

쿠션두개를 잔뜩 끌어안고는 ..이쿠션은 참고로 3년전 동대문시장에가서 두시간 을 헤맨끝에 찾아낸 보라색의 천을 끈어다가 직접재단하고 박음질하고 만들었던 것이다.게다가 비즈공예를 하다 남은 유리구슬을 꽃모양으로 쿠션에 달아놓기도 했었다.

 

그렇게 무언가에 빠져서는 열심히 살았던적도 있었다.

 

일어나서부터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창가로 어스름히 저녁이 들어오면.

어지르는 사람 없어 치울것도 없는 집안을 치우고 싱크대에 서서 저녁식사를 만든다.

 

뭘 만들까...?

 

냉장고엔 파프리카,손질한 오징어,계란두알,애호박반쪽,두부반에반모,양파,..

가쓰오우동.

 

계란을 플라스틱볼에 깨어넣고 긴 젓가락으로 탁탁 빠르게 휘 젓는다.

소금을 약간 넣고 썰어놓은 호박을 넣고 달구어진 플라이팬에 달걀옷을 입은 호박을 넣는다.

지지직올라오는 고소한 냄새...그렇다고 그것이 연이의 식욕을 자극하는것도 아니다.

 

두부를 정사작형으로 썰어넣은 미소국,

우동면에 해물을 같이 넣고볶아 고추기름으로 매콤한 맛을 낸 볶음우동,

애호박부침,

비타민이 많아 흡연자에게 좋다는 파프리카.

새로 썰어놓은 김치

 

일곱시 십분.현관에서 삐삐삐 게이트맨의 비밀번호를 익숙하게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연이는 압력밥솥을열어 밥한공기를 펀다.

 

" 오늘하루 뭐 했어?? 장모님한테 다녀오라니까 안갔었구나?

 바람좀 쐬지 그래...집에만 있어서 더 약해지는거야"

인수가 들어오면 연이가 머물렀던 공간은 다른세상이 되어버린다.

차갑게 가라앉아있던 집안에 작은 먼지조차도 파닥파닥 활기차지며 공기를타고 집안을 날아다닌다.

 

손을 씻고나온 인수가 차려진식탁에 앉으면 연이가 마주앉는다.

 

 

 

인수는 호박전을 좋아한다.

인수는 볶음면도 좋아하고 미소국도 좋아한다.

그리고 인수는 아기도 좋아한다.

 

설것이를 끝낸 연이가 신문을 훑는 인수옆에 앉는다.

 

"아침에 내가 한말 ......"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는지 모르겠다..살면서 정도는 지키면서 살아야하는거 아니야? 어쨰 이세상은 위 아래도 없고...."

 

"인수씨 내말들어. "

 

연이가 인수의 팔목을 잡고 눈을 강하게 노려보듯 강하게 보았다.

 

" 내가 아침에 한말 말이야..결정했냐구."

인수도 연이가 자신을 보듯이 그렇게 똑같은눈으로 그녀를 보고 말했다.

 

"싫어. 연이야."

 

" 싫어?? 나도 싫어. 나 이렇게 살기 싫다구.

 그만살자.. 그만살고 싶어.

당신이 결정못하겠으면. 이렇게 계속모른척만 할꺼라면 .

나 어느 한날 도망가버릴꺼야.

나가버릴꺼라구!!"

 

인수는 못들척 일어서 컴퓨터방으로 가다가 몸을 돌려 연이를 보았다.

 

" 나도 그럼 다 때려치고 너 찾아 나선다. 거짓말아냐."

 

연이는 다시 아까처럼 쇼파에 엎드려 누워 자신이 만들었던 쿠션을 끌어안고는 티브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눈물이 볼을타고 흘러내려 쿠션의 보라색천을 더 짙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