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결혼을 약속했다..
드디어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사랑의 결실을 맺는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난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 사람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마냥 좋고 행복하기만 했다...
어느새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제대를 하고나서 그는 전에 하던 백화점 점원 생활을 하게 됐다..
백화점 이라는 곳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늘 좋은 것만 보기 때문에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사치라는걸 갖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커다란 공동체 내에서 수많은 젊은 남녀가 서로 의지해 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
퇴근시간이 보통의 회사에 비해 늦고 휴일도 평일인 탓에 늘상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주위의 사람들과 더욱 가까워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고된 긴 시간의 노동의 댓가로 보수 또한 어느 회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기도 하다..높다는 건 곧 많이 쓰기도 한다는 것.. 쓴다는 건..곧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잦아 진다는 것..
아르바이트를 했던 L백화점 신사복 매장에 그는 취직을 하게 되었다..
난 평번한 건설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나와는 좀 동떨어진 근무 조건에 서로 시간을 맞추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가며 만남을 지속해 왔다..
군대 가기 전부터 얘기 했던 데로 결혼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그다지 넉넉지 않은 나의 형편과 그의 형편에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결혼을 할까 하는 맘이었다..
내나이 29살.. 그나이 28살 정도가 좋을 듯 싶었다..
누가 그랬던가 남자는 군대를 갔다 오면 생각과 맘이 조금은 바뀌고..
또 사회생활을 정식으로 하게 되면 그 생각과 맘이 또 바뀐다고,,
어디서 주워 들은 얘기는 참 많았나보다..
그래서 조금 늦출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가..
그가 일하는 매장에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왔다..
그때 내나이 26살.. 그사람의 나이 25살.. 아르바이트생 21살..
참 예쁜 나이다..
어찌나 귀엽게만 구는지 그는 그 애가 너무 귀엽다고 한다..
난 그런 말을 하는 그가 싫었다..
그랬다..별일도 아닌 일에 그냥 짜증도 나긴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왜 그랬을까..왜 그런 맘을 먹었을까 하는 후회 썩인 한숨을 쉬어본다..
사실 아무런 사이도 아닌 직장 내의 아르바이트 생과직원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가깝게 오빠 동생처럼 지내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싫어 내가 미루자고 했던 결혼을 서두르게 된 것이다..그야 물론 하루라도 빨리 하고 싶다고 늩 입 버릇처럼 말 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때 정말 그랬다..지금이 아니면 왠지 이 사람과 영영 결혼할 수 없게 될 것 만 같다구,, 이런 내 맘을 그에게 전할 순 없지만 뭔가 모르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야..우리 자기 말대로 빨리 결혼하자.. 빨리해서 서로 노력하면 금방 자리 잡지 않겠어?..”
“그래,,그게 낫지 원래 연애 오래하면 남잔 돈 못 모은 다잖아..
“그래..다들 그렇다고 하더라..
그렇게 우린 결혼을 서두르게 되었고 제대한지 1년도 채 안돼서 결혼하게 되었다..
그도 나도 친구들 사이에서 첫 결혼이라 그런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으며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기 시작했다..
신혼여행지..여의치 않은 형편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하기..
첫 목적지는 부산해운대이다 부산 앞바다가 보이는 호텔에서 신혼 첫날밤을 약속한다
“자기야..오늘 많이 피곤했지..”
“아니..자긴 마니 피곤해?..”
“쪼금..”
“아..이 화장..아니 분장 언제 다 지우나?...한 10번정도는 세수해야 지워질 것 같은데..
머리도 마찮가지구..“
“내가 도와 줄게..머리에 무슨 핀을 이렇게 많이 꼽았는지 모르겠다..가만히 좀 있어봐..”
“아이 아프단 말야..내 머리 다 빠지는 거 아냐?..쟈갸 나 머리 다 빠져 대머리 되도 나랑 놀아 줄꺼지..그치?”
“그래..대머리 되도 놀아 줄테니까 걱정 붙들어 메셩”
머리 핀을 뽑아 주는 그이..아프다고 칭얼대는 나.. 너무 행복했다..
“참 어른들 기다리실텐데 전화 드리자..”
“장인어른한테 먼저 드려..아까 보니까 너무 서운해 하시던 것 같던데 말야.”
그랬다 우리 아빠에겐 난 좀 특별한 존재이다 딸이 셋인데 막내 딸이라 그런지 언니들보단 늘 각별한 딸이었다..아빠의 말에 의하며 큰언닌 아빠 본인이 철들기 전에 난 딸이라 자식이 예쁘고 귀한지 잘 못랐었을 때 낫고 둘째 언니는 너무 힘들대 나서 돌봐줄 겨를이 없어 많이 떨어져 지내 애 뜻한 맘이 덜했다 하고 날 낫은 후엔 아주 어렸었을 때부터 날 돌봐 주셨다 한다..목욕까지도 손수 아빠가 해주셨고 볼일 을 보고 난 후에도 늘 뒷 처리는 아빠가 해 주셨다고 한다..
내겐 각별한 애정과 사랑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아빠가 막내딸 시집보내는날 얼마나 서운하셨던가..많이 서운했었을 것이다..
난 아빠의 충혈된 눈동자를 똑독히 보았다..
“지선아..울 이쁜 막내딸..정말 잘 살아야 한다..”
“알았어 아빠..아무 걱정하지마..”
“결혼해도 자주 놀러 올꺼지..전화도 자주 할꺼구?..”
“그럼 아빠..넘 자주 온다고 뭐라고 하지나마..”
“그래 그래 세상에서 가장 이쁜 내딸..참 이쁘구나..정말 천사가 따로 없구나..”
난 뭐가 그리 신나고 좋았는지 모르겠다..서운해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도 연신 신나서 웃고 떠들어 댓다..
“여보세요?”
엄마가 전화를 받으셨다..친척들과 함께 모여 계신가 보다.웃음소린지 노랫소린지 모를 요란한 소리도 들린다..
“누구냐..지선이냐?”
“응 엄마 나야..”
“얘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해..니 아빠가 니 전화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시더니 연신 술만 드신다..술 드시더니 눈물까지 흘리고 계시니..내 평생 시집와서 니 아빠 우는거 오늘이 처음이다 야..”
우셨다는 얘길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 온다..아빠가 갑자기 너무 보고 싶어 진다..예식장에서 봤던 아빠의 충혈된 눈빛이 생각난다..괜실히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든다..난 그것도 모르고 연신 신나 웃어 대기만 했으니..그 모습을 본 아빠는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고..
옆에서 아빠가 말씀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선이야? 어서 나 좀 바꿔봐..”
“아......빠.....”
목소리가 떨려온다..아빠 목소리도 나처럼..
“그래 그래 내 딸 지선이구나..어디니? 잘 도착했니? 비가 많이 왔을텐데 잘 가고 있는지 얼마나 걱정을 했다구..”
“괜찮아요..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했지만 잘 도착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그래..잘 도착 했다니 다행이구나..저녁은 먹었니?..아참 시간이 몇신데 아직까지 저녁을 안 먹었을려구..”
“아빠 나 살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 술도 조그만 드시고 일찍 주무세요..낼 또 전화 드릴께요..”
“그래 너두 많이 피곤할텐데 어서 자거라..좋은 꿈꾸고..참 조 서방좀 바꿔라..”
“네..아빠 잠깐만요..”
그이와 통화를 하는동안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런저런 당부의 말씀을 하시는듯 했다..그이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잘 할께요..” 라는 대답만 여러번 해 댄다..
“뭐라고 하시는데?”
“우리 이쁜 막내딸 잘 부탁한다고..”
“그게 다야?”
“응..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고..지선이 눈에 눈물나지 않게 잘 해 주라고..”
“피..아빠는 별걸 다 걱정하셔..”
그렇게 시댁어른들과의 통화도 끝내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밤을 지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