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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7/ 그녀로부터 도망치다(1)


BY 盧哥而 2005-10-26

 


그녀로부터 도망치다 (1)



박동석은 그 이후 민주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단다. 그의 말대로 ‘운명적’으로...

그날 밤의 그 해괴한 일에 대해선 민주와 어느 정도 가까워진 한참 후에 그녀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듣게 되었다는데 그 전말은 이러했다.


그날 밤 민주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손님에게 소위 ‘2차’라는 걸 나가게 됐었다. 물론 술집에 몸담고 있는 여자로서 그런 일이야 도리 없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민주로서는 정말 싫은 손님이었다.

그 손님은 50대 정치인 출신의 굵직한 국영기업체 사장으로 매스컴에도 가끔 얼굴을 비추는 사람이었는데 우연히 그 술집에 들렀다가 민주를 한번 본 이후로 아무리 길어도 한 주일 이상의 텀을 두지 않고 그 술집을 드나들며 엄청난 매상을 올려준 사람이었다. 자기가 받는 접대 술자리까지도 가능하면 민주가 있는 그 술집으로 유도하는 지 매번 같이 오는 사람들이 바뀌었는데 그는 자기가 계산을 하든 접대하는 쪽에서 계산을 하든 번번이 상당한 매상이 오르는 술자리의 주인공이었고 종업원들이나 아가씨들에게 주는 팁도 보통 손님들의 몇 배가 되는 특급 손님이었다. 물론 그의 옆자리엔 항시 민주를 불러 앉혔고...

민주는 손님으로 와 자기를 찾으니 어쩔 수 없이 그 옆에서 시중을 들며 억지웃음을 짓고 없는 애교도 부려야했지만 그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사회적인 지위도 있고 나이도 있는 지라 동석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매우 점잖고 또 한편으론 남자다움이 넘쳐나듯 호탕한 면이 있어 보였지만 어쩌다 그와 눈이 마주치거나 할 때마다 민주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를 쏘아보는 그의 시선에서 어딘지 모를 사악한 느낌... 심지어 어떤 땐 소름끼칠 듯한 공포까지 느끼게 하는 어떤 두려움을 느꼈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어느 시점에 지배인을 통해 은근히 민주와의 2차를 요구했고 지배인으로서는 이런 저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최대한 그 시점을 늦추다가(물론 민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매상을 올릴 수 있는 시점까지 끌고 가야하는 지배인으로서의 영업 전략상)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은 시점에 민주에게 2차를 지시했던 것이다.

민주는 그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날 밤 그와 잠자리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날 술자리를 파한 다음 다른 손님들과 함께 일단 술집을 떠난 그는 30여분 후 자신의 운전기사를 민주가 있는 그 술집으로 보내왔다.

지배인에게 이미 지시를 받고 떨떠름한 채 대기하고 있던 민주는 그 기사가 태워다 준 근처의 한 호텔로 가게 됐고 결국 거기서 그에게서 그동안 받은 모든 팁과 호의 그리고 그가 그 술집에 쏟아 부은 엄청난 술값에 대한 대가를 온몸으로 톡톡히 갚아야 하는, 아니 그녀에겐 그 몇 배 이상 잔인하게 느껴지는 혹심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신세가 돼야 했다.

이미 유흥가에 발을 디딘지 3년여 가까이 되는 민주로서 그런 잠자리가 이미 한두 번이 아닌 처지였지만 처음부터 느낌도 좋지 않고 어떤 두려움까지도 느끼게 했던 그는 민주로서는 생전 처음 만나는 호색한 중의 호색한이었다.


민주가 그 호텔에 도착해 그가 기다리고 있던 객실로 안내된 것은 그날 밤 열한 시 남짓한 시각이었다.

그녀는 그 방에 들어가기 전 그를 태워 온 운전기사에게 주의 사항 비슷한 이야기를 귀띔 받았다.

그는 영감님(기사는 그를 그렇게 불렀다)에게 절대 거절하거나 반항하는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당부하며 좀체 웬만한 여자들에게는 한눈 안파는 성격인데 일단 한 번 눈에 든 여자에게는 나중에라도 서운치 않을 만큼 충분한 대가를 치러주는 화통한 분이라며 잘해보라고 하고 그녀를 다독였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그가 기다리고 있던 방에 들어간 민주는 도저히 견디어 낼 수 없는 그의 행태에 질려버렸다고 했다.

그는 엄청난 정력가인데다 새디스트적인 취향까지 있는 듯 그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괴이한 짓까지 강압적으로 시키며 두 시간을 넘게 그녀를 괴롭혔다고 했다. 솔직히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잠자리를 하게 된 남자 손님들이 한 둘이 아닌 민주였지만 그처럼 두 시간이 넘게 지치지 않고 섹스에 몰두하며, 그 남자를 진정으로 사랑하거나 여자 자신이 성적으로 취향이 그와 같기 전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행위의 연속인 그 잠자리는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내가 민주와의 첫 섹스에서부터 느꼈던, 나이답지 않았던 그녀의 남다른 수줍음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태생적이랄 수도 있는 그녀의 부끄럼 많은 섹스에 대한 태도로 볼 때 그녀에게 그런 일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게 느껴졌을 런지 충분히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민주는 그 고통의 시간을 어떡해서든 감내해야만 되는 자신의 입장을 눈물로 곱씹으며, 이를 악물고 그가 하는 대로 자신의 몸뚱이를 맡기고 버티어 냈으나 그렇게 두 시간여를 넘기면서도 지치지 않고 덤벼드는 그의 무지막지한 정력을 그녀로서는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포악해지는 그에게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결국엔 그녀가 제발 그만 둬달라고 울며 애원했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그녀가 마치 자신이 마음대로 해도 될 충분한 돈을 치룬, 인간이 아닌 한갗 물건처럼 비쳐보이는 듯 했다.

그녀가 그에게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인상 - 어딘지 사악해 보이고 어떤 공포까지 느끼게 했던 그 눈빛의 정체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여간 그렇게 두 시간여를 넘기고서야 겨우 그녀에게서 떨어져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듯 그는 그녀에게 욕실의 욕조에 뜨거운 물을 잔뜩 채우게 해놓더니 욕실로 들어가려다 멈칫 돌아서 무슨 생각인지 그녀의 옷을, 팬티와 브래지어에 심지어 그녀의 구두까지 몽땅 다 챙겨들고 욕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민주는 어안이 벙벙해 그의 행동만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는 민주의 그 옷들을 욕조의 물에 그대로 푹 처박았다 꺼내 물에 흠씬 젓은 그것들을 욕실 한구석에 홱 내던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느닷없는 행동에 놀라있는 그녀를 향해

‘내일 아침에 사람 시켜서 속옷부터 몽땅 최고급으로 사오게 하마.’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문을 쾅 닫으며 욕실 안으로 사라졌다.

민주는 한동안 기가 막혀 있다가 겨우 생각이 추슬러졌다. 아까 자신을 호텔까지 태워 온 그의 운전기사가 했던 ‘절대 거절하거나 반항하는 태도를 보이지 말라’는 귀띔이 새삼 기억나면서...

결국 그가 민주의 옷가지와 신발을 물에 다 적셔둔 것은 그가 어떤 짓을 해도 민주 그녀가 호텔 방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꼼짝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판단되었던 것이다. 그의 운전기사가 그녀에게 한 귀띔엔 그가 여자들이 견디기 어렵게 고통스러운 일을 강요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소름이 끼쳤다.

민주는 도저히 그의 절륜한 정력과 괴이쩍고 고통스러운 행위를 더 이상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이 무섭게만 느껴졌고 앞뒤 잴 틈도 없이 무조건 그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일념만으로 옷장에 비치되어있던 파자마를 급히 꺼내 알몸에 걸치고 슬리퍼 차림으로 그 방을 뛰쳐나왔고 호텔 종업원들의 눈을 피해 허겁지겁 그 호텔을 빠져나왔다는 것이었다.


박동석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때의 민주, 스물다섯 살 시절의 민주가 생생하게 떠올려졌다. 불과 몇 달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민주와 보냈던 동안 내가 그녀에게 느낀 그녀의 성품과 모습이 그대로 그 이야기에 투영되어 있었다.

박동석은 그 남자 손님이 아주 개 같은 변태 놈이었던 것 같다고 단정하듯 말했지만 나는 꼭 그렇지만도 아닐 것으로 한편 생각되었다.

나와 몇 달 간 지속한 섹스에서도 민주 그녀는 얼마나 부끄러움이 많았었던가?!

그런 그녀가 그보다 10년도 더 오래 전인 스물다섯 살 무렵이었다면 아마 조금만 이상한 형태의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 앞에서도 기겁을 하고 도망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이상했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때 민주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박미숙을 통해 민주가 남자관계가 헤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또 아내가 심부름센터를 통해 조사시켜 드러낸 그녀의 행적 중에서도 헤픈 남자관계가 거론되어 있어 내가 잠시 민주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민주에 대한 생각은 민주를 처음 만나 처음 섹스를 했을 때 가졌던 그녀의 나이답지 않게 부끄럼 많았던 모습으로 환원되어 있었다.

나는 그때 그 누가 민주의 난잡한 섹스에 대해, 아무리 확실한 듯 말한다 해도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내 눈으로 보지 않은 이상 그런 말들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말들이었다. 박동석이 자기 입으로 전에 민주와 잠시였지만 동거를 했노라고(전에 민주가 내게 한 말 중에  ‘결혼 비슷한 걸 한번 했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했지만 그런 사실조차도 나와 민주가 보낸 그 몇 달간의 민주의 모습에 비추어 쉽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박동석은 얼굴이 불콰한 상태에서 또 한잔의 생맥주를 시켰다. 내가 그만큼 편안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십년 넘게 쫓아다니며 사랑했던 여인을 양보(?)한 남자에게 그는 속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만큼 그녀를 사랑해서인지, 나로선 도저히 그럴 수 없다 생각될 만큼 천연덕스럽게 자신과 민주에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