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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밥상


BY 망각의 숲 2005-01-07

창밖에 반사되는 햇빛에 놀라 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아마도 깜빡 졸았었나보다.

 

민혁은 밤을 꼬박 셌는지 초췌한 얼굴로 여전히 책상을 지키고 있었다.

 

방안 가득 널려진 구겨진 원고지에 시름이 묻어나는듯 했다.

 

이렇게 애를 써도 결국은 남좋은 일 시키는거라는게 은서는 가슴이 아팠다.

 

이번엔 어떤 작가가 민혁덕분에 유명해질까?

 

은서는 씁쓸한 웃음이 입안 가득 베어나왔다.

 

담배를 얼마나 피웠는지 숨을 쉴수 없을만큼 답답했다.

 

담배를 피우지말라는건 글을 쓰지말라는 말과 같기에

 

그저 은서 혼자 속으로 중얼거릴뿐이다.

 

민혁은 오늘따라 글이 잘 써지는지 꼼짝도 하지않았다.

 

은서는 민혁이 언제까지 무명작가로만 살건지 항상 불만이었다.

 

은서는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산동네의 새벽공기는 언제나 상쾌했다.

 

가슴 가득 고여있던 어제의 아픔들을 쏟아버리고 아무 생각없이

 

새벽공기를 들이마셨다.

 

아직 날이 완전히 밝으려면 멀었는데 산동네의 새벽은 분주하기만 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늦잠이란 사치에 불과할뿐이다.

 

이제 막 장사를 끝내고 힘없는 아버지의 포장마차를 밀어드리는

 

아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수복과 경태였다.

 

가난에 찌들린 수복의 눈빛은 언제나  우수에 가득차 있었다.

 

우울하고 긴 한숨이 멀리 있는 은서의 가슴에도 울려퍼졌다.

 

언제나 수복이 들을까 몰래 눈물을 훔치는 아들 경태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이제 한참 사춘기인데도 아버지를 배려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동네에서는 호자로 소문난 경태이다.

 

수복은 엄마없이도 바르게 커준 경태가 대견스럽고 고마울뿐이었다.

 

골목 어귀마다 청소부 아저씨들이 쓰레기를 치우느라 한창 정신이 없었다.

 

입안 가득 흘러나오는 하얀 입김에 차마 털어놓치못할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듯 했다.

 

그렇게 저마다의 새벽은 시작되고 있었다.

 

은서는 멍하니 자신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은서가 이 곳에 온지도 한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 이 곳에 왔을때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젠 견딜만했다.

 

은서는 어디서도 느낄수 없는 이곳만의 따뜻한 정을 하루하루

 

께달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남들은 어떻게 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저마다 그들만의

 

꿈이 있고 희망이 있었다.

 

은서가 생각에 젖어있는동안 해는 벌써 중천에 떠 있었다.

 

너무 생각을 오래 한 모양이다.

 

글쓰기에 지친 민혁은 책상에 엎드린채 잠이 들어있었다.

 

이제 막 탈고한 원고지들을 베개삼아 시름을 던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은서는 이불을 꺼내 조용히 민혁을 덮어주었다.

 

은서는 아침준비를 위해 집을 나섰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가게문이 열렸는지 걱정이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스쳐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뒷통수가 따가웠다.

 

처음엔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견딜만했다.

 

연탄가게 아저씨가 은서를 보자 반기며 말을 걸었다.

 

"젊은 색시가 고생이 많아!쯧쯧!"

 

"다 늙은 양반이 능력은 좋네 그려!"

 

"결혼 한번 했으니 다행이지 !"

 

"처녀였으면 얼마나 억울했겠어?"

 

은서는 대꾸도 하기싫어 휑하니 그냥 지나쳤다.

 

한두번 듣는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은서는 알수 없었다.

 

은서에겐 그저 선생님일뿐인데 사람들 시선은 그게 아닌가보다.

 

왜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것일까?

 

은서는 가슴이 아팠다.

 

작가로 성공할수만 있다면 이까짓 비아냥거림이 대수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은서는 얼른 눈물을 훔치며 이를 악물었다.

 

오늘은 콩나물국에 민혁이 좋아하는 불고기를 하기위해 가게로 향했다.

 

다행히도 가게문은 열려 있었다.

 

은서는 가게안의 시선이 두려워 아줌마가 말걸새도 없이

 

얼른 물건을 사고 나와버렸다.

 

달리고 달려 한걸음에 집에 도착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더 이상 움직일수가 없었다.

 

애써 참았던 눈물이 은서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은서 자신도 모르게 인정해버리고 마는 민혁에 대한 사랑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언제 나왔는지 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일어나라!바닥이 차갑다!"

 

은서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안는 민혁의 손길이 정겹게 느껴졌다.

 

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얼른 일어나 민혁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민혁은 은서의 마음을 알아챈듯 자신의 품에 꼭 안아주었다.

 

은서는 순간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하려 해도 가슴을 비집고 나오는 사랑이란

 

감정은 어쩔수 없었다.

 

"들어가자!"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얼른 아침 먹어야지!"

 

"배고프다!"

 

민혁의 눈가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순간 은서는 민혁에게 미안한 생각이 울컥 치밀었다.

 

자신의 욕심때문에 민혁만 힘들게 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죄송해요!"

 

차마 말이 안떨어져 눈빛으로 전할수밖에 없었다.

 

"들어가자!"

 

"배고프다!"

 

은서는 우느라 정신이 없어 아침밥 하는걸 깜빡 잊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콩나물국 끓일께요!"

 

은서는 급하게 콩나물을 다듬느라 다 부서지고 난리였다.

 

"비켜봐!내가 끓일께!"

 

민혁은 보고 있기가 답답했는지 다듬던 콩나물을 살짝 낚아챘다.

 

"내가 콩나물국은 잘 끓이잖아!"

 

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너는 얼른 불고기나 재라!"

 

"참!키위는 사왔니?"

 

"불고기 잴때는 키위를 넣어야 맛있는거야!"

 

어떻게 그런걸 다 알았는지 은서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민혁이 글만 쓰는줄 알았더니 살림도 수준급이란걸 은서는 이제서야 알았다.

 

민혁인 콩나물국이 끓자 맛을 보라고 한숫가락 떠주었다.

 

그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은서는 한참을 생각했다.

 

자신이 끓이면 비릿한 냄새가 나는데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맛있니?"

 

"네!"

 

"간도 아주 잘 맞는데요!"

 

은서는 어떻게 이렇게 간을 잘 맞추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왜 이렇게 행복한것일까?

 

은서는 어디서도 느끼지못한 이런 감정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사랑이라 단정지어서는 안되는데 은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단정지으려 하고 있었다.

 

"그래가지고 너한테 아침 얻어먹겠니?"

 

민혁은 웃으며 양파를 다듬어 썰고 있었다.

 

"선생님!제가 할께요!"

 

"됐으니까 들어가서 방청소하고 숙제나 하고 있어!"

 

은서는 자신이 왜 그렇게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지 한심하게 느껴졌다.

 

주체할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 추스려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은서 자신도 모르는 이런 모습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묵묵히 모르는채 해주는 민혁이

 

야속하면서도 고맙게 느껴졌다.

 

여기저기 널려진 원고뭉치들은 흔적도 없이 치워지고 방안은 깨끗했다.

 

은서가 가게에 간사이 민혁이 청소를 다 해놓은 모양이다.

 

"빨리 글 안쓰고 뭐하니?"

 

"그러고 있을 시간에 벌써 시 하나는 썼겠다!"

 

"네.................."

 

은서는 너무 감격한 나머지 대답조차 하기 힘들었다.

 

"거기 책상에 시제 적힌 종이 있지?"

 

"밥할동안 써놓기다!"

 

"그거 잘 쓰면 오늘 바닷가 데려갈께!'

 

은서가 바닷가에 가고싶어하는건 어떻게 알았을까?

 

은서의 마음은 벌써 바닷가에 가 있으니 큰일이다.

 

"김칫국부터 마시지말고 얼른 글 써라!"

 

"네 머릿속은 안봐도 비디오야!"

 

은서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은서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기위해 얼른 책상에 앉았다.

 

책상위의 종이 한장이 눈에 띄었다.

 

시제:사랑의 밥상

 

"생각 오래 하지말고 가슴에서 느끼는대로 써라!"

 

은서는 갑자기 시상이 멈춰버린 기분이었다.

 

'왜 이렇게 아무것도 떠오르지않는것일까?'

 

"못쓰겠으면 오행시라도 써봐!"

 

"생각만 하다 날샐라!"

 

사 사랑만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랑 앙칼진 목소리로 싸울 필요도 없이

 

의 의심하는 눈빛은 던져버리고

 

밥 밥을 먹지않아도 배부를만큼

 

상 상상도 못할만큼 행복하게 살고싶습니다

 

은서는 왜 이렇게 진땀이 나는지 알수가 없었다.

 

아직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기에 갑작스레 시를 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다 썼냐?"

 

"밥상 들어간다!"

 

은서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다 썼는데요!"

 

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있었다.

 

민혁이 한상 가득 푸짐한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

 

보기만 해도 정말 푸짐한 밥상이었다.

 

은서는'민혁이 언제 다 이걸 했을까 '는 생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은서가 사온건 콩나물하고 불고기 재료일뿐인데 말이다.

 

갖가지 나물에 계란찜 불고기 콩나물국 감자조림................

 

은서는 이렇게 푸짐한 밥상은 처음 받아보는것 같았다.

 

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

 

"뭐하고 있니?"

 

"먹으라고 있는거지 제사 지내라고 있는건 아니다!'

 

"네!"

 

"이거 다 선생님이 하신거예요?"

 

은서는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넌 속고만 살았니?"

 

"어제 너 몰래 시장 봐둔걸로 한거다!"

 

"얼른 이거 먹고 힘내서 등단해라!"

 

민혁은 은서의 손에 수저를 쥐어주며 신신당부했다.

 

은서는 너무 감격한 나머지 도저히 밥이 넘어가질 안았다.

 

"오늘이 내 생일도 아닌데................"

 

은서의 기억속에서 이렇게 푸짐한 밥상은 받아본적이 없는것 같다.

 

"먹을만하니?"

 

"네!너무 맛있어요!"

 

누가 뭐래도 은서에겐 꿀보다 더 달콤한 행복한 밥상이었다.

 

은서는 생각해보니 민혁에게 여태껏 이런 밥상 한번 못차려 준것 같았다.

 

오늘따라 민혁에게 더 미안했다.

 

민혁은 은서에게 많은걸 주었지만  아무것도 해줄수 없기에 죄스러웠다.

 

어쩌면 민혁에게 은서는 귀찮은 존재일지도 모르는데

 

말없이 다독거려 주는게 그저 고마울뿐이다.

 

은서는 오늘따라 아침밥이 너무도 맛이 있었다.

 

감격한 나머지 밥풀 하나 남길수 없었다.

 

개걸스럽게 먹는 은서의 모습이 당황스러웠는지 민혁은 멍하니 쳐다볼뿐이었다.

 

"그렇게도 맛있니?"

 

민혁은 놀랍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네!"

 

은서는 먹는데 정신이 없어 대답하는것도 귀찮았다.

 

"많이 먹고 글 열심히 써서 네덕좀 보자!"

 

은서가 민혁에게 해줄수 있는건 작가로 성공하는 길밖에 없었다.

 

은서는 오랜만이 너무 맛있게 먹어 뱃속이 놀랬나 보다.

 

"너무 잘 먹었습니다!"

 

"네 시 읽을동안 커피 한잔 타와라!"

 

은서는 얼른 상을 치우고 커피를 내렸다.

 

민혁이 블랙을 좋아해서 은서도 덩달아 블랙을 좋아하게 되었다.

 

집안 가득 향긋한 헤이즐넛향이 그윽하게 스며들었다.

 

"설탕 넣을까요?"

 

"아니!"

 

은서는 헤이즐넛향이 너무 좋아 컵에 따르면서도 향을 놓칠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가슴 가득 채워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컵엔 설탕 한스푼도 넣었다.

 

막상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려니 긴장이 되었다.

 

못썼다고 혼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민혁은 역시나 심각한 표정으로 시를 읽고 있었다.

 

"커피 드세요!"

 

민혁은 못들은듯 여전히 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은서는 커피잔을 든 손이 파르르 떨렸다.

 

"수전증 걸렸니?"

 

"왜 이렇게 떨어?"

 

"이런 사람 있으면 빨리 찾아내라!"

 

민혁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은서는 순간 철렁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은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네 평생 짝이 될순 없잖니?"

 

"사람들 보는 눈도 그렇고......."

 

"글은 내가 아니라도 배울수 있으니까 일단 방부터 알아봐!"

 

은서는 왜 그렇게 그 말이 섭섭하게 느껴지는것일까?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은서는 이젠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소리로 들렸다.

 

"바보같이 왜 우니?"

 

"솔직히 넌 짐만 될뿐 귀찮을때가 많아!"

 

민혁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말할줄은 몰랐다.

 

"그냥 한번 던져보신 말씀이죠?"

 

은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혁은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한참 생각에 잠기는듯 했다.

 

"그렇게 나한테 배우고싶니?"

 

"네!"

 

"나한테 배울건 아무것도 없어!"

 

"나는 무명작가이고............"

 

"너도 알다시피 다 어둡잖니?"

 

은서는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수 없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떻게 민혁이 맘에도 없는 소리를 저리도 태연하게 할수 있는지 궁금했다.

 

은서는 민혁이 너무도 야속하게 느껴졌다.

 

민혁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커피를 마셨다.

 

혹시나 은서에게 눈물을 들킬까 애써 감추며..........

 

은서는 언제 울었냐는듯 태연하게 방에 들어섰다.

 

"커피 마시다 어딜 갔다 오니?"

 

어쩌면 태연한척 할수 있을까 은서는 의아해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감정조절도 잘 되는것일까?

은서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글을 쓰고싶으면 지금보다 더 슬퍼해야하고........."

 

"너를 더 많이 망가뜨려야돼!"

 

"지금 네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야!"

 

'나를 다시 받아준다는것일까?'

 

순간 은서는 가슴이 벅차 올랐다.

 

"하루에 500장씩 써서 검사 받아라!"

 

순간 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럼 다시 받아주시는건가요?"

 

방안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민혁에게 물었다.

 

"난 아직 받아준다고 말한적 없어!"

 

"앞으로 너 하는것 봐서 결정할거야!"

 

은서는 없었던 힘도 다시 생기는 기분이었다.

 

"목숨을 걸고라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충성!"

 

민혁은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은서를 바라보았다.

 

그 어디서도 찾아볼수 없는 다정한 눈빛으로 은서를 응시했다.

 

은서는 오늘따라 커피 한잔이 너무도 꿀맛이었다.

 

민혁의 따스한 눈빛을 시샘하듯 방금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던 햇님이

 

울상을 지으며 찡그리고 있었다.

 

아마도 비가 오려는듯 방안 가득 어슴프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은서는 문득 비 오는 바닷가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우산도 쓰지않은채 원없이 달려보고 싶었다.

 

왜 이렇게 하늘이 민혁과 은서를 시샘하는것일까?

 

민혁은 이미 오래전에 은서의 마음을 읽은듯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기가 힘들어

 

가슴이 아프고 저려왔다.

 

하늘이 민혁이 흘리지못하는 눈물을 대신 흘려주고 았었다.

 

울고싶어도 마음대로 울지 못하는 민혁의 마음을 하늘이 왜 이리도

 

잘 알아주는걸까?

 

민혁과 은서는 구멍이 뚫린듯 주르르 쏟아지는 빗소리를 감상하느라

 

한동안 말없이 멍하니 턱을 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