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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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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슬픔의 아름다움-YSH


BY ff 2004-12-30

write by bada 

 

 

 

49개로 이루어 졌다는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자 너른 터가 나타났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컸지만 유명한 사찰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승용차 십 여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 정원의 양옆으로는, 얼핏 보기에 거의 똑같이 생긴 두 석탑이 서로를 향해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석탑의 양 옆으로 가로등이 하나씩 서 있었는데 그 방향이 두 석탑의 그림자를 서로 마주보게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움직일 수 없는 것들의 애뜻함이 묻어나 있다고 할까. 하지만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오래 생각 할 수 없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승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동자승이 쪼르르 달려 나왔기 때문이었다. 동자승은 우리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으고 자신의 맨질한 뒷머리가 보이도록 고개를 숙였다. 정현은 눈가에 한아름 미소를 가듬고 작은 스님에게 합장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스님. 어제 인영스님과 통화를 했던 나정현이라고 해요. 혹시 어디 계시는지 뵐 수 있을까요.”

 

그러자 동자승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금 어디론가 쪼르르 달려갔다. 나는 이런 조용하고 한가해 보이는 사찰에서 저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바쁘시네.”

 

“인사 정도는 해도 되잖아.”

 

정현이 나를 보고 약간 기분이 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현의 기분이 어떤지, 왜 살짝 삐졌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굳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그동안 종종 다툼의 원인이 되었던 한마디만을 툭 던져냈다.

 

“나 기독교잖아.”

 

“하ㅡ 적당히 좀 하자. 내가 언제 합장하라고 했니? 그저 밝게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얼마나 귀여워. 너도 저 머리 봤지? 깨물어 주고 싶지 않아?”

 

어느 순간, 본말이 전도된 그녀의 말에 조금만 더 두면 위험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ㅡ 내가 고등학생쯤이나 된 스님이라면 말도 안하겠지만, 지금 네 생각은 매우, 위험해.”

 

정현은 잠시 나를 흘기더니 번뜩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기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튼튼하고 딱딱한 카메라가방으로 나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동안 몇 번이나 맞아 봤지만 맞을 때마다 익숙해지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컥 소리를 내며 배를 잡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다행히 커다란 배낭이 나를 완전히 뒤로 넘어가는 것은 방지해 줬다. 정현은 헤헤 웃으며 엄살 피우지 말라고 다그쳤고, 나는 배낭 안에 있던 삶은 달걀의 운명을 걱정하며 일으켜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한동안을 그렇게 연인들만이 할 수 있는 실랑이를 벌이며 큰 다툼으로도 번질 수 있던 상황이 자연스럽게 지나가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현은 매우 현명한 여자였다.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무거운 배낭을 벗어놓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정현을 향해 각오하라는 눈빛과 미소 지으며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구부렸다. 따닥 소리를 내며 ‘너 이제 죽었다’라는 무언의 의사를 전달했을 때 한 스님이 불현 듯 나타났다.

 

“하하하. 즐거우십니까? 그래도 법당 앞에선 조금 자제해 주십시오. 젊은 스님들 공부에 방해가 된답니다.”

 

좋은 미소에 시원한 웃음을 지닌 호쾌한 인상의 스님이었다. 우리는 장난치던 것을 멈추고 못된 짓을 들킨 개구쟁이들 마냥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스님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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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데...

글은 잘 안 써지고... 음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