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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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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의 추억 ( 15 )


BY 비우기 2004-12-27

 

*****

회사에 들어가니.. 뻐드렁니가 반갑게 나를 맞이하며..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다..

한 바늘.. 꼬멨는데.. 결혼식 날까지.. 아물지 모르겠다고 하자..

첫 날 밤에 못 쓰면.. 큰 일인데.. 하며.. 제수씨에게는..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고.. 말은 하는데.. 얼굴은 연신.. 빙글거린다..

야.. 너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아.. 라고 했는데.. 그 녀석

표정이 꼭 이야기 해야지.. 하는 것 같았다..

야.. 내가 돌아다니기가 어려운데.. 니가.. 이번 주말에 목포에 갈 희망자 좀..

알아 보아라.. 라고 하니.. 좋다고 하며.. 바쁘게.. 이리 저리 돌아 다닌다..

*****

다음 날 오후까지.. 모집한.. 결혼식 참가 희망자는.. 토요일 날.. 나하고

같이 내려갈 사람이 5명.. 다음 날.. 결혼식장으로 바로 오기로 한 사람이..

여닐곱 쯤 된다고 한다..

회사에서.. 열 몇 명이 온다고 하니.. 참 다행이었다..

이 정도가 참석을 해 주면.. 따로.. 고등학교 친구나.. 고향 친구를..

부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대학교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 연구소에서 근무를 하는데..

이 녀석들은 직접 참석을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며.. 벌써 축의금을 모아서..

봉투를 보네왔다..

나는 그 봉투에 들어 있는 돈을.. 꺼내어.. 뻐드렁니에게 주면서..

이번에 나의 결혼식에 참가하는 희망자 중에서.. 높은 분들은 빼고..

연구원하고.. 기능원들의 차표를 사서.. 전해 주라고 했다..

*****

뻐드렁니가 모든 잔 일을 다 처리해 주는 바람에.. 나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내 보물 1호가 빨리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신혼 여행에 가서 사용할.. 카메라도.. 뻐드렁니가.. 알아서..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빌려와서.. 나에게 사용법을..

설명해 준다..

그런데.. 막상.. 토요일날.. 출발을 앞두고..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며.. 뻐드렁니는 빠지고.. 나는 4명의 신랑 들러리와 함께.. 목포로

출발을 하였다..

*****

목포역에는 예비 큰 처남이 마중을 나와 있었고.. 우리를 처갓집 근처의..

여관으로 안내를 한다..

나는 친구들을 그 곳에서 잠시 쉬고 있게 하고.. 처갓집으로 갔는데..

반갑게 맞이하는.. 예비 신부하고.. 마지막 준비 사항을 점검하였다..

사실.. 막상 결혼 날이 가까이 오면.. 모든 것이.. 다 저절로 이루어 지니..

신랑.. 신부는.. 주위의 누가.. 하라고 하는 것을.. 그냥.. 그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토요일 저녁의 주요 할 일은.. 신랑 들러리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것인데.. 나는 함을 준비하여 오지를 않아서.. 함 팔기는 생략하고..

그냥.. 저녁 식사를 처갓집에서 먹는 것으로 하자고 하니.. 예비 장모가..

그러소.. 하고 승낙을 한다..

나는 여관으로 돌아와.. 그 동안 고스톱을 치고 있는 친구들에게.. 그렇게..

이야기 하니.. 다들.. 안 된다고 야단이다..

자기들은 함을 팔려고.. 뻐드렁니가 선발한 사람들이고.. 자기가 못가는

대신에.. 잘 하라고 특별히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지역에 명망이 있는 처갓집이.. 딸을 시집보네면서..

맹숭맹숭하게.. 어물정 하면.. 체면이 안 서니.. 신랑 친구들의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듣고 보니 이 친구들이 하는 말이 옳은데.. 내가 함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함을 팔려고 하느냐고 말하자..

한 친구가.. 다시 처갓집에 가서.. 신혼 여행을 갈려고 준비한 가방에..

내가 준 돈으로 준비한.. 예물을.. 넣어서.. 가져 오라고 한다..

참.. 이런 식으로 함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쨋던.. 지금 함을 따로 만들 수도 없으니..

.....

나는 다시 처갓집으로 가서.. 친구들이 꼭 함을 팔아야 된다고 하니..

이리이리하여.. 함을 만들어 달라고 하여.. 그것을.. 친구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친구들은.. 이제 되었으니.. 나는 다시 처갓집으로 가서.. 자기들이..

함 팔러 오는 것을 기다리라고 하며.. 고스톱에 열을 올린다..

*****

저녁 해가 뉘였뉘였.. 다른 여느 날보다..

더욱 아름다운 석양의 여운을 남기고 넘어가고..

가로등에.. 불이 하나.. 둘.. 들어 올 즈음에..

멀리에서.. 함 사려.. 함 사세요.. 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예비 작은 처남이.. 함진아비들을 맞으러 나갔는데.. 한참이 지나도..

별다른 기적이 없다.. 아니.. 조금 전에.. 함 파는 소리가.. 들린 곳이..

집에서.. 약 50 미터 떨어진.. 목포고등학교 정문 근처일 터인데..

왜 아무런 기척도 없고.. 작은 처남도 되돌아 오지를 안 는다..

여자들이.. 궁금해 하며.. 언니의 아들이 되는.. 대여섯 살 먹은..

조카를 내보네.. 알아 보게하니.. 함진아비들이.. 근처.. 구멍가게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도.. 10 여분이 더 지나서.. 다시 멀리에서..

함 사려.. 하는 소리와.. 이 동네 함사는 집.. 없어요...라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리고..

조금 지나자.. 집으로 들어 오는 골목 어구에서.. 다시 왁자지껄..

거리며.. 어지럽게.. 함 파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린다..

*****

이 때 즈음.. 일단 처형.. 처제.. 조카 들이 먼저 나가서.. 함 맞이를 하니..

더 요란한 소리가 왁자지껄거린다..

조금 지나서.. 큰 처남이.. 실탄이 든 봉투.. 한 주먹을 안 주머니에 챙겨 넣고..

점잔을 빼며 나가고.. 작은 처남의 중개로.. 말이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에는.. 봉투가.. 대문 앞 까지 쫙 깔리고.. 청사 초롱을 앞세우고..

함을 진 말이.. 거들먹거리며.. 들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친구들이 오는 모습을 보니.. 청사초롱을

든 친구.. 마른 오징어를 얼굴에 쓴 친구가.. 함을 광목으로 단단히 메고서..

위풍 당당하게 들어 오는데.. 저 친구들.. 언제 저런 것도 다 준비를 했네..

하는 놀람에.. 내 가슴이 찡~~~하고.. 코 끝이 시큰~~ 한다..

아 ~~~ 이제.. 정말.. 장가를 가는구나.....

*****

 

글 제공 : 비우기 ( http://www.beug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