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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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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의 추억 ( 12 )


BY 비우기 200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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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별로 영예롭지 못한..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내가 쪽방의 생태에 대하여 잘 안다는 것을..... 이야기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러한 곳에.....별로 몇 번 가 보지 않았고.....가서도 항상 수동적이어서.....

이 쪽방의 생태에 대하여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다만.....내가 혼인의 추억을 쓰면서.....결혼 며칠 전에.....우연히 간 그 곳에서......

아주 희안한 경험을 하였고.....그것이 그대로.....나의 혼인의 추억...

후반부의 흐름을 바꾸는......주요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지금 다시 옛날을 회고해 보면서......

혼전에 있었던.....집사람과의 3합의 접전.....

을 담은 3개의 X-파일과.....이름 모를 여인과의.....

하루 밤의 추억 안에는.....어찌보면....

내가 20 여년에 걸쳐.....그 비밀을 깨우치려고 했던.....

음양화합대법에 대한 열쇠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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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참으로...이상한 이야기이지만.....

행복이라는 이름의 파랑새를 ?i아.....

평생을 유랑한 사람이.....늙어서 자기 집에 돌아오니.....

파랑새가.....자기 집에 있더라는 이야기와 비슷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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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의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쪽방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이.....다른 사람하고는.....

좀 다른데.....그 연유는.....

내 인생에 있어서.....가장 행복했던 1년을.....나는.....

여인이 없는 쪽방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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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행복의 기준이 다른 데.....

나의 경우에는...그런대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자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한걸음 두걸음 나아가면서.....

자기의 목표가 점점 자기 가까이 오는 것을.....

조용히 만끽하는..... 그러한 순간..... 순간들.....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에게는 그러한 시절이 고등학교 3학년 때이었고.....

나는 그 때에.....작은 아버지 집에서 기숙을 하였는데...

내가 잠을 자고...공부를 하고...사색을하고...

남모를 행복에 젖어 있던 방은.....

지금은 그런 방을 가진 집이 별로 없겠지만..

항상 방 부족을 느끼던 서민들의 아이디어로..

집과 담 사이의 폭이 1 미터도 체 못되는 좁은 공간을 활용하여 만든.....

마루로 된 쪽방이었다.....

그 곳은 들어가는 쪽문과...아주 작은 창문이 담 쪽에.....

달린 그런 방인데.....학교 도서관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돌아오면.....아침에 다시 학교에 갈 때까지.....딩구는 곳이며.....

일요일에는 아예...하루 종일.....온갖 공상을 다 하며.....

죽치고.....딩구는 그런 곳인데.....그런 공상 중에는.....

내가 나중에 죽을 때가 오면.....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런 곳에.....

꼭 이런 쪽방을 하나 만들고.....그 곳에 들어가.....지금처럼 딩굴다가.....

그냥 그대로 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눈가로 알지 못 할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그래서 나에게.....그 쪽방은......어찌 보면 고향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무덤같기도 한.....바로 그런 곳이다.....

******

 그 당시에 내 눈에서 물이 흐르게 한 것들에는.....쪽문 위의 벽에.....

항상 비틀어진 채로 걸려 있는.....사진틀이.....가장 큰 원흉이다.....

나는 항상 쪽문 반대편 벽에 조그만 책상을 하나 놓고.....책을 보다가.....

앉아 있기가 힘이들면.....바닥이 차서 항상 깔아 놓고 있는....

이불에 엎드려 누워......책을 보는데......

그러다가 책을 밀치고 들어 누우면......

먼저 격자무늬 도배지를 바른.....천장이 보이고....

자연스레 쪽문 위에 걸린 사진틀에 시선이 머무는데.....

그 틀 안에는.....해사한 얼굴의.....시골 처녀가.....

물동이를 비스듬히 이고서..... 항상 변함이 없이.....

뽀시시 웃는 얼굴로.....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진은 아버지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찍었다는 30 X 40 센티 크기의 흑백 작품 사진인데.....

배경으로는 코스모스 꽃이 흐드러지게....피어있고.....

그 앞에 화면을 3분의 2 정도 차지하고 있는.....장독대가 있고.....

그 앞에 정면에서 약간.....오른쪽으로 치우친 위치에.....그 처녀가 .....

흰 저고리에 짧은 검정치마.....옥색 고무신을 신고 있는데.....

물동이를 잡은 손의 소매가 살짝 내려와서.....

가냘픈 하얀 팔둑이 살짝 보이고.....

하얀 버선 위로도 새하얀 종아리가 살짝 보이는데......

그런 속살과 같은 색의 해사하고 단아한 얼굴에.....

엷은 미소를 머금고서 나를 보고 있는 그녀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기 시작하면......내 눈에서는.....

여지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곤 하였다.....

나는 그녀의 새까맣게 윤이나는.....머리 결의 한 가운데에.....

언듯보이는 하얀 가르마.....그리고......치렁한.....긴 머리를.....

묶은 댕기에.....눈길이 머물면..... 자연이 눈물이 흘러 시야를 흐리게 하는데.....

그  때 쯤이면......웬지 그녀가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어.....

손으로 눈가를 훔치다....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데.....

갑자기 눈 앞으로 다가온 그녀를.....다시 바르게 세워주고.....

방문을 나서며.....뒤로 쪽문을 덜컹하고 닫으면.....

그녀는 나가는 나를 붇잡기라도 하려는 듯이.....

다시 살며시 몸을 기울인 채로.....하염없이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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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공 : 비우기 ( http://www.beug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