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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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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의 추억 ( 8 )


BY 비우기 200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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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에는

오늘도 멋지게 차려입은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헌 책가방을 들고.....어기적거리면서.....

맨 마지막으로 느릿느릿 나오는 나를 보고.....

눈이 둥그래져서.....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며....일단 역 근처의 다방으로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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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탕을 한잔 시켜 마시며......

내가 어기적 거리며 걷는 사연을 이야기 했다.....

그녀는 신혼 여행은 제주도로 가자고 하며......

사촌 오빠가 여행사를 하는데.....비행기표하고 호텔을.....

아주 싸게 예약을 했다고 하며.....그 때까지는.....

다 아물어 지느냐고 걱정스레 묻는다.....

그래서...나는 왕이빨 한테 듣고..... 의사한테 확인한대로.....

앞으로 이삼일 지나 실밥을 뽑고.....그 후에 사오일이 지나면 다 아물어지니.....

신혼여행을 가는데는.....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나는 그녀와 이번 주말의 일정을 협의 하며.....

지금은 제대로 걸을 수 없으니.....모든 일정을.....

가능한한 덜 걷는 방향으로 재 조정을 했다.....

이러한 이야기 중에.....그녀가 대학 노트 한 장을 반으로 접은 것을.....

핸드백에서 꺼내 나한테 보라고 주는데.....

그것은 지난 주에 적어 오라고 한.....결혼 예물에 관한 목록표이었다.....

거기에는 예물 이름이 또박또박한 글씨로......한 줄에 두 가지씩......

약 20 여 줄이 ......가지런히 적혀있는데.....

그러니까......우리가 준비해야 할 예물의 가짓 수가......

무려 40 여 가지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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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 반지.....시계.....등.....10 여 가지이려니.....

하고 생각했었는데.....그것이 무려.....

네다섯배로 늘어나자.....순간.....아찔한 느낌이 온다......

나는 목록표를 자세히 들여다 보려고 고개를 숙였지만......

흐릿한 다방 불 빛 때문인지.....내 가슴의 억장이 다 무너져 내려서인지......

나의 눈에는.....시계.....반지.....귀걸이.....목걸이.....팔지.....

정도까지만 흐릿하게 보이고......내 눈시울에 이상한 느낌이 오더니......

그 나머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휴.....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다시 한번 양손에 백기를 들고.....만세 작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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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냉수 한잔을 시켜 마시고.....마음을 다시 가다듬으며.....

내 오바 주머니에서.....

가지고 온 군자금 봉투를 통째로 꺼내 모두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며

어짜피 같이 다니며 예물을 살 수가 없으니.....

이 돈으로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준비하라고 했다......

그러면서.....이 돈은 상조대출을 2인분 받은 것에서.....

삭을세 10개월치를 선금으로 지불하고...

남은 것이라는.....이야기도 해 주면서......

비록 적은 돈이지만.....내가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것.....

전부이니 그리 알고 쓰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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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집사람은......

미리 모든 예물을 다 맞추었는데......

일부는 취소하고.....일부는 좀 싼 것으로 바꾸고.....

일부는 언니가 대신 인수하고.....하여서.....

그런대로 내가 준 돈으로 모든 예물을 준비하였다고 하는데.....휴.....

.......

나는 아직도.....

집사람에게 크게 빛을 진 것 같은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즈음도...... 집사람이 어떤 것을 사려고 할 때에......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모두 다 사라고 하는데.....

집사람은.....항상.....세일을 하는 품목 중에서도.....

막판 덤핑을 하는..... 제일 싼 것만.....잘도 골라서 산다.....

옛날의 그 멋쟁이 아가씨를.....이런.....이런.....어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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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을 나와....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좀 시무룩 하였지만.....

그녀는..... 실망하는 기색이 전혀 없고.....오히려.....

무슨 좋은 생각이 떠 올랐는지..... 환하게 웃는 밝은 얼굴로.....

지금부터 할 일을 다시 한번 정리하여..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내가 거시기가.. 머시기하여.. 빨리빨리 걸을 수 없으니..

자기가 빨리빨리 말하면.. 잘 알아 듣지 못할까봐.. 신경이 쓰이는 눈치이다.. 으흠.....

참.. 훌륭한 마누라감이야..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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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조심조심.....그녀의 집으로 들어 갔고.....

나를 다시 그 추억의 골방으로 안내한 다음에.....

그녀는 의아해 하는 식구들에게로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왁자지껄.. 터져 나오는 웃음 소리가.....아예 담장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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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은 체로 다시 나에게 와서.....

나의 모든 것을 신랑 예복으로 갈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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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동이 불편하여 그녀의 도움을 받으며.....

옷을 갈아 입는데.....그러는 중에.....내 물건을 감싸고 있는 붕대에.....

핏자욱이 배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괜찮냐고 걱정스레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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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옷을 다 갈아 입고 조금 있자.....

오늘 우리의 혼배성사에.....증인을 서줄 사람들이 왔는데.....

바로

우리 집사람이 고등학교 다닐 때에.....함께 지냈던.....

절친한 친구 부부이었다......

이들 부부는 수년간 연애를 하다가....한 6개월쯤 전에 결혼을 했는데.....

남자도 천주교인으로 세례명이 안드레아이어서.....

이들 부부가 증인이 되는 것은 집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사실 집사람이 시집을 가야되겠다고....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친한 친구들이 그 당시에 줄줄이 시집을 간 것도 한 몫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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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집에서 약 1 키로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의 거동이 불편하여 택시를 타고 가야 했다.....

우리는 골방에서 나오면서 부터.....혼배성사를 하러 가며......

이리저리 걸어가야 하는..... 모든 순간순간을..... 한번도 빼지 않고......

벌써 몇 년된 잉꼬 부부처럼......서로 꼭 달라 붙어 있어야 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거동이 불편한 나를 그녀가...

온 몸으로 부축을 해주기 위해서 이었지만....

수년간 연애를 하고.....결혼한지도 이미 6개월이나 되는.....

신혼부부를 슬슬 자극하는 도화선 역할을 하였으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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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공 : 비우기 ( http://www.beug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