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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의 추억 ( 6 )


BY 비우기 200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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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 달의 월급 봉투를 받고.....

그 동안 선을 본 이후에 동료들로부터 지원 받았던.....

외상 군자금을 갚고  나니.....수중에 남는 것이 얼마 없다......

그래도 얼마 되지는 않지만.....

내 자신의 군자금을 가지고 맞이하는 3번째 주말은.....

내 자신의 놀이판으로 만들고 싶었다.

*********

지난주는 너무 일방적인.....약혼녀의 놀이판이었지.....

아니.....

그 많은 일들을.....단 몇 시간 만에.....그렇게 깔끔하게 처리하다니.....

 ......

아마도 그녀는..그 날의 각본을 ..어느 전문가한테서 받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늦게.....통금 사이렌이 울리고도 한 참 지난 시간에.....

그녀의 집....골방에서 있었던 일도.....과연 그 각본에 있었을까.....

더욱 알 수 없는 것은.....골방과 벽하나를 격하고 있는.....

안방에서.....그 늦은 시간에 들려오는.....

그 녀 아버지의 잔기침 소리와.....골방 옆에 나란히 달린.....

입식 부엌을 안방 쪽문을 통해.....몇 번 들락 거리는.....

엑스트라 역을 맡은.....그 녀 어머니의 기척은.....

그리고.....그 때마다.....더욱 더 몸을 웅크리며.....

파고들 듯이 안겨오는.....그 녀의 몸 짓..... 맘 짓..... 얼 짓은......

..........

...........

모든 여자가 다 요물이라더니..

나의 몸.. 맘.. 얼을 한거번에 다 았아가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할 비밀의 환상을 심어놓은..

이 모든 것이 그녀가 꾸민 놀이판이었던가.....

**********

나는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지난 주말에 있었던 골방 아랫목의 열기를 회상하니......

저절로 흐믓한 미소가 떠오른다.....

이 번 주말은 내 놀이판으로 꾸며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내가 아는 온갖 전술을 구사하여 작전 계획을 세웠다......

......

그런데

이 모든 계획은.....화곡동.....그녀의 오빠가 혼자 사는 자취방에서.....

두툼한 솜이불이 깔려 있는 뜨끈뜨끈한 아랫목으로.....

이끌려 들어가며.....어긋나기 시작했다....

 .....

아.....그놈의 아랫목이.....항상 말성이야.....

.....

나는 그녀의 오빠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화곡동에 도착하였는데......

전  날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가...추운데.....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라며.....아랫목에 깔린.....이불 안으로 나를 끌어들이며.....

오빠가 오려면 30분쯤 남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

임기응변......작전의 묘를 살려......

본 계획에 없는 1급 비밀 파일을 하나 더 만들었고......

.......

겨우 사건의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대문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오빠를.....

마치 나도 방금 왔다는 듯이..... 하며 맞으며.....

나는 모든 작전 권을.....그녀에게 이양하여야만 했다.....

.......

그 주말을 위하여 내가 새운 작전 중에서..그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은......

남산 아래 옥수동에서......양장점을 개설한지 2년째 되는......

사촌 여동생의 가게에 가서......

약혼녀의 양장 한벌과 오버를 맞춘 것이 고작이었다.

.......

***************

 

또 한번의 주말을.....

약혼녀의 놀이판으로 내주고.....돌아온 나에게.....

독신료의 동료들이 몰려들어.....전황을 묻는데.....

애써 목에다 힘을 주지만....도무지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것은 헤어지기 직전에......그녀와 나눈 말들이.....

뇌리에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다른 예물은 언제 준비해요.....

무슨 예물......

.....결혼 반지.....결혼 시계.....그런 거 있잖아요.....

아 그거.....

나는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잘 모르니까.....

다음 주에 목포에서 만날 때.....적어 가지고 와......

나한테서 받고 싶은 것....모두 적어와.....

.....알았어요.....그리고.....

.....다음 주에는 혼배성사를 해야하니.....좀 일찍 오세요.....

혼배성사가 뭔데.....

.....내가 천주교 신자이잖아요......

.....천주교 신자는 혼배성사를 꼭 해야해요......

나는 아무 교도 안 믿는데.....

.....그래도 괜찮대요....좀 일직 와서.....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하니.....꼭 일찍 오세요.....

알았어.....

.......

아.....내가 이 여자의 콧등을 꿴줄 알았는데.....

내 콧구녕이 먼저 뚫어졌구나.....

음메~~~

음메~~~

나는 역시 소띠야.....

음메~~~

**********

 

 글 제공 : 비우기 ( http://www.beug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