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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독신료에서 선을 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군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러한 이야기가 소문으로 여기저기 퍼져 나가자.....
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던 여자들에게서.. 항의가 들어온다.
나는 애써 변명하고.....사과하고 하였지만.. 마음 속으로는 여간 즐거웠다.
나는 취직을 한 후에도.....나를 위해서는 쓸 돈이 거의 없어.....
데이트다운 데이트 한번 제대로 못하는 나에게.....
그녀들은 대부분 시큰둥하였다.....
그 중에서 지난 여름 회사에서 개설한 캠핑 장에서 즐겁게 같이 놀았던.....
한 여직원에게 바로 10여일 전에.. 앞으로 정식으로 사귀자고 하였는데.....
그 여직원은 거절을 하였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여직원들은 잘했네.. 못했네.....를 하던 중이었다.....
또 한 건은 지난 가을에.. 대학 동창의 처남 소개로 전주에 살고
국민학교 선생을 하는 여성을 만나서 3번쯤 가난뱅이 데이트를 하였는데.....
최근에는 몇 번 연락을 해도 이상하게 틀어져서 연락이 안 되었다.
나는 가난한 나를 그녀가 만나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목포에 가 있던 날....
그 여성이 친구 처남과 같이 독신료로 나를 찾아 왔다고 한다.
나는 친구에게.....친구 처남에게.....그리고 그 여자 분에게
전화로 사정을 이야기하고.....즐거운 마음으로 사죄를 했다.
그 외에도 여동생들이 자기 친구 중에서 누구누구가 서운해한다는 둥.....
하는 이야기를 전화로 알려 온다.
.....
아마도 내가 킹카였는데.....나도.....그녀들도.....
그것을 미쳐 알아보지 못하였고.....내 처남이.....그리고 내 흑진주가.....
나를 찜하자.....그제서야 알아보고.....
한꺼번에 앙~앙앙~거리는 것 같았다.
.....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내 주변의 여자들은 정리가 되었고.....
다음은 우리가 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중대사였다.
나는 대전에서 사는 둘째 이모님을 찾아가 의논을 하였는데.....
그 당시 선화동 성결교회의 집사님이었던
이모님이 교회 신도의 집을 소개해 주었다.
그 집은 선화동 산마루 중턱에 있는 무명용사탑 근방에 있었는데.....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이태리 풍의 양옥이었고.....
나는 그 집의 구석방 하나를 사글세로 10달에 20만원을 주고 얻었다.
그 방은 약 2평쯤 되는 크기에 반 평 정도의 부엌이 딸려 있고....
그 부엌문을 통해서 방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어서
출입이 매우 편리하였다.
결혼을 하려면 주변 정리를 하고..... 살집을 장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그 외에도 잡다한 것이 해결되어야 한다.....
그 중에는 각자가 해결해야 할 것도 있지만.....
둘이서 함께 다니며 해야 할 일도 많이 있다.
.....
우리는 주말에 만날 수밖에 없는데...날자가 잡히고.....결혼하는 날까지.....
5번의 주말이 남아 있었다.
.....
우리가 첫 번째 주말에 하기로 한 것은......
약혼자가 내장사에 있는 우리 집에 와서
우리 집 식구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특히 이번 토요일( 1월 13일 )은.....우리 할머니의 기일이어서.....
대부분의 우리 식구들이 다 모이니.....
한꺼번에 인사를 끝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었다.....
더구나 지난 목요일( 1월 11일 ) 혼인 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받았다는 전화를 나한테서 받은 약혼자는.....
정신적으로는 이미 나의 아내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손주 며느리의 자격으로.....할머니의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나는 토요일 오후에 정읍에서 약혼자를 만나.....함께 집으로 갔다.
거기에는 중신아비인 내 동생도 와 있었고.....
다른 동생들과 가까운 친척분들도 있었다.
일단 인사를 간단하게 하고......늦은 점심에 술 한잔 걸치고 난 후에......
나는 약혼자와 집에서 500메타쯤 떨어진 곳에 있는 할머니 산소에 갔다.
그러나 산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멋진 옷차림에 롱부츠를 신은 약혼자가
가파른 산길을 오를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할머니 산소가 보이는
큰길에서 할머니에게 장가간다고 신고를 해야 했다.
그 곳은 내장사에서 백양사로 넘어가는 구불구불한 갈치재의 초입인데.....
가을에는 경치가 좋아 많은 차가 다니지만.....
겨울에는 차량통행이 별로 없다.
할머니의 산소는 그 당시에 그 갈치재의 초입에서.....
급경사의 산을 50미터 정도 올라간 위치에
있었고.....우리 집은 그 곳에서 내려다보이는데......
내장사 버스 종점 바로 옆에서 조그만 식당을 하고 있었다.
나는 멋쟁이 약혼자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할머니.....보여요......
제 약혼자예요..이쁘지요..저 이번에 결혼해요..하고 소리쳤지만......
왠지 맹숭맹숭하였다.....그래서.....우리 여기서 뽀뽀하는 것을
할머니에게 보여주자고 하니......약혼자가 주변을 살핀다......
그래서 괜찮아......여기 아무도 안 와.....하는데.......그래도 쭈밋거린다.
그리고 하필 그 때 꾸불꾸불한 길을 돌아 차 한대가 내려 온다......
젠장
.....
다시 차가 안 오는 것을 확인하고...내가 어설프게 포옹을 하며 입을 내밀어
약혼자의 입을 맞추려고 하는데......이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겨우 살짝 스치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이것이 우리들의 첫 키스이었다.
......
우씨......영화를 보면......다들......쉽게 잘 하던데.....
이럴 줄 알았으면......미리 연습이라도 좀 할걸.....우씨......
아니 이 여자.....
생기기는 영화배우 뺨치게 생기고는.....
워찌......뽀뽀도 하나
제대로 못한다냐......우씨......
.......
......
나는 좀 무안하기도 하고.....좀 창피하기도 해서.....
시무룩하니 집으로 돌아 왔는데.....
아니.....이 여자 왜 이런다냐......
이 여자가...... 내 동생하고......뭐가 그리 좋은지 신나게 웃고 떠든다......
그리고 내 동생이 내 처남하고 같이 군대 생활을 할 때 있었던 무용담을.....
마치 자기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것 같이 맞장구를 친다......
......
자기 오빠 어디에 곰바리가 나고.......기압을 받다 잘못 맞아
고막이 터져서 어쩌코.......양석씨가 오빠랑 같이
목포에 왔을 때에 저쩌코.......
......
아이쿠.....이 여자.....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어요......
우씨......아까......
뽀뽀할 때에 제대로 찍지......
우씨.....우씨.....
......
우리집은 할머니의 제사를 모시러 온.....식구들로 복잡거려.....
우리는 제사 초반만 참석하고....자리를 조용한 곳으로 옮겼는데.....
그 곳은 내 동생의 친구가 경영하는 여관의 가장 조용하고 아늑한
방이었다.....
우리는 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며......밤늦도록......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갔고......한참 바람을 잡던 동생이.....
나에게 잘 해보라는 눈짓을 하고는.....슬그머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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