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인의 추억 ( 1 ) >
나는 오늘 옛날 내가 혼배성사를 한 이야기를 어느 답글에 올렸는데..... 내가 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경우는 관면혼배인 모양이다..... 그리고 오늘 성당에서 혼인갱신식이 있고.. 그 자리에 우리 아들이 만든 풍선인형이 장식이 되는데.. 나와 집사람은 그 것을 보러 갔다왔다.....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의 결혼 당시에 있었던 추억을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다. ********** 나는 1979년 2월 11일.. 목포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 42일 전인 1978년 12월 31일.. 오후 5시쯤.. 나는 내 바로 아래 동생과 같이.. 목포에 있는 지금의 처가집으로.. 맞선을 보러 갔다..... 즉.....내 동생과 지금의 큰 처남이 군대 동료인데.. 이 둘은 또한 우리의 중신아비가 된다.. 여산에 있는 하사관학교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하던 내 동생은 군대 말년에 이등병 계급장을 단 내 처남을 만나 둘이는 자주 통신 선로 보수를 명목으로. 밖에 나가서 술을 마시곤 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믿기지 않는 우연이지만 한번은 전주 터미널에서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전방에서 근무를 하다 첫번째 휴가를 나온 나와 우연히 마주쳐서 우리 세 명이 같이 터미널 근방에서 술을 한잔씩 걸친 적도 있다. 이렇게 둘이는 단짝으로 붙어 다녔는데.. 내 동생은 좋아하는 술을 얻어 마셔서 좋고 내 처남은 적응이 잘 안 되는 이등병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좋고.. 그래서 둘이는 저절로 단짝이 되었다...... 한번은 여동생이 있다는 처남의 말을 듣고.. 같이 목포까지도 간 모양이다.. 그리고 내 동생은 그 때에 지금의 나의 안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그 후에 우리는 모두 제대를 하고.. 나는 서울에서 연구소에 취직을 하고.. 동생은 수자원 공사에 다니고.. 미래의 처남은 학교에 복학을 하였는데.. 어떻게 연락이 되어.. 미래의 나의 처남은 자주 서울에서 내가 여동생들과 같이 사는 전세방에 놀러오곤 했다. 그 당시에 나의 둘째 여동생은 이대 무용과에 다녔고.. 미래의 큰처남은 연대 경제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내 생각에는 미래의 큰 처남이 내 여동생에게 관심이 있어서.. 자주 놀러 오는 모양이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1977년 여름.. 장마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 일요일 오후.. 우리집 방에서 나와 단둘이 소주잔을 맞대며 이런저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미래의 큰처남이 나의 사주팔자를 물어 보길래.. 무심히 알려 주고.. 그러한 사실을 잊고 지냈는데.. 1978년 12월 29일.. 나의 미래의 큰 처남한테서 전화가 와서 자기의 여동생하고 맞선을 보라고 하는데.. 내 동생하고도 연락이 되었으니 같이 목포로 내려 오라고 한다. ********* 나는 본래 32살에 장가를 가려고 생각해둔.. 같은 동내에 살던..... 나보다 11년 연하의 여자아이가 있어서.. 누구하고 선을 본다는 것은 별로 생각지도 않았었는데..... ...... 미래의 처남에게 전화를 받고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선을 보러 간다고 언듯 승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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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선을 보러 목포에 간 것은.. 어떤 운명의 이끌림이었을 것이다..... 내가 나중에 너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상대는..... 그 당시에 중학교 2학년이었고.. 나는 대학 4학년이었다..... 그 여자아이는 국민학교 2학년 때에.. 군산에 살던 우리 집 바로 앞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서울에서 고등학교....대학교에 다니던 나는 방학 때마다.. 집에 와서.. 우리 여동생들과 같이 놀던.. 그 아이를 어느 순간부터인지 좋아하게 되었고.. 내가 대학교 졸업반이던..여름 어느 날.. 사업에 실패한.. 우리 집이 정읍 내장사로 이사를 가게되어.. 트럭에 이삿짐을 싣는 것을 돕던 나는.. 친구 둘과 함께.....멀리서 나를 보고 있는 그 소녀를 발견하고.. 이삿짐 싣기를 마무리하고.. 바로 그녀들에게 다가서는데.. 그녀들은 동네 주변을 계속 쳇바퀴 돌 듯하고...... 나는 그녀들의 뒤를 10여보 떨어져서 따라가는데..... 그러기를 한시간여 지나서.....날이 어둑어둑 해질 무렵..... 그녀들은 어느 집 처마 아래에 발길을 멈춘다...... 나는 그녀들에게 다가가.....무슨 이별의 말을 하려니..... 가슴이 쿵쾅거리며 터질 듯 한다. 그래서 처음 이사온 그 때부터.....방학 때에 만나서..... 있었던 즐거운 일들을 회고하는데.. 나는 이야기하고 그녀들은 듣기만 한다. 6년이라는 제법 긴 세월이지만.. 방학때에 우연히 몇 번 마주치는 것들이.... 고작이어서....회고거리도 별로 많지 않아.. 어느덧 이야기를 마치고.... 이제는 헤어져야한다고 생각하니.. 입안이 말라 바삭거린다..... 별로 재미없는 내 이야기를.....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더듬거리기만 하는 내 이야기를..... 꼼짝 않고 듣기만 하는 그녀들..... 나는 도저히 이대로는 그냥 해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에게 잠시 자리를 비껴 달라고 하고..... 그녀에게.....꼭 하고 싶은 말.....한마디를 했는데..... 다음에 니가 어른이 된 후에.. 너에게 장가를 가고 싶다...... 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이삿짐을 나른 후에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한번 더 군산에 들러서 만나고 싶다고 하고..... 어느 날 몇 시에.....어디에 있는 빵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 나는 그 날 그 시간에 그 장소에 갔는데.. 조금 기다리자..... 그 자리에 그 소녀의 학교 카운슬러 선생이라는 분만이 혼자 나타났고...... *********** 그 이후 내가 군대에서 제대를 하고.. 다시 군산에 가서..... 등교를 하기 위하여 길을 가는 그녀를 따라가며..... 취직을 한 후에 다시 온다는 말을 하였는데.. 그녀는 한마디의 말도 없다. *********** 취직을 한 후에 그녀의 집에 한번 갔었는데.. 그녀는 없고..... 대신 그녀의 어머니가 딸과 사귀는 것을 반대하신다고 한다. 이 반대는 그녀의 어머니가 하는 것이어서..... 언잰가 그녀를 만나 직접 이야기 하면 바뀔 수 있는 것이지만.....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갈 여건이 안 되었다고.. 내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 그 후에 직장에 다니면서.. 다른 여자들을 몇 명 만났는데..... 한두 번 만나고 난 후에는..... 항상 무슨 걸리는 일이 생겨 틀어지기만 한다. *********** 그러다가 내 미래의 처남에게서 전화가 오던.....전 전 주에..... 집안에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해서 시골집에 갔다..... 그 자리에서 내 동생은 장가를 가야겠다고 하고..... 부모님은 형이 아직 장가를 안 갔는데....하시며 반대를 하고..... 나는 장가를 천천히 갈 터이니...내 걱정은 하지 말고..... 동생부터 장가를 보내라고 이야기하였는데..... 그러한 것들이 마음에 걸리던 차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선을 보라고 하는 말이..... 언 듯 내 마음에 와 닿은 모양이다. ******** 그러나 다음 날 선을 보러 가려고 하니..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동료에게 돈을 빌려......양발 한 켤레를 샀다. ********* 나는 그 때까지 거의 2년 간을 직장 생활을 했는데..... 그 동안 내 몸에 걸치는 것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다. ..... 나는 군대에서 제대를 하고 6개월이 지나서 취직을 했는데..... 그 동안에는 군대에서 월급을 저축한 돈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취직이 되었다고 축하로.. 고모님이 구두 한 켤레 사 준 것이 전부이었고 내가 입고 걸치는 것은 모두 내가 가끔 시골집에 가서 얻어오는 것으로 아버지/형/동생이 입던 것들이었다. ...... 나는 내가 받은 첫 월급부터..... 대학에 다니는 여동생의 등록금과 생활비에 보태 쓰도록 하였다. ...... 나는 돈 쓸 일을 될 수 있으면 만들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였고.....그래도 가끔 쓸 돈이 필요하면..... 항상 친구에게서 빌려쓰고.. 월급을 받으면..그 돈을 바로 갚고.. 하며..... 최대한으로 절약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여동생에게 보내 주었다...... ...... 그래서 항상 무일푼인 내가.. 장가를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 그리고 그 당시 여동생이 아직도 대학 3학년인데..... 그리고 내가 받는 월급으로 동생들 생활비를 보태는데..... 그러한 것을 뻔히 아는 부모님들이 물론 나한테 미안해서 하시는 것이겠지만 동생보다 내가 먼저 장가가야 한다고 우기시는 것이.. 나를 서글프게 했다.. *********** 선을 보러 가면서 양발 한 켤레를 새로 산 것은 정말 큰 맘을 먹은 것이다 이 양말 한 켤래도 어쩔 수 없이 산 것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양말들을 다 뒤져봐도.. 모두 구멍이 나서 여기저기 기운 것 뿐이고..... 그런대로 성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러면 다시 선보러 간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내가 동생과 같이 미래의 처갓집에 들어가자..... 그 집에서는 마침 장인 후보 님의 연말 망년회를 집에서 한다며..... 음식 준비에 바쁘고.. 내가 동생하고 앉아서 기다리던 방 앞으로..... 핫팬츠..... 차림이 어른거리는데..... 건강한 다리를 온통 드러낸......발랄한 모습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동생과 미래의 처남과 나는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핫팬츠 차림에서 근사한 정장 차림으로 변신을 한 여인하고..... 밖으로 나가 술을 한잔하기로 하고 나오는데..... 장모 후보가.. 저녁에 집에 들어와 자소.....한다. 나는 엉겁결에...예...했는데.. 이것저것 다질 것 없이...... 돈을 빌려서 선을 보러 온 나에게는 이 말이 여간 고마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나는 장모 후보의 이 말에..... 장가들 생각을 어느 정도 굳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들이 같이한 술자리에서..... 노랑머리 여인이 맥주를 한 컵 마시는 것을 보고..... 내 마누라가 되려면 저 정도는 술을 마실 수 있어야지.. 하고 생각하였다. ...... 다음날 아침에 그 집에서 일어 났을 때에.. 또 하나의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나의 소중한 양말이 잘 말려지고.. 곱게 접어져서 내 머리맡에 있었다. 그것은 어제 저녁....내가 빨아서 널어둔 것이었는데..... *********** |
*********** 그 양말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는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 결혼을 하고 한참 후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 날 나의 차림은 가관이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엿장수 아저씨들이나 입고다니는.. 몇십 년이 된 다 낡은 외투를 걸치고 나타난 후줄그레한 작업복 차림의 사나이가.. 선보러 온 집에서.... 저녁에 잠자기 전에.. 발을 씻으면서 그 물에 양말을 주물주물 빨아서..... 마당에 있는 빨랫줄에 걸어 놓는 것을 보고..... 집사람 후보가 다시 비누칠을 여러번 해가며 잘 빨아서..... 부엌의 솥뚜껑 위에다 놓고 말린 후에..... 밤늦게 살며시.....잠자고 있는 내 머리맡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 그리고 나는 기억이 없는데..... 그 날 저녁에 콜롬방이라는 목포에서 유명한 빵집에도 갔었는데..... 내가 단팥 빵을 먹으며.....입가에 팥을 하나 붙이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알려 주어야 하는지 애를 태웠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오빠가 선을 보기 전에..... 내가 시커멓게 생긴 막걸리 타입이라고 했는데..... 그 날 보니까.....자기 눈에 콩깍지가 끼었는지..... 곱살하니 예쁘기만 하더란다..... 하기야.....나하고 선보는 조건으로..... 평소에 꼭 입어보고 싶던.. 그 당시의 명품으로 알려진..... 무슨 무슨 표..... 실크 블라우스에 고급 스커트 정장 한 벌 얻어 입고..... 콜롬방 빵집에 갔으니.. 나에게 조금 점수를 후하게 준 모양이다...... 그 날 저녁의 그녀의 차림은.. 발랄한 공주님이 모습이었다...... 그것은 나의 후줄근한 모습과는 극히 대조적인 것인데..... 베이지색 코트에.. 롱 부츠.. 수박색 실크 블라우스..연두색 스커트.. 노랗게 물들인 웨이브 머리.. 구멍뚫린 귀에 달랑거리는 귀거리......휴...... ********* 어쨌든.. 새해의 첫날을 놀라움으로 맞이한 나는.. 낮에 중신아비들과 함께 유달산에 올라가서 이것저것 놀다가.. 내 동생은 근무교대를 하여야 한다고 돌아가고.. 처남 후보도 일이 있다고 살짝 빠지고.. 나는 하루 더 있다가기로 하고.. 집사람 후보와 나만 둘이서 남았는데.....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하니..... 일정 시대에 사용하던 야외 수영장 자리로 안내한다..... ******* 그곳은 바닷가 해변에 있는 것인데.. 뻘 밭에 네모진 수영장 터만 남아있고.. 그 터에 남아있는 시멘트로 만든 얕은 담에 둘이서 걸터앉으니..... 정말 주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 선보러 와서 지금까지는 항상 주변에 누가 있었는데 갑자기 두 사람만 남으니 나는 무언가 꼭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불쑥 내 뱉은 말이..... 나한테 시집올 것인가.. 하고 물었고..... 한참 뜸을 들이던 집사람 후보가 나한테 마음의 준비가 되었느냐고 되묻는다. 사실 나는 그 때까지.....옛날의 여자아이에 대한 약속 때문에..... 결혼은 2년 후에나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당연히 그 때까지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집사람 후보가 마음의 준비는 되었느냐고 물었을 때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내가 땡전 한푼 없는 거덜이라는 것을.. 오빠를 통해 잘 알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결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을 잘 알 터인데..... .....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다고 하면.. 뭘 하러....먼 목포까지 선보러 온 것이냐고 할 것 같았다.그러한 생각이 들자..... 나는 마음의 준비는 되었다고.....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런데 나의 말을 들은 집사람 후보가.. 그러면 시집을 오겠다고 한다..... ..... 아니.. 여자를 꼬시기가 이렇게 쉬울 수가..... ..... 그냥 시집오라고만 하면 되는 것을.. 그걸 모르고.... ..... 나는 그 동안 십여 년 동안.. 여자들에게 온갖 수를 다 써가며..... 어렵게 어렵게 접근하기만 하고.. 그 때마다..... 여지없이 딱지를 먹었었던 것이다..... ********** |
일단 우리 둘이는 단독 회담 5분만에..... 결혼을 하기로 전격 합의하였는데.....그럼 그것으로 만사 해결인가..... 나는 집사람 후보에게.....내가 목포에서 하루 더 머물면서..... 장인 장모 후보 님들의 일차 허락을 받고..... 다음 주말에 우리 부모님을 목포로 모시고 와서..... 허락을 받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 나는 사실 그 때까지 집사람 후보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나는 우리 부모님에게 결혼 허락을 받으려면..... 집사람 후보의 장단점을 어느 정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걸으면서 조용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 집사람 후보는 나를 버스에 태우고 어디론가 가다가......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내리자고 한다..... ..... 결혼을 하기로 합의를 하고 나니.. 모든 것이 너무 쉽다. 아마 그냥 연애로 만났으면..... 손목을 잡는데 까지 가려면 몇 달은 걸렸을 텐데..... *********** 우리는 차에서 내려서도.. 아주 당연한 듯이 손을 마주 잡고..... 배를 타고.....압해도로 갔다. 그리고 그 섬 안에 있는 어느 조용한 호숫가를 거닐었다. ..... 나는 호수를 거의 한 바퀴 다 돌 즈음에..... 이 때쯤 가벼운 포옹 정도는 해야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자..... 말을 더 이상 못하고.....땅바닥만 보고 걸었고..... 집사람 후보도.....조용히 따라 오기만 한다. ..... 나는 포옹은 너무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하며.....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탁자에 마주 앉았다. ...... 음식을 주문하고.....손금을 좀 보자고 하니.....손을 내민다. ......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싶으면 손금을 본다고 하던데...... 나도 드디어 그 수법에 성공을 했다. 역시 결혼을 하기로 합의를 하니..... 남들이 하는 연애 수법을 나도 능통하게 쓸 수가 있군.. 하는 생각을 하며..... 볼 줄 모르는 손금을 무심히 보는데..... .....아니 이럴 수가..... 집사람 후보의 생명선이 아주 짧은 것이 아닌가..... ******** ******** 사실 사람의 손금 중에서....가장 알기 쉬운 것이 생명선이다..... 그것은 엄지와 검지에서 시작하여.... 손바닥 가운데를 지나....엄지아래 손목으로 내려가는 선인데..... 지금 내가 잡고 있는.. 부드럽고.....자그마하고.....포동거리는..... 정말 느낌이 끝내주는.. 이 손에 있는 생명선은.. 손바닥 가운데..... 손목에서 2 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끝이 나 있다. ..... 나는 다른 쪽 손을 슬그머니 잡아보니..... 손에 잡히는 모든 느낌이 전과 똑같이 끝내준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손바닥을 펼쳐보니..... 그 쪽의 생명선도 마찬가지로.....손바닥 중간에서 끊어져 있다. ...... 내가 한참을 신중하게 이쪽저쪽 손금을 들여다보는데..... 그 여자가 남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며..... 자기 손금이 어떠냐고 물어본다..... 나는 엉겁결에 손금이 아주 좋다고....또 거짓말을 했다..... ...... 평소에 거짓말을 하기 싫어하는 나는..... 오늘 벌써 두 번이나 이 여자에게 거짓말을 하는구나 하며 자책을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식사가 나와 위기의 순간은 넘어갔다..... ..... 그리고 식사를 하는 동안에..... 내가 이 여자하고 꼭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또 하나 발견했다. ...... 그것은 내 마음속에 스친 엉뚱한 생각인데..... 이 여자가.. 정말 손금대로 명줄이 짧다면..... ...... 나랑 몇 년 같이 살다 죽을 것인데..... ...... 그 때쯤이면.. 내가 결혼하고 싶다고 하였던 그 소녀가..... 시집을 갈 수 있는 나이가 될 것이고...... ..... ㅎㅎㅎ ..... 그러면......ㅎㅎㅎㅎㅎ ..... ㅎㅎㅎ ...... ...... 나는 이 순간에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고..... ...... 드디어 장가를 갈 마음의 준비가 완료되었다. ....... ....... 나는 다시 배를 타고 목포로 돌아오면서.....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또 갈라지는 물살을 좇아오는 갈매기 때를 보며..... 나만의 은밀한 음모가 깔린.. 이 결혼을 완벽하게 성공시킬...... 세부적인 전술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 참고로..... 나는 군대에서 대대의 작전서기병을 1년 반쯤 했는데..... 그때 롬멜의 소부대 전투라는 책을 완벽하게 터득하였다. 롬멜은 세계 2차 대전 때에 아프리카 사막에서 용맹을 떨친 독일의 명장이며..... 이 책은 롬멜이 세계 1차 대전 때인 소대장.....중대장 시절에..... 소규모 부대를 이끌고..... 대규모의 적을 섬멸하는 신출귀몰한 전투 담을 담은 것인데..... 각종 전술들이 상세하게 나와 있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은 본래 장교들에게만 1권씩 배포된 것이고..... 장교들은 매주 1 단원 씩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있던 부대의 장교 님들이 독후감을 제출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할 수 없이 내가 대신 매주 20여명 분의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였고..... 그 짓을 몇 달 하다보니..... 롬멜의 각 종 전술과 그러한 전술의 밑바탕이 되는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제대를 몇 개월 남겨 놓고..... ATT나 RCT가 연속으로 대여섯 번 있었는데..... 이 때의 작전 상황판은 내 스스로 만들 수가 있었다. 이 때 우리 부대는 연전 연승하여.....연말에 전군 최우수부대가 되고.....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것 이외에..... 나는 대학교 1학년 때에 바둑 1급의 실력이었고.... 손자병법이나.....제갈공명의 심서도 공부한 적이 있어..... ...... ...... 당사자 둘이서 결혼하기로 합의한 이 마당에..... 완벽한 결혼 세부전술을 짜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나 마찬가지이다. ...... *************** ( 글 출처 : 비우기 ( http://www.beugi.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