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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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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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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2)


BY bebestar 2004-11-02

민주는 도서관에 도착을 해서 짐을 풀었지만 왠지 공부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오늘 시험 망치면 큰 일인데...'

하며 마음을 다 잡았지만 그래도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경이의 목소리만 귀에서 쟁쟁거리며 민주의 신경을 흩어 놓고 있었다.

태환의 가방만 보고 옆에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을 했고,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벌써 20분째 태환은 보이지 않았다.

'수업이 있나?'

그러고도 10여분이 더 지나서야 태환이 낯선 남자랑 같이 도서관으로 들어서는게 보였다.

얼굴이 심각해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것 같았지만 민주를 보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태환과 같이 걸어오던 남자도 민주를 보고선 그냥 눈인사만 하고는 도서관 한 쪽 구석에 일행인듯한 사람들에게로 걸어갔다.

"민주 너 무슨일 있냐? "

"아뇨... 왜요?"

"벌써 30분째 같은 곳만 보고 앉았잖아. 그냥 봐서는 별 내용도 없는 곳이구만.."

그러고 보니 민주가 딴생각을 하느라 책장을 한 장도 넘기지 않고 있었던 거였다.

'공부가 될리가 없지..'

민주는 책을 덮었다. 아직 시험 시간까지는 한 시간이 남았지만 더이상 공부가 될 것 같지가 않아서 였다.

그런 민주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던 태환은 자신의 시험시간이 다 되었다면 짧은 인사를 남기고 도서관을 빠져 나갔다. 가을로 들어선 교정의 나무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맞닿아 더욱 선명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 시험이 다 끝난 듯 보이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교정을 빠져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참 좋겠다...

 

 

"어머 유경이가 왠일이야? 잘 지내지?"

"그래 우리 학교는 지금 시험기간이라 죽을 맛이다. 시험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정말로.."

둘은 바로 어제 만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근간의 일상을 얘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

가장 친하면서도 왠지 편하지 않은 친구 유경이..

초등학교 5학년때 알게  된 유경이는 민주처럼 피아노를 배운다는 이유로 아주 순식간에 친구가 된 경우이다.

민주는 사람을 사귀는데 조심스러웠지만 유경이는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도 스스럼 없이 말을 걸고, 수다를 떨고, 우스겟소리를 했다.

그런 성격이 부러워서 민주에게 쉽게 다가서는 그녀를 고맙게 생각하고 했다.

같은 동네에 살던 그녀를 민주가 알게된 건 5학년 겨울 방학 무렵 피아노 학원을 다녀 오는 길에 동네를 들어서는 길목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였다.

민주의 집과 불과 5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녀가 산다는 걸 알게된 것도 그때였다.

교내에서는 몇 번 본적이 있었지만 그 정도의 안면으로는 아는 척을 한다는게 민주로서는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모른척 지나칠려는 민주를 불러 세운건 유경이 였다.

"너 5학년 4반 김민주 맞지? "

민주는 얼떨결에 뒤돌아 섰다. 유경이는 민주가 재밌다는 듯 쳐다보고는 씩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이 싫지 않았다.

"날 어떻게 아니?"

"나야 널 많이 봤으니까 잘 알지. 바로 요 옆에 살잖아. 난 매일 너 봤는데 너는 매일 땅만 보고 다니더라. 땅에 뭐 주울꺼 있는 사람처럼 .."

그러고는 또 한번 씩- 웃어보였다.  그날 이후 둘은 친하게 되었다.

학교를 갈때도 항상 유경이가 같이 가자며 민주의 집 앞에 와서 기다렸고, 서로 학급이 달라서 종례를 마치는 시간도 들쑥날쑥했지만 누구든 먼저 마치는 사람이 서로의 교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민주의 피아노 실력은 한 참 물이 올라있었지만 유경이는 그저 취미로 배운다며 집 주위의 작은 교습소에서 학원비의 절 반쯤 되는 가격에 피아노를 배운지 이제 두 달을 넘기는 초보였었다.

"민주야 사실은 너희 집앞에서 네가 피아노 치는거 듣고 나도 피아노가 너무  배우고 싶어졌어. 그래서 엄마한테 졸랐지. 나도 피아노 보내 달라고...  엄마는 학원비가 비싸서 안된다고 하셨지만 교습소에선 학원비 반 정도만 하면 배울 수 있으니까 배워달라고 막 울고 그랬다.

엄마가 졌지 뭐. 그런데 생각만큼 재미가 없네.  넌 얼마나 배운거야?"

"응 이제 만 3년 다되가네.. 열심히 해봐. 조금만 기초가 닦아지면 꽤 재밌어. 여러 작곡가들 곡도 치면 뿌듯하기도 하다. "

"넌 그럼 커서도 피아노 계속 할꺼니?"

"그럼 내 꿈은 피아니스트야. 지금은 나이가 안되서 못나가지만 고등학교만 가면 전국 콩쿨대회에도 나갈꺼야. 너도 그동안 열심히 해서 같이 나가자."

"에이 난 틀렸어. 벌써 지겨워지고, 치기 싫어지는데... 엄마한테 조른게 죄송해서 그만 둔다는 말도 못하고 있어. 언제 기회봐서 그만 친다고 하면 아마 날 잡아 먹을려고 들꺼야. 울엄마. 아무튼 민주 너라면 꼭 대상 탈 수 있을꺼야.

저녁쯤에 네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우리 엄마도 그러셔. 뉘집 자식인지 피아노 실력 하나는 끝내 준다고... 뭐 별로 음악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 그래도 꼭 칭찬 한마디씩 하신다. 그러면서 나더러도 저렇게 칠 자신있냐고 얼마나 구박인데..호호"

그리고 겨울방학이 지나 6학년때 유경이와 민주는 같은 반이 되었다.

어디를 가든 항상 붙어 다녀서 '둘이 사귄냐'며 같은 반 남학생들의 놀림도 많이 당했지만 둘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너 요즘 경훈이 소식 알고 있니?"

".... 아니 ..."

경훈이라는 이름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끔 생각나는 이름이었는데 대학에 입학하면서 잊고 지냈던 이름.. 이. 경. 훈.

"다른 과에 있는 내 친구가 이틀 전에 미팅을 했는데 거기서 경훈이 봤데."

"어 그래? 미팅이라구?"

잘 살고 있네. 미팅도 다하구. 그렇게 냉정하게 소식도 딱 끊어 버리더니..

그러고 보니 경훈이에게선 가끔 연락이 왔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을 통해서 들은 소식도 조금 있었다.

그저 그 소식이라는 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로 타인의 입을 통해서만 전해 들은 소식이다보니 ..

어떤 친구는 경훈이가 고등학생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가정적인 사정으로 인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시내에 있는 어떤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 

어떤 친구는 대구 쪽에 있는 체육대학에 진학을 해서 열심히 학교를 다닌다는 말도 있었다.

다른 친구는 군대를 갔는데 거기로 어떤 여자가 애를 데리고 왔다는 말까지..

도대체 한 사람의 행적을 놓고 어쩜 이렇게나 많은 소문들이 날 수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어느것 하나도 사실로 확인 된 것은 없었던 탓에 '그저 소문이려니..' 하는 생각이 반..

도대체 어떻게 생활을 하면 이런 말도 안되는 소문들이 어디서 살아있는지 조차 모르는 나에게까지 꼬리를 물고 들리게 하는지 의심의 눈초리 반.. 해서 이래저래 그 친구의 이름 앞에선 맘이 편치 않았던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오늘 거의 1년 넘게 소식이 없던 유경이에게서 어제 만난 친구처럼 가볍게 나눈 인사 다음으로 처음 듣는 말이 다시 그 친구의 소식이라니.. 참 끈질긴 인연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잘 지내나 보네. 미팅도 하고.. 네 친구라면 누구? 나도 아는 친구니?"

태연한 척 하려고 했지만 마음이 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 민주 너는 모르는 친구야. 대학 와서 사귄 친구니까. 

 그건 그렇고... 혹시 너 경훈이 지금 어디있는지 알고있니?"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내던 친구인데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아냐고 오히려 민주에게 묻고있었다. 

"아니.. 나는 전혀 모르는데 ..  너는 알고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지??"

잠깐 동안이지만 알 수 없는 침묵이 흘렀다. 

먼저 좋아한 친구가 유경이였다는 사실이 걸렸지만, 그간 지나간 시간이 얼만데 아직 아무 해답도 없는 서로간의 미적지근한 감정으로 인해서 참 많이 궁금했었던 사실을 외면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유경이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민주야 너 전화번호랑 주소 하나 받아 적어라. "

 

시험은 아직 한 과목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과목도 어떻게 답안을 작성했는지 민주는 아무 기억이 없다.

그저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작은 쪽지에 온 신경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또 다시 책을 펴 놓고 같은 곳을 30분도 넘게 보고있다는 지적을 태환에게 들어야 했다.

"너 오늘 왜그러냐?  꼭 넋 나간 애처럼 .. 집에 무슨일 있는거야?"

민주는 그냥 씩 웃어보였다. 자기가 생각해도 자신의 그런 모습이 참 바보스러울꺼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저 웃음만 나오는걸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날 태환의기분은 완전히 바닥을 긁고 있었다.

몇일 전 제대한 친구 녀석이 거의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을 다시 들쑤셔 놓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