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나 보다.
하늘은 팽팽하게 찢어 질듯 높고 맑아 더 짜증스러웠다 . 오래 신어서 낡고 헐거워진 운동화를 질질 끌며 흙 길을 걸어서 갔다.
학교 가을 소풍날 이사를 간다고 엄마는 소풍갔다가 바로 며칠전 한번 후다닥 지나가다 일러준 집으로 오라고 하셨다. 찾아 갈수 있을까 무섭기도하고 피곤한 다리가 무겁기도 하고...
대충 던져둔 노끈 자락마냥 힘없이 늘어진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갔다. 길가 풀을 건드리며 터덜걸어 가다보니 마을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 다 쓰러져 가는 쓰레트 지붕이 쭉 연결되어 마치 창고 같기도 한 집들이 네채 연이어 보이고 그 앞에는 큰 버드 나무가 몇 그루 서있다.
부자집 마당 쯤 되 보이는 곳이 동네 공터 인듯 보였고 공터 한쪽에는 낡은 경운기가 발통은 달아나고 놓여 있었고 동네 꼬마 몇이서 그 위에서 놀고 서 있었다. 공터 가 끝나는 집 파란 대문집.... 여기가 맞나하고 고개를 뻘쯤히 디 밀어 보니 구질한 우리집 살림이 그 집 마당에서 뒹굴고 있었다.
제일 마당안쪽 제일 큰 방이 우리 집이고 그 옆방이 할머니 방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서 내나이 또래의 여자 애가 슬리퍼를 딸딸 끌며 들어오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고개를 숙이고 살그머니 종종 걸음 쳐서 얼른 방으로 내달았다 . 인사도 없이 들어온다고 할머니 에게 한소리 듣고 서야 겨우 머리를 꾸벅였다.
신발을 벗어 던지듯하고 들어선 방은 옆으로 길죽했는데 자세히 보니 가운데 벽을 터서 한방을 만든듯 했다.
살그머니 문틈으로 마당을 내다보니 방들은 큰 방을 중심으로 ㄷ 자 모양을 하고 늘어져 있었다. 큰방에서 양쪽으로 방이 3개씩 있는데 오른 쪽에는 아까 그 여자애가 사는 방이 있었고 왼쪽에는 이 집 주인이 노름하다가 빚져서 우리에게 큰 방을 전세 놓고 자기들은 문간방에 산다고 후에 들었다 . 마당 안에는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처음 그 우물물을 내려다 보고 정말 크고 깊다고 생각했었다.
요즘도 그 우물물은 꿈에 가끔 나타나는데 항상 놀라우면서도 경이롭기까지하다. 우물가에 붙어서 자라고 있던 그 두꺼운 이끼를 보고 난 항상 저건 이무기가 사는건 아닐까하고 생각한듯하다
내 나이 또래 여자 애가 마당에서 기둥 두개 에다가 고무줄을 걸어놓고 이리저리 뛰면서 놀고 있었고 그사이에 남자 애 둘이가 들어오는데 주인집 아들인 모양이었다 .
한명은 열살 정도 되 보였고 한명은 나와 같은 8살 쯤 되어 보였다
나는 얼굴 갑자기 벌겋게 달아 올라 어쩔줄 몰라하면서 여기 살기 싫다고 엄마에게 졸라 됬다. 엄마는 누군 살고 싶어서 이런구석에 이사 왔겠느냐며 소리치셨다.